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 - 불변의 진리를 찾아 나선 옷 탐험가들
박세진 지음 / 벤치워머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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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분야에 깊이 빠진사람을 '마니아'라고 부른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마니아가 있다. 그 중 패션 마니아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물론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바지 마니아는? 패션 마니아 만큼은 아니지만 그것 또한 적지 않은 숫자일 것이다. 그럼 구제 청바지를 재현하는 '레플리카'에 빠진 사람은? 적어도 이 책의 작가 박세진은 포함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레플리카>의 사전적 의미는 '복제품, 모형'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약속한 레플리카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의 레플리카의 의미는 1970년 이전에 나왔던 몇몇 청바지들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일본의 패션 문화라고 한다.  

이 책에 의하면 1980년대 일본에서는 미국의 패션 스타일에 빠지게 된 일군의 청년 무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연찮게 당시에 미국에서는 20~30년이 넘게 쌓여 있던 악성 재고 청바지들이 대거 일본으로 수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청년 무리가, 그 청바지 더미를 만나게 되며 '레플리카'라는 패션 문화가 시작된다.  

70년대 이전에 생산된 미국의 청바지들을 멋지다고 인식한 그 청년 무리들이, 미국의 당시 청바지를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한 것이 레플리카 패션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 패션은 기존의 패션 문화와는 다르게 아래로부터의 패션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패션 업계의 흐름은 전문 경영인이나 디자이너가 특정한 제품을 만들거나 디자인 해서 생산, 유행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레플리카 문화는, 70년대 이전 미국의 청바지에 빠진 청년들이 그 청바지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직접 청바지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행이 제조자와 공장에서부터 싲가됐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레플리카 문화를 중심으로 탄생한 다양한 브랜드와, 레플리카로 만들고자 했던 워너비 브랜드, 그리고 당시 레플리카 문화를 이끌었던 다양한 인물들의 말을 통해 레플리카 패션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일차 예상 독자는, 당연히 구제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특히 청바지를 좋아해 청바지를 사는 게 아닌, 청바지의 역사가 궁금해 그 역사를 담은 책을 사는 사람이.  

따라서 자연스레 이차 독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이차 독자는 바로 새롭게 패션에 관심을 갖고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일 거다. 특정한 패션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큰 매력을 느끼고는 하는데,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멋지기 때문일 것이다. 



패션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책의 디자인도 아주 멋지고 패셔너블했다. 책 곳곳에 삽입된 삽화들도 멋졌고, 구성도 멋졌다. 한 권쯤 구비하고 책장에 꽂아두는 정도로도 이 책은 그 충분한 값어치를 하지 않을까.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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