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6 열린책들 세계문학 141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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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책이 드디어 끝났다. 6권을 모두 합치면 2000여 페이지가 되는 정말로 긴 작품이었다. 책 자체의 이야기만으로 놓고 본다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작품적 재미의 차원을 넘어,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를 살펴보면 그것은 조금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는 이상하리만큼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이었던 프랑스의 저명한 동양학자가 이 책을 번역해 엮었기 때문이다. 가장 아시아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던 시대에 나온 아시아의 재미있는 책이라니. 이 책은 단숨에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잡았다.  

 

천일야화는 중국의 삼국지나 우리나라의 고전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하나의 판본이 있었던 게 아니다.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글로 옮겨진 문학들이 대부분 그렇듯 수많은 이본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 아랍 세계의 정신을 담고 있던 이 다양한 문학들을 하나로 모으고 또 엮은 것이 바로 앙투안 갈랑이었다.  

 

그가 그러한 다양한 이본이 존재하는 천일야화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모아 엮어 낸 책이 바로 이것이었던 거다. 결국 천일야화의 원본은 우리의 춘향전이나 삼국지가 그렇듯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한 일은 그림형제가 한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이야기들은 채취한 곳이 다른 곳이었던 것 뿐. 그리고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동양에 대한 환상이 높았던 유럽 사회에 이 책은 말 그대로 ‘히트’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레 고전화 한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아랍 사회에 그대로 머물렀더라면 아랍 사회만의 고전이 되었을 것인데, 유럽 지식인들의 노력에 의해 세계적인 고전이 된 것이라는 거다. 

 

물론 앙투안 갈랑의 문화, 문학사적 업적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또한 천일야화가 가진 고전적 작품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고전이 된 과정은 역시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건 현대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문제와도 같다. 결국은 정치적인 상인 노벨문학상이 문학의 가치를 재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이 책이 고전이 된 과정 또한 결국 정치적인 문제였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춘향전이 한국적 고전에 머무른 것은 단지 우리나라의 힘이 부족했던 것과, 서양의 저명한 학자가 소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무척 허무해진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각 나라의 그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고, 그것은 결코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각의 문학과 문화는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노벨문학상 발표 시즌마다 모 시인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설레발을 그만 치란 말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그 시인의 글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 상을 탄다고 시가 더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고전을 읽는 것도, 고전이 아닌 다른 나라의 좋은 문학을 읽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결코 문화적인 자격지심에 빠질 필요는 없다. 좋은 책은 비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성된다. 무엇과도 비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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