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3 열린책들 세계문학 138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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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도서를 읽는 일은 늘 괴롭다. 이 책을 1권부터 6권까지 한꺼번에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늘 세 권을 빌릴 때 한 권씩만 끼워 넣는다. 이게 바로 내가 아주 긴 장편을 읽는 방식이다.  

 

3권도 마찬가지로 셰에라자드의 재미난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상할정도로 각각의 이야기들의 결말엔 아무런 패턴이 없다. 결혼혐오증에 걸린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나타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오래도록 기다리다 만난 거다. 둘은 힘든 과정들을 거쳐 만난 만큼 애틋하고 깊이 사랑한다. 결국 결혼에도 골인한다.(그 와중에 한 명을 더 만나 셋이 결혼한다. 이슬람 사회는 일부다처제니까.)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선 그 남자의 두 아내가 각각 상대방이 낳은 아들들을 사랑하게 된다. 이게 무슨 막장드라마냐고? 천일야화다. 그리고 남자는 후회한다. 역시 결혼 따위는 하는 게 아니었다고. 

 

이런 식으로 끝도 없는 이야기들은 진행된다. 너무 잘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는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현실도 아무런 복선 없이 끊임없는 이야기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순종을 배운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우리나라 고전소설과 아주 흡사한 구조를 지닌 이야기를 만나서 무척 놀랐다. 아주 전형적인 한국 고전소설의 느낌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의 원형 구조들이 흐르고 흘러 세계에 퍼진 것이리라. 그 이야기들의 흐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황홀한 기분이었다.  

 

매번 한 권을 읽고는 재밌긴 한데 다음 권을 도저히 읽을 자신이(끈기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지만, 이번에도 역시 버릇처럼 4권을 빌렸다. 셰에라자드의 목을 치지 못하는 한 명의 칼리프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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