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배우는 미술치료 이야기
박승숙 지음 / 들녘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치료에 이용되는 미술이란 기껏해야 로샤 테스트 (테칼코마니로 된 그림을 보고 환자들이 느낌을 말 하는것. 원래 그 그림에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환자는 그림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정도였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내가 로샤 테스트 그림을 한장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우울증과 공항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적이 있던 지인도 그 그림과 똑같은 그림으로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토끼와 천사, 그리고 지휘하는 사람을 떠 올린 반면 지인은 치료를 받을 당시 무서운 곤충의 눈이 보인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왜 그 그림을 그렇게 해석했는지 상대에게 설명해주었었다. 과연 지인의 설명을 들으니 곤충의 눈이 보였고 그 지인도 내 말을 들으니 토끼와 천사와 지휘하는 사람이 보인다고 했었다. 하지만 서로의 설명을 듣기 전 까지는 그림에서 전혀 상대방이 발견한 부분을 찾지 못했었다.)


책은 미술치료를 영화 속의 사례와 접목을 시켜서 이야기한다. 일방적인 임상 사례들을 드는 것 보다 훨씬 와 닿았다. 왜냐면 영화들 중 상당부분은 이미 내가 본 것이었고,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든지 빌려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거기다 저자는 혹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잊어버렸을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줄거리까지 설명을 해 놓았다. (물론 저자는 영화를 못 본 사람들에게는 혹여 스포일러가 될까 미안하다는 말을 해 두었다.) 그러면 미술 치료란 뭘까? 내가 알고있는 로샤 테스트 이외에 어떤 미술 치료들이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미술 치료는 총 여섯가지가 있다. 그것은 상자로 나 자신 만들기, 가면 만들기, 신체 본뜨기, 함께 번갈아 가며 그리기, 치료사의 반응 그림이다. 여기서 마지막 치료사의 반응 그림은 치료를 받는 사람이 아닌 치료사를 위한 그림 치료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치료사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기에 혹여 있을 환자와의 각종 문제점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자로 나 자신 만들기에는 영화 박하사탕이. 가면 만들기는 재능있는 리플리씨가, 신체 본뜨기에는 가타카가, 함께 번갈아가며 그리기에는 굿 윌 헌팅. 그리고 마지막 치료사의 반응그림은 사랑과 추억이라는 영화가 등장한다. 책은 먼저 영화를 설명하면서 주인공이나 예가 될 만한 인물의 심리 상태를 말해준다. 그리고 나서 그 영화의 문제적 인물이 받았으면 좋았을법한 치료법을 바로 뒤에 설명해둔다. 거기다 여러 미술치료 그림들의 사진을 실어놓아서 이해를 돕는다. (영화를 설명할때도 여러 장면들의 사진을 옮겨 두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치료자를 위한 이야기들이 많고 책의 뒷부분에는 치료사를 위한 이야기들이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은 미술 치료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되며 치료를 받으러 찾아가는 사람도 아니어도 상관 없다고 한다. 다만 미술을 곁에 두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 하며 표현하는것.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한 도움을 주고 이해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도 아니며 치료사를 위한 책도 아닌 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나는 저자가 무척 깔끔하고 정돈된 성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장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 없이 잘 정리를 해 두었다. 마치 정성들여서 만든 문제집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어렵지 않고 이해도 쉬웠다. 다만 정말로 미술 치료를 통해서 환자들이 자신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책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책의 이후에 나올 2권과 3권에 나올 영화들을 미리 정리해 둠으로써 독자들이 책을 읽기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역시 저자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예로 든 영화들은 한편을 빼고는 모두 본 것이라서 비교적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워낙에 설명을 잘 해주어서 보지 않았던 마지막 영화도 읽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혹시 미술치료나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러나 어려운 책은 피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이쪽 계통에 완전하게 무지한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책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내가 팝콘 심리학을 읽을때 어떤 분께서 추천을 해 주신 책이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은 많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접근을 하지 못했는데 팝콘 심리학과 더불어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쉽게 설명한 저자들에게 감사하고, 추천해준 이에게도 역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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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4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5-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 저도 이 분의 다른 책들 찾아보려구요. 꼼꼼하게 또 어렵지 않게 쓰시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거기다 원래 슬쩍 관심이 있던 분야이기도 하구요. (정확하게 미술 치료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이걸 읽고나니 관심이 생기네요) 좋은 책 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