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자군 이야기 3 - 완결 ㅣ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2권이 2차 십자군의 진행 과정과 마무리에 이은 살라딘의 등장으로 끝났다면, 3권은 그 후의 십자군과 십자군이 끝난 후 중동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 1, 2차 십자군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1, 2권에 비해 분량이 방대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350여 페이지였던 1, 2권과 다르게 이 책은 본문만(참고문헌, 연대표 제외) 550페이지 정도가 되는 많은 분량이다.
특히 초반부에 살라딘과 사자심왕 리처드의 대결 부분-3차 십자군-이 정말 재미있는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뛰어난 인물이었던 두 사람이 동시대에 다른 진영에서 나타나 맞붙는 다는 점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예전에 게임이나 간단한 세계사를 통해서 밖에 몰랐던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읽고 나니 십자군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다. 특히나 살라딘과 리처드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기보다는 입장은 다르지만 마음이 잘 맞았던 지도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종교전쟁이었지만 단순히 종교가 다르단 이유로 치고 박으며 싸우는 게 아니라, 당시 여러 정황과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동시에 역사란 얼마나 절묘한가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4~8차 십자군 얘기도 흥미로웠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카노사의 굴욕-십자군 전쟁-아비뇽 유수로 단순히 십자군 전쟁이 실패해 교황이 약해졌다고 공식처럼 외우던 일들의 깊은 면을 봤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과정을 그렇게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4차 십자군 과정 속에서 일어난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저자가 이미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생략한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또한 중동 지방이 다시 이슬람 세력의 손에 들어오고, 셀주크 투르크가 등장한 후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는 등의 ‘십자군 전쟁 이후’의 상황도 너무 궁금하다. 이래서 역사관련 책을 계속 찾아보게 되나 보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속상했던 부분은 문장들 사이로 흘러내리던 민중들의 죽음이었다. 쉽게 한 두 문장으로 수천, 수만 명이 죽어나가는 인류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또 삶이란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슬퍼진다. 그런 슬픈 마음으로 역사를 교훈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현대의 중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과 논쟁이 오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것들을 말하기에는 그녀의 책을 충분히 본 것 같지는 않아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떠한 발언을 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책 말미에 첨부된 참고 문헌의 방대한 목록을 보면서는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를 보는 시각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한 명의 학자와 작가로서는 존경의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낼 다음 책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