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보조 웨이터, 사금채취공, 부두노동자를 전전하면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했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사회철학자나 사상가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철학자나 사상가로 대접받을 수 없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그것도 소위 명문대학의 졸업장이나, 외국의 박사학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말과 글을 방송하거나 잡지에 기고할 수 있다.
그야말로 노비문서와 같이 인생이 종치는 순간까지 꼬리에 달고 살다가 무덤에 가서야 떼어놓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직 족보에서는 보지 못했으니까...
이번 수능시험에서 발각되어 전과자로 전락할 지도 모르는 수험생들이
생사를 건 스파이들 작전하듯 시험에서 미션을 수행한 것도 이유는 단 한가지 이것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학위만능, 학벌만능 증후군.
말로는 실력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잘 하는 것 한가지만 있어도 대접받는 사회를 만든다지만
아직은 말 뿐인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생활로 일관하며 광적인 독서와 깊은 사색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전 미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에릭 호퍼의 자서전이
수능시험에 부정사건이 일어난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