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49, 클리오님 (혹은 아직 돌이 안 된 첫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_ 그림책편




사실, 
책만한 장난감이 또 어디 있겠어요!

아이가 지금 책을 책으로 인식할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단, 좋아하는 놀잇감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무엇, 중에 하나라는 사실도요. (사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탐구의 대상이고 놀잇감이고 뭐 그러지 않겠어요? )
아이 주변에 책을 가까이에 두어야 하고, 잘 정리해놓는 것이 아니라 마구 펼쳐놔야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책이 아이가 가지고 노는 가장 위험한 장난감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서리가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언제든지 아이가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종이 날은 쉽게 베이게 되고요. 동그랗게 모서리를 처리한 책도 책등의 경우는 각이 져 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책을 줄 때 뾰족한 모서리는 바닥에 내리쳐서 뭉그러트리고요, 손이 벨 염려가 있는 종이는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면 된다지요) 그렇다면 헝겁책만 가능하다는 말인가?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헝겁책은 모서리 위험이 없다지만, 헝겁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물고빨고 하는데, 과연 염색료는 안전한가,에 대해서 말이죠. 하하, 이렇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지요. 세상에 안전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가정을 가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지인의 말에 고개 끄덕였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님.
그래서 저는 아이가 앉을 수 있는 상태, 그러니까 적어도 4,5개월 즈음에야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멀찍이서 보여주는 것만 했고요. 손놀림, 팔놀림이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쥐어주었다가 책을 얼굴이나 제 다리에 놓친다거나, 혹은 저 혼자 중심 잡고 앉아 있는 것이 서툰 상태에서 책을 잡고서 넘어질 경우에 생기는 위험을 생각해보면 아찔했거든요. 그래서 혼자 앉아 있는 일이 안정적이 되기 전에는 그저 보는 것,으로만 인식을 시켰어요. 아이를 기대어 앉혀놓고 저는 그 앞에서 책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최근에 들어서야 아이가 책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그저 '보는 것'으로만 인식을 시켜서그런지 책을 보여줘도 덤벼들지 않아서, 오히려 만지게 하기 위해서 몇 번의 연습이 필요했다지요. 지금은 그래서 처음부터 보여주었던 책을 펼치면 의젓하게 앉아서 바라보고요, 만지게 했던 책을 꺼내면 제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그러니까 아이도 만질 수 있고/없고의 개념이 생기게 되었고요.

일단, 지금 제가 아이에게 잘 보여주었던, 잘 보이고 있던 책을 소개할게요.
그러나, 제가 체계적인 순서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라고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육아,라는 것이 엄마의 취향, 엄마의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는 거 아시지요? 책을 보여주는 일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취향, 엄마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답니다. 저 역시 제 스타일을 따른 책 선정이 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감각 쑥쑥 그림책 - 전6권>
   우리아기 최초의 그림책! 입니다. 130*125mm의 사이즈. <초점>, <색깔>, <모양>, <얼굴>, <아기물건>, <우리 집>으로 총 여섯 권. 부모를 위한 얇은 가이드북(이라 하기에는 뭣하고, 안내유인물 정도?의 분량)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초점>은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고, <초점>, <색깔>, <모양>은 병풍처럼 펼친책 편집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누워 있는 곳 주변에 주욱 둘러놔주기도 했고요, 시각자극을 위한 그림책을 보여주기 전까지 내내 보여주었던 책이에요. 이 여섯권 세트면 처음 시작하는 책으로 아주 무난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 다음 제가 보여주었던 책은,

   <고미 타로 아기 놀이책 2단계 -전 3권>
   <
고미 타로 아기 놀이책 - 전3권>

   고미 타로의 아기 놀이책이었어요. 사실, 이 책을 구입할 때 알라딘에서 할인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미리 구입을 해놓자, 하고서 구입했고 백일 즈음 되었을때부터 그냥 펼쳐놓았더랬어요. 가끔 빠르게 책장을 넘겨주어서 시각자극을 주었지만, 판형이 작아서 그런지 다른 책에 비해서 관심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건 최근입니다. 아이가 구멍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책에 있는 구멍(여섯 권 모두 책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에 손가락을 넣는 재미가 붙었기 때문이죠. 만약 이 책을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저처럼 두 세트를 한꺼번에 사지 마시고, 첫단계부터 보여줘서 아이의 반응을 보고서 2단계로 나아가도 될 듯 싶어요. 그리고 물론, 이 세트는 모두 낱권 판매가 가능하니까 한권씩 구입해도 상관없겠지요?!
1단계 : <
모두 안녕?>, <잡아 봐!>, <요술 손가락>
2단계 : <
뭘 하는 거지?>, <어떻게 잡지?>, <어디로 들어가지?
제 아이는 <모두 안녕?>과 <요술 손가락>, <뭘 하는 거지?>를 좋아해요. <요술 손가락>은 각 장의 바탕색깔이 색색이어서 아이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효과적입니다. 손가락을 넣어 읽어주는 재미도 제일이고요. <뭘 하는 거지?>는 구멍에 제 입술을 집어넣어;; 아이가 손가락을 향하게 하는 놀이를 하고는 있습니다. <모두 안녕?>은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인사하기를 보여주는 바람에 아이가 흥겹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세 권은 바탕색깔이 검정색이거나 구멍이 작고 많다거나 하는 이유로 아이가 아직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난이도가 조금 높다고 할까요. 아이의 개월수가 조금 더 지나면 가능할 것 같아서 지금은 아예 세 권을 꺼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5개월 즈음부터 보여준 건,

  

    뜬금없지만, 낱말카드 에요. 아이의 생애 첫 어린이날기념선물이기도 했는데. 아무튼,
   글자 부분이 아닌 그림 부분을 1초 정도의 간격으로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주면서 넘깁니다. 1회에 150여 장의 카드를, 하루 2회 정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는 아주 집중해서 잘 봅니다(어떤 때는 더 보여달라고 떼를 써서 한 회 더 반복해서 보여주기도 하지요). 단, 장난감으로 쥐어주지는 않아요. 관심도가 떨어져서 안 보게 될까봐요. 아무튼, 지금은 이렇게 보여주기,용으로 쓰이고 나중에는 한글떼기용으로도 쓰일 수 있겠죠.


 

   <삼성지능업 한글 낱말 카드 사물>
   <
삼성지능업 한글 낱말 카드 자연>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그림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 >
   <
판다야, 판다야, 무엇을 보고 있니?>
   에릭 칼의 그림책입니다. 아, 환상적인 그림책이어요! ^^
   그림은 양 페이지에 걸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색깔과 색감이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짱이었어요. 아이의 시각자극을 위한 책으로 보여주었는데, 아이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보일 경우, 일단 <갈색곰아- > 부터 시도해보시길요. <판다야- >는 <갈색곰아->에 비해서 조금 복잡한 색깔과 색감이어서 굳이굳이 따지자면 <갈색곰아->를 더 좋아하거든요. 페이지를 넘길때 운율을 살리면서 내용을 읽어줄 수 있고, 혹은 등장하는 동물 하나하나의 특징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표현하면서 읽어주는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과 비슷한 구성이기도 한

  후쿠다 토시오의 <나야 냐- >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현재 1번과 2번인 강아지와 돌고래 편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오른쪽에 링크 걸어놓은 건 시리즈 전부 총 4권을 현재 알라딘에서 이벤트 판매로 하고 있어서요. 아 아쉽습니다;; 저처럼 먼저 산 사람들은; 어쩌라고;;;)
<
내 뒤에 누굴까? 1>, <내 뒤에 누굴까? 2>, 
<
내 뒤에 누굴까? 세트 -전 4권 (퍼즐놀이 세트 + 키재기 자 + 캐릭터 벽보)>

단, 저는 아이에게 에릭 칼이나 로이스 엘럿 의 책을 먼저 보여주어서 그런지 처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힘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에릭 칼이나 로이스 엘럿의 그림책이 원색에 가깝다면 이 <나야 나- >시리즈는 파스텔톤(그러나 전혀 파스텔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에 가까워서 아이의 시선을 끌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몇 번 슬쩍슬쩍 보여주고 아이가 관심없으면 다시 집어넣어놓고, 다시 또 슬쩍슬쩍 보여주고 하는 방법을 반복했더니만 이제는 이 책도 아주 관심있게 잘 본답니다. 강아지보다는 돌고래편을 더 좋아하는듯요!

앞서 말한 로이스 엘럿,의 책을 꼭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
알록달록 동물원>
   <
알록달록 물고기>
   <
날개를 기다리며>

   위 세 권은 제가 구입한 순서대로에요. 그리고 이 순서대로 권하고 싶기도 하고요. 제목 그대로 <- 동물원>은 동물들을, <- 물고기>는 물고기들을, <날개를 기다리며>는 꽃과 나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 ^^
<알록달록 동물원>은 한장한장을 넘길때마다 동물들의 얼굴이 튀어나오는데요, 각 페이지마다 구멍이 크게 뚫려 있고, 바탕색깔은 모두 달라서 동물 얼굴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선명한 색깔과 도형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에 좋을 책이고요.
<알록달록 물고기>는 숫자연습을 병행 할 수 있지만(저는 물론 그 목적으로 구입한 건 아니고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고리 모양과 더더욱 다양하고 아름다운 물고기의 색깔 때문이라도 이 책은 훌륭하다고 생각이 되어요. 한 페이지마다 물고기가 한 마리씩 늘어나고 있고, 그 물고기들의 눈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요즘 구멍에 심취한 아이가 물고기의 눈에 손가락을 넣는 재미까지 있어서 참 좋아라 하는 책입니다.
<날개를 기다리며>는 아주 큰 판형입니다. 305*260mm. 꼴라주 형식으로 그려진 꽃들과 나비에 대한 묘사는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나비가 알에서 애벌레, 고치, 나비로 발전하는 단계에 따라서 꽃밭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데 각 페이지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나비와 꽃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화면 구성이 아이를 흥분하게 하더군요. 제 아이는 이 책을 펼치면 페이지 속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지금은 시각자극을 위한 책이지만 조금 더 지나면 자연에 관한 책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루이스 앨럿의 책은 권하고 싶습니다. 단, 다른 외국작가의 책들처럼 원서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CD가 첨부된 것, 보드북인지 페이퍼북인지 종류가 다양하니까 잘 판단하셔야 할 부분이기도 하겠고요.

그리고 모든 엄마들의 이구동성,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의 주인공-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 입니다.


   <달님 안녕>, <싹싹싹>, <손이 나왔네>
  모든 엄마들의 하는 말. 처음엔 이런책을 좋아한다고들 해서 의아했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더라. 인데요, 저도 반신반의하면서 이 책을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제 아이는 별로- 시큰둥이더라고요. 아, 역시 내 아이는 달라! 괜히 그런 기분마저 들기도 했어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뿌듯함- 뭐 그런 것도 느꼈고요. ^^그런데요, 님. 어느날 문득 제 아이가 이 책을 보면 활짝 웃더란 말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페이지 속에 있는 노란 달이나 아가, 토끼를 가리키면서 신나 하는 겁니다. 하하, 제 아이라고 특별할 게 뭐 있겠습니까! 단, 아이들마다의 취향이 다르기때문에 분명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는 아가들도 있답니다. 그리고 제 아이처럼 좀 늦게 반응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저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다른 책들을 먼저 보여주고 이 책을 나중에 보여준 편이어서 아이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야시 아키코의 책은 무척 많지만, 저는 이 세 권을 구입했고 아주 만족합니다. 달님 안녕,을 볼 때 달님을 가린 구름을 아이가 손으로 치우려고 할 때의 감동을, 님도 느껴보시길요^^

   <화물열차>
   아주 단순하고 간략한 책입니다. 한 문장씩 읽어주고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를 발음해요. 아이가 이 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보여주는 동안에는 꼼짝없이 아주 잘 집중해서 봅니다. 단순, 간략, 명료한 그림책.

  <낱말 소리 그림책>
   한 페이지에 동물이나 사물의 그림이 유화풍으로 그려져 있고, 첨부된 CD에는 그 동물이나 사물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CD로 들려주는 소리의 시간이 고르지 못해서 다소 산만해질 염려가 있기는 합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인식시켜주시려는 목적이 있다면, 이 책 권할만 합니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의 책은 무척 많습니다. 유아,를 위한 책도 많고요. 그런데 가장 유명한 <프레드릭>을 제일 먼저 고르게 되었어요. 내용이 아주 아름다운데, 아쉬운 건 시각적으로 그리 화려하지 않아 아직 돌 이전에는 힘든 책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거물거물 잠이 올때 슬쩍슬쩍 펴보여주면서 귓속말하듯이 읽어주기에는 아주 딱!인 책입니다. 현재 저는 그렇게 이 책을 보여주고 있고요.


   <갯벌이 좋아요>
   <프레드릭>이나 이 <갯벌이 좋아요>는 현재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보이는 책이 아닙니다. 내용적으로 접근해야 좋은 책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조금 미리미리, 제가 좋은 책 위주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은 병풍책 역할을 위해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책 중간에 두 페이지를 연결해서 병풍처럼 펼치는 부분이 있어요. 바닷속 풍경이 환상적으로 펼쳐지거든요. 그 장면을 위해서 구입한 책이랍니다.

 

  <새색시>와 <다녀오겠습니다>
   <새색시>의 그림에 홀딱 반했던지라(이 책은 결혼 전에 구입했던) 아이와 함께 보기 위해서는 <다녀오겠습니다>도 구입을 했습니다. 이런 그림을 뭐라 해야하나. 세밀화라고 해야하나요? 하나하나 사질적으로, 디테일하게 처리된 그림 앞에서 저 혼자 좋아라 하는 그림책입니다^^; 음,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다녀오겠습니다>는 돌 이전의 아이에게도 권할만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림이 선명하고 명료하거든요. 왼쪽에 짤막한 어구 두어개. 오른쪽에 그림. 이런 형식으로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밥 먹고 옷입고 인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표지의 그림이 모두 마치고 인사하는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고요.

아이가 직접 책을 넘길 수 있게 되었을 때, 책을 하나의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위해서 보여준 책은

 <소풍놀이 가방>, <병원놀이 가방> 입니다.
  사실 페이지수는 네 장에 그림도 세련되지 못한 그림인데, 각 페이지에 사물 하나씩 퍼즐처럼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초기 퍼즐놀이의 형식인데. 오마나, 아이가 열광을 할 줄이야! 똑똑 떨어지는 퍼즐조각에는 다른 재질로 구성되어 있어 촉감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가 책 자체를 가방으로 들고놀기도 가능하고, 각 퍼즐 조각을 손에 쥐고 노는 걸 좋아라 해서 장난감 상자 속에 넣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장난감 상자에 넣는 책 중에 또 하나는,

 
   <
Let's go to the Supermarket> 헝겁책입니다.
   헝겁책의 기본적 형태를 충실히 따르고 있고, 각각의 페이지에는 끈으로 연결딘 사물들이 있습니다. 통조림 안에는 생선이, 과자봉지 안에는 포테이토칩이, 빵봉지 안에는 바게트가 들어있어요. 거울놀이를 할 수 있는 은박, 빠스락소리가 나는 부분, 천을 덧대어 부분적으로 펼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중앙에는 조그만 아가가 달려있기도 합니다. 원색의 색깔, 촉각 자극을 주어서 장난감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해냅니다.
ㅡ 현재 알라딘에서 이 책은 품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
Brush Your Teeth>, <What's in the fridge?>는 절판이 아니네요. 이 뿐만 아니라 헝겁책은 두어권 정도 있으면 아이가 즐겁게 놀지 않을까 싶어요.


   <메이지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와 <메이지가 수영장에 가요>
   아주 단순한 플랩북입니다. 한글, 영어 이중언어로 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아이가 잡을 수 있는 작은 플랩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단, 저의 아이처럼 힘이 세면 부북- 하고 뜯기도 하지요^^ 메이지 시리즈는 무척 많아서 고민을 하게 하는데요, 직접 서점에서 본 후에 구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고요, 혹, 그럴 상황이 못된다면 일단 <- 크리스마스>만 권합니다. 저 <수영장- >은 아직 8개월된 제 아이가 소화하기는 조금 어려운 듯요. 안그래도 지금 <
메이지의 반짝반짝 쭈글쭈글 셈 놀이 촉감책>을 구입할 예정인데, 이 책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요즘 아이가 열광! 하고 있는 팝업북! 바로


   <깜짝깜짝! 색깔들 과 <1부터 10까지>입니다.
   이 책, 아주아주 훌륭합니다^^ 처음에는 보여주는 것만 하다가 차츰 아이가 직접 손으로 열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알아서 방향에 맞게 팝업창을 열어 그 속에 숨겨진 그림을 본답니다. (다행히 제 아이가 아직은 얌전해서 찢지 않아서 계속 볼 수 있습니다만) 작고 소박한 팝업북 같지만, 그래서 지금 또래의 아이에게 즐거움과 흥미를 일으키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책소개를 보면 팝업내용, 구성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고요. 동영상으로 미리보기까지 가능하니까 참고하시길요.

 

   <모여라 꿈동산>이라는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책을 펼치면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어요. 그 구멍에 얼굴을 넣어 가면놀이가 가능한 책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된 책은 이 책 외에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 앞에서 이 책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놀면 아이는 깔깔깔 뒤집어 집니다^^
   가면놀이용 책,도 한 권쯤 있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엄마들의 열광 스탠다드 도서, <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보드북)>입니다. 저는 선물을 받았는데요, 제가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인지, 아이가 별 반응을 안 보여줘서 아주 안타까워 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일단 한 달여간 안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가 별 반응을 안 보일때는 시간을 두고서 다시 보여주면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벌써 '경험!'으로 안다는 것이죠^^ 그림은 아주 귀엽고, 제목 그대로 12 띠 동물들이 눈을 가리고 있다가 '까꿍!' 외치면서 등장하는 형식의 그림책 입니다. 새 버전의 까꿍놀이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전래자장가 자미 잠이>와 <동요 그림책>은 강추! 입니다.
   전래자장가의 구수한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 아, 그런데 어떤 엄마들은 이 전래자장가가 '무섭다'라고 느끼는 엄마들도 있더라구요. 그런 개인차,가 있다는 거 일단 알아두시고요. 이 전래자장가가 익숙해지면 CD를 틀지 않아도 입에서 저절로 웅얼웅얼- 가락이 나온다는 거! 강추에요!

그리고 <동요 그림책>은 동요듣기와 그림책보기가 다 가능한 책인데요. 각 노래마다 그림들이 다 다르게, 다른 작가들의 다른 화풍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그림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주 좋다는 것. 총 30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한 번은 노래가 나오고, 그 다음은 노래없이 연주만 나와 따라부르기가 좋게 되어 있습니다. 귀에 익은 동요들, 익히 알고 있는 동요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음치엄마들의 걱정을 붙들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요풍의 동요,가 아니라는 것에 가장 큰 박수를요! 그림, 노래가사, 악보, 간간히 그 노래에 맞는 율동설명까지 수록되어 있답니다.

 

   <우리 엄마>
   내용이 단순해서 이 정도의 앤서니 브라운 책은 아이에게 보여줄만 한 책이더라고요. 반복되는 꽃무늬패턴을 아이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출판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입할까어쩔까 하고 고민하는 나날들이기도 하지요.


   <즐거운 비>
  서세옥 화백의 수묵화를 담은 그림책인데, 화려한 색깔과 색감에 길들여지기 쉬울 듯 싶어, 그림책을 안 보여주는 날에는 이 책만 보여주곤 합니다. 저 혼자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는^^ (이건 제가 포토리뷰를 해놨으니 참고하시길요)

 

 
    <구름빵>
   이 책도 아주 훌륭합니다. 너무 좋아요. 아이가 내용을 알 수 있을 때 보여주면 더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자주 보여주지는 않아요. 현재 아이가 이 책을 본다는 건 그저 그림만, 시각자극만 얻는다는 것인데, 그렇게 길들여져서 내용과 함께 봐야 할 때 흥미를 잃을까봐 말이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좋아하게 될 책임에는 분명한 책!


미안하지만, 아직은 보기만 하거라,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딩 CD 1장 포함)>과
   <
오즈의 마법사 (리딩 CD 1장 포함)>
   알라딘에서 두 권을 세트 판매 했던 적이 있어서, 질렀던 책입니다. 이 현란하고 아름다운 팝업북을 생후 12개월도 안 된 아이의 손에 넘겨줄 순 없습니다ㅠ.ㅠ 뭐랄까, 엄마들의 만족을 위한 책이랄까요;; 그냥 지금은 아주 멀찍이서 보여주기만 하는 책인데요^^: 한 일년만 더 있으면 아이의 손에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그저 저 혼자 몰래 펼쳐보는 책으로 만족을;; 그런데요, 그저 보게만 해도 아이가 아주 큰 흥미를 보인다는 것.

 



   이렇게 주욱, 제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책을 열거하다보니, 뭐 별거 없네요^^ 그림책을 좋아해서 결혼 전부터 많이 사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보니, 제가 좋아한 그림책들은 그림보다는 내용 위주의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아이에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아이가 보여주는 대로 얌전히(얌전한 아이는 절대 칭찬이 아니라고 하더라만요) 잘 보아주어서, 책 보여주는 걸 좋아하고, 책과 노는 것을 좋아라 해서 저도 많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적절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저도 공부를 많이 하고, 또한 나름대로 욕심도 부리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 역시도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인지라 좌충우돌, 실수도 많아 늘 조심스럽고 또한 긴장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예전 다른 님과도 말했듯이 책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요. 책에 함몰되는 게 아니라, 세계의 여러 관계 중에서 그저 하나의 관계로 형성되기를 바라거든요.


   제 아버지는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분이셨어요. 책이 아니면 신문이나 어린 제가 쓴 일기장이나 젊은 딸아이가 읽는 패션잡지라도 들고 계셨던 분이었죠. 그리고 그런 모습은 지금도 여전하시고요. 저의 독서습관은 바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얻게 된 셈이고요.
   생각해보면요,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앞에서 책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실천사항이라는 것입니다. 그 덕에 제 책은 이미 벌써 아이가 구겨놓고 찢어놓은 페이지가 가득입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앞에서 책을 읽는 엄마(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 님도 저도 절대로 잊지 말기로 해요!

 

ㅡ 이렇게 해서 님에게 띄우는 장문의 편지를 접습니다. 사실, 이 두 개의 페이퍼 (장난감편/ 그림책편)는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사항이 되겠죠. 앞으로 계속 추가되어야 할 사항이니까 말이에요.
첫아이를 둔 초보 엄마로 사는 일은, 때론 참 고단합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힘들기때문에, 나 혼자 힘든 게 아니라는 자격지심, 그런데도 요즘 엄마들은 모두들 어쩌면 그렇게 다들 똑똑하고 부지런한지 늘 나만 뒤떨어지고 나만 부족한 엄마가 되는 것 같은 스트레스도 적잖고요. 뿐인가요,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일상을 보내면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의 자존을 상실한, 그래서 마치 자아를 잃은 개인으로 폄하되기도 일쑤구요. 그런 고민을 털어놓을라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배부른 투정이라고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도 하고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찾아 다닐라치면 내가 원하는 대화의 장이라기 보다는 험담, 혹은 자랑하기로 양분된 게시판이 힘겹기도 하고요. 내 맘에 꼭 드는 무엇,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

그래도 엄마들은 오늘도 웃습니다. 또한 엄마란 존재는 아플 자격도, 아플 권리도 없다니까 엄마들은 오늘도 건강해야 하고요. 님. 우리, 잘 해내겠지요?
힘 내자는 말입지요! ^^

 

님에게 편지를 쓰는 과정이 제 일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점. 저 역시 심심한 감사함을 전해요! ^^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 같습니다. 예찬이와 맞이하는 새로운 계절, 그 첫번째 가을을 신나게 만끽하시길, 기원할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이비 위스퍼 - 행복한 엄마들의 아기 존중 육아법 베이비 위스퍼 1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두달 있으면 우리 아기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출산이라는 경험을 하고,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임신 중기쯤 돼서는 무거워지는 내 몸에 적응하느라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임신 말기가 되었다. 주변의 친구들의 경험담이나 육아 까페의 후기글들을 보면 너무나 두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애기가 밤새 안자고 울면 어쩌나, 아프진 않을까...사소하게는 애기가 모유먹다 젖꼭지를 꽉 깨물면 어쩌나, 나는 과연 애기 낳고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나 있을까, 말도 안 통하는 애기랑 하루종일 어떻게 있나...이런 생각까지.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대책없이 무서웠다. 이런 두려움이나 공포감은 아마 아빠들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책임감이 커지겠지만..)  이런 걱정은 결국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은 커녕 그냥 '엄마'가 될 수는 있긴 한걸까라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 친구가 애기를 낳자마자 미니홈피에 쓴 글도 나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엄청나게 달랐다는 것. 그래서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것. 그 글을 읽고 나는 더욱더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차에, 태교 삼아 동화책 몇권을 구입하려고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 이전부터 이 책 제목은 알고 있었으니 재발견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이야말로 딱 나같이 막달에 가까운 사람이나 막 태어난 신생아가 있는 엄마들에게 딱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꼭 전공서적을 읽는 것처럼 온갖 군데 밑줄을 그어가며.

책의 내용은 정말 내가 사소한 것까지 걱정했던 딱 그 수준부터 신생아를 돌보는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구체적이면서도 한 가지 철학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었다. 그 관점은 너무나 맘에 들었다. '아기 존중' 그리고 '아기가 가족이 되는 것이지, 가족이 아기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다른 일반 육아서처럼 백과사전이나 전과 같은 편집은 아니어서 곁에 두어도 해당 항목을 찾으려면 여러번 읽어야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처음처럼 그렇게 출산과 육아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모 방송에서 방영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도 결국, 해답은 부모들에게 있었다. 결코 아기가 이상해서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가끔 그 프로그램을 볼 때 느꼈는데, 신생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러나 정작 이런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육아책은 별로 없다. 그건 어쩌면 엄마를 무조건적 희생자로 그리는 사회 풍토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고마왔던 건, 엄마의 삶과 아기의 삶 모두를 존중하고 서로가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짚고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기능적이고 궁금증을 즉각적으로 풀어주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답답함을 풀어주는 시작 단계부터 알려주었다. 열심히 읽고나서, 앞서 말한 친구에게도 선물을 했다. 그 친구도 아마 나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친정엄마나 그 어떤 산부인과 의사보다도 내게 훨씬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결한 할리우드 - 악동 감독 케빈 스미스의 미국 문화 뒤집기
케빈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악동 감독 케빈 스미스의 미국 문화 뒤집기'라는 부제가 붙은 <순결한 할리우드>를 읽다.

케빈 스미스가 누구냐면, <점원들>, <몰래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 <저지 걸> 등을 찍은 감독이다. 나는 그의 작품 중, <점원들>과 <체이싱 아미>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점원들>의 편의점 장면들 외에는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볼 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나도 한때는 영화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보다 영화를 좋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잡지도 꼬박꼬박 사보지 않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가끔 캐치온에서나 보는 그런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1년에 영화관에 한번이나 갈까 할 정도가 되고 나니, 내가 과연 부산영화제 기간 내내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본 적이 있던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내가 아주 간만에, 영화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물론 약간의 가십성 책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예전에 읽던 책들처럼 작가주의가 어쩌고 그런 책이었다면 못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순결한 19>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 케빈 스미스는 자신의 신작 영화 캐스팅 비화에 얽힌 배우들의 뒷담화부터 자신의 적나라한 사생활 공개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한 줄 건너 한 번씩 나오는 욕설(-.-)이 거슬리고 온갖 야한 상상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문체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내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남았다.

그는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처럼,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장소(뉴저지)와 그 시절(고등학교 때)을 자양분으로 사는 사람이었다(아주 특출난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의 사람들은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 중, 프로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그런 사람들과 일하기를 즐겨하고 그들을 칭찬하기 바쁘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취향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하며,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그런 점에서 이 표지를 이우일 씨가 그린 것은 훌륭한 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가 '영화'감독이라서 이 글이 특별해 보이지만(가십성 거리들이 많으니까) 내게는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우리들 삶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영화'감독의 삶도 나와 같다..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인생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나와 같은 일반적인 삶을 바라보는 재미..그게 바로 이 책 <순결한 할리우드>의 매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 - 문화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15
오은경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건, 빅백(Big Bag)이다. 직업 특성상 온갖 책, 사전(!), 펜, 수첩, 화장품, 지갑 등등을 마음껏 가지고 다니려면 빅백이 필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큰 백을 들고 다니면 저녁때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필통도 1/5로 줄이고, 화장품도 안가지고 다니게 되고(-_-), 될 수 있는 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가지고 다니는 책도 문고본이거나 이라이트 종이를 쓴 책이 좋더라.

그런 의미에서 프로네시스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지식전람회' 시리즈는 내 취향에 맞는 문고본이다.  그래서 즐겨 읽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가장 최신간인 <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이다. 9.11 이후 전세계적으로 이슬람이 이슈가 되면서, 이슬람 관련 책들을 하나둘씩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에(이제서야! -_-) 문고본으로 나온 것을 보고 반갑게 읽게 되었다.

크게 3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이슬람에서의 여성의 삶이 무엇인지, 이슬람 여성의 삶의 대표적 아이콘인 베일의 역사와 그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슬람이 베일을 포기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60쪽이 채 안되는 이 책에서 이러한 어마어마한 주제의 내용을 만족할 만큼 다루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좀 더 다양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의 모습과 생생한 목소리를 원했는데, 이 책의 저자와 출판사는 이슬람에 대해 궁금한 '완전' 초심자들을 위한 개론 위주로 책의 컨셉을 잡은 듯 했다. 다만 각 나라별 베일 쓰기 현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면, 그걸 계기로 어렴풋이 '중동'이라고 불리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현재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은 있다(여기에는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정도의 이야기만 나온다).

여러모로 못내 아쉬웠지만, 2차 대전 이후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를 벗어나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인 중동, 아시아 등의 어지러운 현실 정세, 혹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9.11로 대변되는 문명의 충돌 같은 현상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베일'을 보고, 그 베일을 써야만 하는(혹은 벗어야만 하는) 이슬람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단순히 서구의 인권 운운하는 논리가 아니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인상적인 책이었다. 또한 이런 개론서 성격의 책들이라도 중동 지역이나, 동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한 현상이라는 점에서도 이 책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 책에 나온 일화 중 충격적인 사실은, 불이 났는데도 부르카를 하지 않았다고 집안에 갇힌 여성들을 구하지 않은 소방관이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의 생명이나 직업 윤리(이건 부차적이겠지만)가 종교적 가치나 민족주의보다 더 못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고, 터키 같은 나라에서 저항의 의미로 더 베일을 쓰고 다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단순히 문화상대주의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걔네 풍습인데 내가 말해 뭐해 이런 차원에서 말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천에 불과한 베일이라는 것이 내포하고 있는 그 수많은 의미들 때문에 쉽게 베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현실은 어쩌면 유럽과 미국의 주류 백인이 아닌 전세계인들의 아픈 현대사이자 살기 퍽퍽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속상했다.

이 책은 이슬람과 이슬람 여성들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가볍지만 무겁게 읽을 만한 그런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의 집을 찾아서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2
한젬마 지음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살다보면 잘 알지 못하면서, 편견을 갖고 접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나는 이 책이 우리가 갖고 있는 그런 편견을 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편견이라는 것이 하나는,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 '한국화'에 대한 편견이며, 또 하나는 글쓴이 한젬마에 대한 편견일 것이다(한젬마 개인에 대한 편견의 일화는 책 속에 작가K와의 일화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서양화가들이나 서양미술사 관련 자료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한국화(동양화가 절대 아니다)나 한국미술사 관련 자료들은 찾아보기 힘든 그런 상황, 그리고 대부분 한국화란 고루한 동양화(사군자나 산수화 류의)라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 현실을 애통해한 저자는 우리 화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우리의 미술에도 역사와 전통, 그리고 변혁이 담긴 작품과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이 책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잘 기획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서양미술 일색의 대형 기획전이 넘쳐나고 서양미술사 책을 달달 외우게 된 현실에는 일견 출판계의 잘못도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 반갑다고나 할까.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해외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늘 아쉬운 게 전통과 역사의 보존이다.  급격한 근대화, 도시화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역사'는 과거의 것이고, 현재는 늘 현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의 현대가 언젠가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란 그저 묻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과거란 늘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전체적인 시각 탓에 우리의 현재는 늘 사라지고 만다. 불과 몇 년 전의 것들도 자료 찾기가 힘들고  몇 년 전 있던 멀쩡히 있던 건물도 없어지는 현실은 그런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 의함일 것이다. 이는 식민지 이후, 생겨난 어쩔 수 없는 사회 현실이겠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런 시각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민소득도 1만 6천불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성장과 개발이 우선이 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100년 뒤, 지금의 역사가 기록될 역사책에는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전락한 서울만이 남아 있을 것 같은 게 요즘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미술사를 뒤돌아보는 측면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과거 인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 곳곳에 나오는 작가의 화실, 생가 등의 흔적의 소재가 개발의 논리 또는 이러저러한 논리로 없어지고 공개되지 않는 것들이 그저 안타까움으로 남는 게 아니라 이런 인식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까지 다다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런 질문이 역사학이나 사회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같은 미술계에서 나왔다는 그래서 대중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한젬마의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어떻게어떻게 해서 알고 있는 한국화계의 현실에서 이러한 시각을 간직한 채, 발로 뛴 저자의 노력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미술(사)’라는 한 주제에 관한 여러 겹의 편견(필자에 대한 것 포함해서)을 편안하고, 쉽고, 공감할 만한 수준으로 잘 서술한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내가 주로 읽는 역사 분야에만 역사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요즘은 음악이나 여러 분야에서도 이러한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까지 포함) 필자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더 반가웠다고나 할까. 앞으로 한젬마의 또 다른 책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