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 - 냄새의 문화사
콘스탄스 클라센 외 지음, 김진옥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향수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향수 광고들은 100% 이미지 광고라는 것이다. 광고 어디에도 자신들이 팔고자 하는 향에 대해 말해주는 대목은 없다. 다만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혹은 말초적이며 자극적인 이미지만 등장 할 뿐이다. 어떤 광고이던간에 제품의 설명없이 전체가 다 이미지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동영상 광고에서 표현하지 못하면 하다못해 지면광고라도 이용해서 제품을 설명하려 드는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왜 향수는 그냥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그에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오감중에서 가장 등한시되어온 것은 바로 후각이며 덩달아서 향, 혹은 냄새도 언어적 표현력을 가지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그에비해 시각의 경우는 상당히 발달하여 세상의 어떤 색이던 간에 문자로 설명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향은 이와 반대이다. 어떤 냄새를 설명하려고 할 경우 시각적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이것은 바로 냄새가 등외시 되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를 끌고와서 설명을 한다. 아기냄새라고 했을때 분유냄새 혹은 우유냄새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설명해 내지는 못한다. 색의 경우는 누구나 설명할 수 있는것과 달리 향 혹은 냄새는 적절한 표현법을 찾기가 몹시 힘들다.

아로마 냄새의 문화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식으로 향을 즐기고 냄새를 표현했는지를 말해준다. 자주 씻지 않았기 때문에 향수가 발달했다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속에 오해받고 있었던 고대 향수문화부터 시작해서 냄새는 문화와 예술은 물론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었다.

그렇다면 냄새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왜 극도로 퇴화되었을까? 이는 다윈의 진화설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다윈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후각적 기능을 거의 상실했으며 이는 인간에게 크게 쓸모가 없는 기능이었으므로 퇴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이나 냄새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후각은 인간에게있어 그다지 쓸모가 없는 기능이며 이를 연구하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이자 원시적이라는 호해를 받게 된 것이다.

예전에 향수라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이 빅히트를 치면서 갑자기 국내에 냄새와 향에 관한 붐이 인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향을 이용했던 주인공은 결국 그 재주를 나쁜곳에 썼으며 정상인보다 상당히 사악한 인간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결국은 냄새에 관한 또 하나의 나쁜 선입견을 만들었다. 책이 워낙 흥미로웠고 또 무관심했던 냄새에 관해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살 만하지만 정작 향이나 냄새에 관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결코 냄새를 미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등한시 했던 부분에 대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냄새의 역사를 상세하게 서술해놓았다. 냄새는 소설책에서 처럼 누군가를 죽이거나 혹은 유혹하는 곳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말해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수많은 냄새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맡지 못하던 악취나 갑자기 나타난 향기만 잠시동안 느낄 뿐이다. 만약 후각이 지금의 인간에게 있어서 그리 약한 기관이 아니었더라면(후각은 쉽게 마취가 된다. 같은 냄새를 장시간 맡으면 우리의 코는 그 냄새를 더이상 지각하지 못한다.) 냄새는 지금보다 좀 더 발전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을 것이다.

책이 다소 두텁고 내용도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그간 향을 흥미위주로 다룬 책들과는 달리 상당히 진중하다. 향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같은 트랜디함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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