새해를 맞이하여 처음 잡은 책, 처음 본 영화, 처음 들은 음악을 모두 기억하고 사는 인생이 아니지만

알라딘 서재를 만나고 나서 얻은 언외의 소득이라면 이런 자잘하지만, 소중하다면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살게 된 일이다.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는 중생이 만드는 사건이래야 비록 시덥지 않은 일들로 일상을 채우며 살아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국가 중대사도 이런 개인사들이 모여야 성립될 터.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영화도 다 못보고 지나는 주제에 복잡한 영화관 예매는 게으른 우리 부부에게는

도대체 당치도 않은 일로 여기며 어영부영 신정연휴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신문의 TV프로그램을 보니 볼 만한 것이 마땅치 않았다.

총칼로 피흘리며 싸우는 영화, 공포괴기물, 일본 영화를 싫어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은

유머와 감동이 들어있는 휴먼드라마이다.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내가 고른 영화가 이 영화다.

'러브 액츄얼리'

값 치를 때 계산하려 하니 500원이 인상된 것을 보니 꽤 오랫만에 대여점에 들른 모양인데

쌓여 있는 영화 중에 쉽게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지난 달에 알라딘 첫 페이지에서 자주 보던 것이어서가 단연 그 이유다.

영화를 보니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었으니 지난 성탄절 연휴에 보았어야

시의적절한 영화였을 것인데, 새해에 들어서야 보았으니 매사에 한박자 늦은 나로선 딱 인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엠마 톰슨과 니암 리슨이 나오고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에 나왔던 두 남자 배우 등

수 많은 배우들이 나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用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이라면 이런 것들이다.

남자 배우들이 말하는 영국 영어발음이 주는 감미로움이 오래 귀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내가 듣기에는 많이 굴려서 부드러울 것 같은 미국 영어발음보다 오히려 더 듣기에 좋았다.

영화를 보면 많은 음악이 흘러 나온다. 알라딘에서 판매한 이 영화 품목에 영화음악만으로 한 장의 씨디를

더한 것을 보면 알 일이지만 귀에 익은 곡이 무척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한 곡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All you need is love'

 

올 한해동안 이 노래를 배우고 익혀서 노래하려 작정해본다.

지난 연말 동남아시아에 일어난 자연재해의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 반세기가 전에 벌어졌던 참상은 이제 우리의 기억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 되었지만

우리가 이렇게 밥술이나 뜨고 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구촌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고용창출이 적은 우리 경제가 버티고 있는 것도 신통방통한 수출의 힘이라는데 그 수출품을 사서 써주는

나라가 바로 이번 해일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런 저런 의미로  비틀즈의 이 노래는 올 한해 내게는 화두의 의미로 불려지게 될 것 같다.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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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1-0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의 그 마음으로 내내 산다면 세상이 평화롭겠지요. 신문을 들추기 두려운, 무지막지한 불행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나라도 다른 나라도

로드무비 2005-01-0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지난해 가을 저도 비디오로 봤습니다.

연인과 극장에서 손잡고 보면 없던 정도 새록새록 솟을 영화이더군요.

엠마 톰슨이 일그러진 얼굴을 내색 안하려고 애쓰는 게 그렇게 마음아팠던 것은

저도 중년의 주부이기 때문이겠죠.

인생에서 사랑과 상처는 죽을 때까지 끝이 안 날 이야기같습니다.


니르바나 2005-01-0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알라딘 서재인의 마음처럼 평화가 이 세상에 펼쳐졌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님의 마음처럼 소망이 크면 이 땅위에 평화가 찾아와 주겠지요.

니르바나 2005-01-0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언젠가 알라딘 공간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중년의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두 사람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바람이라고 규정하며 그 배우자의 고통과, 어머니의 죽음 후에 사건을 알게 된 그 자녀들의 어수룩한 모습을 공박하던 글이 기억납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사랑으로, 대개의 보통사람들은 피끓는 고통으로 남는 일이지요. 사랑의 배신, 안 될 말입니다. 배신의 과정은 사랑 그 자체의 전력을 의심케 하고 결국 사랑의 부정으로 귀결되는 말이지요.

stella.K 2005-01-0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박자 늦으면 어떻습니까? 저도 그런데. 제가 양반 출신이긴 한가 봅니다. 전 웬만해서 뛰지 않거든요. 길에서 뛰는 데는 버스 탈 때와 신호등 건널 땐데 버스야 가면 또 올테고, 신호등이야 시간 지나면 또 파란불이 켜질텐데요 뭐.

에고...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니르바나님은 참 따뜻하신 분이어요. 그거 말씀 드릴려고 했는데...>.<;;

니르바나 2005-01-03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른 눈은 없어도 사람보는 눈은 혜안을 가졌습니다.히히

스텔라님이 양반이라고 대놓고는 말씀드리진 않았어도 따지고 보면 그말이 그말인 글을 많이 남겼지요.

킬리만자로山은 절대 급하게 오를 수 없답니다.

그저 느린 걸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겁니다.

스텔라님은 그걸 몸소 실천하셨구요.

stella.K 2005-01-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부리 2005-01-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액츄얼리는 때와 장소에 무관하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옵니다. 음, 님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 같군요...

니르바나 2005-01-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조예가 깊지 못합니다. 부리님

막귀라 하면 정확한 말이지요.

러브 액츄얼리를 재미있게 보셨군요. 저도 부리님이랑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