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비밀생활
수 몽 키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그러니까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을 일부러 찾아서 읽지는 않는 나지만 막상 읽게 되면 또 그럭저럭 꾸준하게 읽게 된다. 이 책 역시 양에 비해 읽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상을 많이 받은 책이며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의식을 따라하는 모임도 여럿 있다고 한다.

책의 배경은 1964년 미국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이제 막 열네살이 된 릴리는 지긋지긋한 아빠(그녀는 아빠를 티 레이라고 부른다.) 를 벗어나고 싶다. 어느날 자신을 돌봐주는 흑인 하녀 로살린과 함께 복잡한 일에 연루되고 이를 계기로 릴리는 엄마의 유품인 블랙마돈나 사진의 뒤에 적혀진 지명으로 엄마의 흔적을 찾아서 떠난다. 릴리의 엄마는 릴리가 어릴때 아빠와 다투다가 총을 떨어뜨리고, 이걸 어린 릴리가 방아쇠를 당겨버려서 사고로 죽었다. 릴리는 자신의 실수인지 아빠가 그랬는지의 기억이 전혀 없고 다만 자신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믿는다. 릴리는 로살린과 함께 블랙 마돈나 그림의 뒤에 적혀있는 도시로 가고 거기서 블랙 마돈나 그림을 레벨로 붙여서 꿀을 파는 흑인 자매들을 만난다. 이런저런 거짓말로 둘러댄 릴리는 로살린과 같이 이 흑인 자매들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양봉을 배우고 흑인 소년을 좋아하게 되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릴리는 자신과(비록 사고였지만 엄마를 죽인) 자신의 엄마를(잠시나마 자기를 버려두고 도망을 갔던) 용서한다.

책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다. 흑인과 백인과의 갈등도 딱 열네살 소녀의 눈에 비친만큼이고 잭이라는 흑인 남자아이를 남몰래 좋아하게 되지만 그것 역시 순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을 벗어나서 흑인 자매들과 함께 양봉을 하며 지내는 릴리는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을 접하게 된다. 성질 고약한 아빠와 로살린이 전부였던 릴리의 생활에 변화가 오고 그만큼 릴리는 자라난다. 그리고 마침내 견딜 수 없을꺼라고 생각했던 엄마에 관한 일. 즉 자기 스스로 기억하는 진실이 아닌 사람들이 알고있는 사실을 맞닥뜨릴 준비가 된다. 그게 실은 안듣느니만 못했던 사실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릴리 또래의 애들이 읽기에는 위험하지 않나 싶다. 왜냐면 릴리는 집을 나오고도 조금도 고생을 하지 않고 단박에 친절한 흑인 자매들을 만나 양봉을 하며 그야말로 꿀같은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거나 온곳으로 되돌아 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의 가출은 절대 그렇게 좋은 사람만 만나고 그 사람들이 마치 부모라도 되는 것 처럼 보호해 주지 않는다. (허나 어른들이 읽기에는 많이 약하다. 나 역시 읽는 내내 '약해~' 를 입에 달고 있었다.

책의 겉에 적혀있는 만큼의 찬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한 책이었다. 적어도 아주 재미없거나 지루하진 않았으며 여러 인간군상과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 몽키드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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