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 225
후지노 지야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아쿠타카와 상 수상작! 인줄 알고 빌렸는데, 알고보니 그 상을 받은 것은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평이 아주 좋아서 호기심에 빌렸는데, 사실 책은 그냥 무난했다. 

 

SF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장르문학이라고 보기엔 너무 그쪽에 발을 담그고 있지 않다. 그냥 간단한 양념정도로만 SF적 소재를 차용하는 것뿐이다. 인물의 내면이나 큰 네러티브가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만큼은 아주 뛰어났다. 주인공과 그녀의 동생이 처한 상황 자체가 아주 독특했기 때문에 재미있게는 읽었다만, 그 이상의 뭔가를 얻지는 못했다. 네러티브 자체도 아주 희미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내용이 조금 더 많았거나 아예 단편으로 했다면 조금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의 시대 -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제자백가의 귀환 1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중국의 제자백가 사상에 대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나름대로 한 공부에 대해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이번 기회를 통해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그런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사상에 대한 시리즈 도서로 이것이 그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첫 번째 권이라고 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들의 사상을 훑는 동시에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말한다. 춘추전국 이전엔 어떤 시대가 있었으며, 이러한 다양한 사상들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은 어떠한가를 알아본 후 그 뒤로 아주 간단히 유가, 도가 등등의 사상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라고 썼지만 왠지 오늘 몸도 별로 안 좋고 책에 대한 흥미도 없어서 그랬는지 꾸역꾸역 읽었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나 싶었는데, 그보다는 다양한 사상의 소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명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영 읽히지 않았다. 아직 철학을 읽기엔 내 참을성이 부족한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일야화 1 열린책들 세계문학 136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틈틈이 고전들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빌려 보았다. 

 

원작은 6세기경 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모은 <1001의 밤>이 아랍어로 번역되어 내려져 온 것이라 한다. 뚜렷한 작자는 없으며 아마 여러 명의 이야기꾼이 짓거나 모은 이야기들이 모여 이 작품을 이뤘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한다. 아랍에서 ‘1001’이라는 숫자는 ‘끝없는’, ‘무한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이 서구세계에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를 통해서였다. 앙투안 갈란은 18세기 초 불어로 이 작품을 번안하였고, 본래 <1001의 밤>에는 없었던 ‘알라딘과 이상한 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의 이야기를 임의로 여기에 삽입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그 후 시간이 흘러 19세기 말 리차드 버턴이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제목으로 다시 이야기를 번안했고, 그 이후로는 유럽권에서는 <아라비안 나이트>가 더 널리 읽히게 되었다고 한다.  

 

원작으로만 쳐도 벌써 1500년이 넘은 작품이라 처음엔 읽기 힘들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그 고민을 날려버리듯 아주 쉽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읽기 좋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왕비의 부정을 목격한 칼리프 ‘샤리아’는 여성을 믿지 않아, 매일 새로운 처녀를 왕비로 맞이하고 그 다음날 그 여성을 죽인다.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재상의 딸 ‘셰에라자드’는 자진하여 ‘샤리아’의 침소로 찾아간다. 그리고 기지를 발휘하여 그녀의 동생 ‘디나르자드’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길 칼리프께 청한다. 그리고 해가 뜨기 직전 미리 짜둔 대로 ‘디나르자드’는 언니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청하며, 이 긴 소설은 시작된다. 

 

‘샤리아’의 이야기 자체도 아주 흥미롭지만,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들은 더욱 재밌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짧다. 긴 이야기들도 작은 이야기들의 합이 모여 이루는 만큼, 모든 이야기가 짧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짧은 만큼 짜임새가 좋고, 버리는 것(버리는 복선)들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아주 재밌다. 똑같은 상황-선을 행하건 악을 행하건-에 놓인다고 해도 모든 이야기들이 동일하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들이 단순히 교훈적이지만 않다. 꼭 선을 행한다고 선으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샤리아’가 ‘셰에라자드’를 죽이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특히나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과거에 이런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는 얼마나 컸을까.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에서 고작 첫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 규장각 교양총서 5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서재길 책임기획 / 글항아리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란 곳에서 나오는 국사관련 시리즈 도서들 중 한 권. 전에도 썼지만, 역사에는 거시사와 미시사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배우는 것들은 거시사. 멀리서 본 역사의 대략적인 흐름인 것이다. 미시사는 말 그대로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아닌, 역사의 기저에서 그 흐름을 만들어 냈던 나와 같은 평범한 한 사람들 한 사람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미시사적인 측면에서 조선 시대를 바라본 책이다. 그리고 그 테마는 제목 그대로 세계여행. 

 

지금이야 세계여행하기가 무척 편한 세상이지만,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면 세계를 떠나서 중국이나 일본에 가는 것도 평생에 한 번 겪으면 정말로 특별한 사건이었을 거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평생에 한 번 겪을 일들을 겪은 사람들에 대해서 쓴 책. 이 책엔 열 두 명의 저자들이 각각 12개의 테마로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을 서술한다. 마치 논문들을 엮어놓은 책 같다. 사실 여행이라곤 하지만 자발적인 여행은 그 열 두 개의 테마들 중 몇이 되지 않는다. 조선 초기부터의 사례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조선 초, 중기경인 15세기경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 첫 인물도 제주도에서 뭍으로 나오려다가 본의 아니게 표류하게 되어 중국으로 가게 된다. 외에도 조선통신사의 입장으로 일본에 간 사람들이나, 조선 후기 나라에서 특사로 미국, 유럽에 파견하게 된 경우들도 소개된다. 그 중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나혜석의 이야기다. 

 

조선 후기 여류 서양화가로 활동했을 정도로 말 그대로 ‘신여성’이었던 나혜석이, 남편의 포상 덕에 세계 일주를 하게 되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조선의 신여성으로서 세계의 여성 문화와 선진국의 여성인권에 대한 시각은 시대사적으로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이 책은 12명의 저자가 만들어서 그런지 다소 난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여행이라는 테마 아래 하나로 묶여 있다기보다는 12개의 논문들을 모아놓은 뒤, 어렵게 공통점을 찾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한 글을 읽고 다음 글로 넘어갈 때의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마지막 부분은 꾸역꾸역 읽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칭찬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역시 이 책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단순한 시대사적인 흐름을 짚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하나의 테마를 통해 역사를 보는 책은 무척 드물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들이 생각한 ‘세계’라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왠지 모르겠지만 닐 게이먼은 내 마음속에 늘 좋은 작가로 기억된다. 실제로 닐 게이먼의 책을 몇 권인가 읽었지만 솔직히 그들 중 딱 마음에 드는 책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내 기억속이 이상하리만치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은 아마 그에 관한 수많은 찬사들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찬사들 중 대부분은 그의 그래픽 노블(미국의 장르구분 중 나는 이 용어가 가장 짓궂다고 본다. 처음에 난 이게 그림책같이 삽화가 들어간 소설인 줄 알았다. 근데, 이건 한국의 장르로 치면 만화다. 어떻게 봐도 만화로밖에 번역할 수 없다.)에 특히나 쏠려 있지만, 난 결정적으로 그의 그래픽 노블을 단 한권도 보지 않았다. 아마 내 마음은 그의 그래픽 노블을 볼 때까지 그의 평가를 보류하려는 것 같다. 

 

늘 닐 게이먼의 책을 읽는 일은 힘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유난히 현학적인 그의 문체 때문인 것 같다. 그의 글을 읽고 느낀 감상은, 그는 서사를 진행하는 일은 기저에 깔면서 그 위로 현란하게 묘사를 한다는 것이다. 서사에 취약하다는 게 아니라, 철저히 서사는 서사에 두고 글은 묘사를 한다. 기능적으로 둘을 다르게 사용한다. 점점 말이 이상해지는 것 같지만 아무튼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그렇게 묘사가 많은 글을 난 잘 읽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의 글은 늘 뚜렷하게 이야기들이 남기 때문에 읽긴 힘들어도 줄거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니다. 

 

또한 이 책은 다소 동화에 가깝다. 이야기 진행도 그렇고,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한 설명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설명의 부족함은 아마 그가 의도한 것이리라. 그는 맘만 먹으면 어떤 소설보다도 철저한 세계관을 짤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예상 독자를 소년~청소년 정도로 의식하고 쓴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한 설명을 분명하게 해주지 않는다. 뭐, 그런다고 해도 책을 읽는데 불편함은 없으니 상관 없지만. 

 

어쨌든 이 책도 내 자신이 생각하는 닐 게이먼의 완벽한 평가에 만족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에 또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겠지.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