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은 예전에 봤던 영화인데 어제 슈퍼액션 채널에서 해 주길래 할일도 없고 해서 한번 더 봤다.( 나는 머리가 나쁜 건지 읽은 책 또 읽고 본 영화 또 봐도 새롭기 그지없다.)

예전에 극장에서 봤을 때는 야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다니 새롭다 하면서 봤었는데 어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그건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 때문이다. 나는 패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독한년 아니면 늘 고마워 하며 눈물이나 글썽거리는 부류로 나누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배틀로얄에 등장하는 여자 아이들은 독하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아이, 친구라고 말 해놓고는 배신하는 아이, 늘 하는일 없이 남자에게 보호받으며 눈물만 글썽이는 아이. 이 모두가 여자아이들 캐릭터였다.

여자아이 하나. 아이 엄마는 여자애가 유치원 다닐때 부터 남자를 집에 끌어들여서 몸을 팔고 돈을 받는다. 어느날 변태 아저씨가 여자아이에게도 추행을 하려고 하자 아이는 계단에서 남자를 밀어버린다.(남잔 아마도 죽었을듯) 그 여자애는 배틀로얄이 시작되자 마자 자기 세상인양 신나게 죽이고 다닌다. 그것도 대부분 남자애들을 한번 줄껏 처럼 후려쳐서는 죽이다.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니 여자는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여자아이 하나. 이 여자애는 도무지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냥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나 모든걸 이해할것 같아' 라는 투의 말만 내뱉을 뿐이다.(그리고 영화 내내 미안해 소릴 입에 달고 다닌다.) 여자애는 학교 다닐때는 여자애들에게 이지매를 당하는 왕따였다. 하지만 배틀로얄이 시작되자 여자애들 사이에서 왕따였단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강한 남자애들 두명이 그 여자애를 지켜주니까. 여자들은 남자 하나 잘 만나면 팔자 고친다는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여자애들. 그애들은 서로 우정이 어쩌고 하더니만 막상 배틀로얄이 시작되고 나면 바보같을 정도로 서로 배신하는 일에만 치중한다. 학교를 다닐때 악감정 같은걸 그 상황에서 다 풀어버린다. 남자애들은 서로 모여서 살 궁리를 하는데 여자들은 멍청하게도 과거에 집착해서 복수를 하거나 서로를 믿지 못해서 다 죽는 상황이나 만든다. 여자인 내가 봐도 여자들이 진짜 싫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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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허접한 글을 보내고 있는 잡지사에서는 원고료가 짠것이 미안한지 늘 영화표 같은걸 보내준다. 그리고 나는 그 영화표로 온갖 생색을 내면서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간다. 이번에 보내준 영화표는 '영어 완전정복'이었다. (그러고 보니 킬빌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모두 공짜다. 머리가 빠질망정 기쁨을 감추기가 어렵다.)

어.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예전에 이태원에서 멕시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버드와이저를 알아듣지 못해서 한참을 버벅거렸었다. 나중에 그 코쟁이가 말한게 버드와이저인줄 알았을때 그 이상한 발음에 약간 충격을 받았었더랬다. 나도 늘 마시는 버드와이저를 알아듣지 못하다니 10년 영어공부가 허상이로고 했었다.

어 완전정복은 세련된 영화가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고급스러운 웃음같은걸 주리라 맘먹지 않고 찍은 영화인 것이다. 그 증거로 주인공 이나영의 촌스러운 외모를 보라. 요즘은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서는 자기 얼굴 반만한 안경을 끼고 머리는 두갈래로 갈라서 묶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건 일부러 나 촌뜨기여요 하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정말 촌뜨기라 하더라도 그렇게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화 포스터에는 땡큐와 쏘리만 알아들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한다. 러브나 헝그리같은 단어도 알고있는 나에게는 무척 수준미달의 영화가 되겠군 하는 자만감을 가지게 해 주어서 참 고마웠다.

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9급 공무원인 나영주(이하 캔디)가 일하는 동사무소에 외국인이 나타난다. 자신의 불만을 말하는 외국인. 하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자가 없다. 그날 저녁 회식때 이래서야 되겠냐는 윗사람의 성토. 그리고는 소주병 돌리기를 해서 한 사람이 외국어 학원을 다니기로 한다. 캔디는 삼겹살을 있는대로 쑤셔박다가 말고 덜컥 학원 수강자로 당첨이 된다. 다음 엘비스(이름 기억안남 장혁 분). 그는 어머니가 어렸을때 외국으로 입양시킨 여동생 빅토리아가 고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과 어머니가 빅토리아에게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봐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 영어 학원을 등록한다. 캔디는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엘비스는 자신의 실력을 무척 과대평가 하고 있다. 그 다음부터는 이들의 연애질이다. 중간에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양념처럼 끼여들면서, 캔디를 촌스러워하던 엘비스는 어느덧 캔디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어 완전정복은 이나영에 의한 이나영을 위한 이나영의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코믹연기는 김선아를 따를자가 없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나영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김선아보다 훨씬 더 웃길수 있겠다 싶다. 사실 김선아보다야 이나영이 조건이 더 좋지않은가? 그 큰 덩치에 정말 이상할 만큼 작은 머리통과 각종 얼빵한 표정을 가능케 해 주는 큰 눈은 김선아에 비해 50점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화에서 재미있었던 장면은 레벨테스트를 할때 마치 컴퓨터 오락의 대련게임처럼 화면이 변하는 장면 이었다. 버추어 파이터나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영주가 명성왕후처럼 꾸미고 앉아서는 나는 조선의 국모다 대신 외친 나는 조선의 9급 공무원이다는 정말이지 영화의 압권이었다.

스러운 유머를 도저히 보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하지만 소림축구 같은것에 환장을 하고 고급스럽지 않은 것들에게 왠지 모를 끌림같은걸 느낀다면 한번 봐보기 바란다. 굳이 극장가서 볼 필요까지는 없고 비디오나 디비디로 봐도 충분하다. 다만 혼자보지 말고 최소 둘 이상 함께 봐야 할 영화이다. 그래야 웃길때 옆사람 어깨라도 때리면서 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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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틴 타란티노라는 감독을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뭐 마니아라곤 할수 없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라고 얘기해야할 것 같다. 대학시절 본 저수지의 개들은 피가 튀다못해 화면 속에서 내내 철철 흘러 내렸었고 그것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제는 그가 간만에 내어놓은 킬빌이라는 작품을 봤다. 카우보이걸에서의 징그럽게 길던 엄지손가락이 자꾸 생각나서 나는 우마서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펄프픽션때 부터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듯 이번 영화에는 아예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액션영화에 투톱도 아니고 원톱으로 여자 주인공을 쓰다니...그것도 인지도면에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는 우마 서먼이라니... 호사가들의 말처럼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은걸까? 그럼 리치가이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아도 무조건 마누라(저 유명한 마돈나)를 써서 찍으려면 어쩌지?

빌을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작품을 위해 영화를 찍었다기 보다는 자기 만족에 의해 영화를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워쇼스키형제(메트릭스를 찍은 형제 감독입니다.)들 처럼 자신의 오마주 표현에 있어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내가 많이 알지 못해서 별로 발견하지 못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이소룡표 노란 체육복. 무슨 영화였는지 모르겠는데 이소룡이 병아리같은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쌍절곤을 돌리며 아뵤~ 하는 특유의 에드립을 하는 장면은 내가 그런류의 영화를 그닥 좋아할만한 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뇌리속에 깊이깊이 박히게 했다. 킬빌에서 우마 서먼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노란색 체육복을 입고 나와서 열심히 악당을 무찌른다. 그런나 쌍절곤이 아닌 일본도를 가지고 싸운다. 일본도는 할복자살을 하기 좋게 길고 약간 휘어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영화에서 할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머지 하나는 사무라이 픽션.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빨간 바탕에 전통 일본 문풍지살과 사람들이 까만 그림자로 비치는 그 장면을 킬빌에서는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사무라이 픽션 포스터와 달리 떼거지로 칼들고 싸웠으나 일순간 우마서먼과 단 한명만이 남아서 사무라이 픽션의 포스터를 그대로 재현해 준다. 바탕이 파란색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한것은 배틀로얄이다. 물론 배틀로얄에 나오는 여자아이가 고고 라는 이름으로 루시루의 보디가드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보다 여고생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사람들을 잘도 척척 죽인다는 것이 비슷하다. 거기다 루시루의 보디가드들은 거의 다 교복을 입고 있다. 이것도 배틀로얄과 상당히 비슷하다. 더구나 고고의 무기인 쇠공은 베틀로얄에서도 등장했었던 것이다. 자. 내가 찾아낸 것은 여기까지이다.

제 다른 얘길 좀 해 보자. 쿠엔틴 타란티노의 어설픔에 대해서... 원래 그 감독이 어설펐는지 어쨎는지는 모르겠지만 킬빌은 상당히 엉성하고도 어설프다. 아마 내가 동양인이 아니었다면 그의 어설픔따위는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말이다. 유럽이나 중미권 영화에서 동양을 지 멋대로 그리는대는 정말 신물이 난다. 간판은 일어인데 주인장은 한국말(것도 왜 맨날 사투린지 모르겠다.)을 한다거나 하는 실수는 애교로 보일 지경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일본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일본 영화 몇편으로 일본을 표현하려 한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알기로는 말이다. 일본은 그렇게 호들갑스런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너무 정적이라서 무서울 정도이다. 루시루와 우마서먼이 대결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의 작은 정원을 잘도 옮겨서 마치 크리스마스날 받는 유리공(흔들면 눈이 내리는 듯한..이름을 모른다.)처럼 표현을 했으면서 일본의 민족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일본을 그냥 젠스타일이나 작은 정원등의 트렌드로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우마서먼이 처음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도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정말 일어만 하고 있을 뿐이지 홍콩이나 중국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으로 나오는 두명의 남자는 정말로 일본인답지 않은 행동을 보여준다. 중국영화의 호들갑이나 홍콩영화의 떠들석함과 전혀 다르지 않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린 일본은 코스모폴리탄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본같지도 않은 어딘가 외계에서 뚝 떨어진 세계마냥 생뚱스럽니다.

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피를 철철 흘렸다면 킬빌은 화면가득 피를 뿌려주신다. 팔도 다리도 목도 모두 늘씬하게 잘 빠진 일본도 앞에서 댕강댕강 잘도 잘린다. 물론 잘린 단면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솟아난다. 너무 힘차게 솟아서 고장난 분수대처럼 보일 지경이다. 너무 잔인해서 그랬는지 본격적으로 피튀기는 장면에서는 흑백처리가 되어서 배우들은 붉디붉은 피 대신 먹물같은 꺼먼 피만 튀긴다. 확실히 그러고 나닌 덜 잔인한 느낌이들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으로서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었겠다 싶다. 그 누구보다 길디 긴 팔다리를 가진 우마서먼의 액션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기계체조마냥 아름답기 그지없다. 루시루는 늘 헐리우드에서 조연만 하더니만 미녀삼총사에서 스리톱 킬빌에서는 드디어 투톱으로 올라섰다. 다만 일본인으로 나온만큼 일본어를 좀 더 확실하게 구사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있는 것은 루시루가 조직들의 회의석상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자의 머리를 일본도로 댕강 베어버린 다음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동양인인 루시루는 영어로 말하고 그 조직의 서열2인 프랑스여자는 일어로 다시 번역을 해 주었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소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나는 킬빌을 재밌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남자들만 나오는 액션에 지쳤다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녀삼총사처럼 어설프디 어설픈 액션이나 라라크로포드처럼 말도  안돼는 액션에 질렸다면 킬빌은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고 본다. 아. 그리고 내가 눈아프게 배경화면을 노란색으로 한 이유는 이것도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어설픈 나의 오마주라고 봐주기 바란다. (눈아파 죽겠다는 몇몇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노란 배경색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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