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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 이슬람 Islam ㅣ 아주 특별한 상식 NN 8
지아우딘 사르다르.메릴 윈 데이비스 지음, 유나영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평점 :
지금 당장 우리 자신에게 세계 지도를 그려보라고 하거나 세계사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더듬더듬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부터 중국, 일본 정도의 지리나 역사를 말할 것이고, 다음으론 유럽과 미국 등을 적당히 채워나갈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이나 남아메리카가 크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곳에 정확히 어떠한 역사를 가진 어떤 나라들이 어떤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따위는 대개 모를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도 양호한 것이다. 우리는 특히 동유럽과 아시아 사이에(흔히 말하는 중동) 살아가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로 무지하다.
물론 이것은 어느 누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서구 일변도(유럽->미국)로 자연스럽게 흘러 온 세계의 패권을 가진 나라들의 자연스러운 영향력으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 현대의 학문과 사고방식 자체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구의 것이 그대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세계사를 조금 더 폭 넓은 시각으로 보면 지금은 단지 서구가 부흥하는 하나의 시기에 불과하다. 서구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으니만큼 그들 중심으로 세계사가 써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역사의 승자의 것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런 서구 또한 지난 세기들에서 항상 패자일수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때 그들은 문화적으로 상당히 뒤쳐져 있었다. 서구가 부흥할 수 있었던 여러 물건-종이, 화약, 나침반 등-들은 사실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지난번에 읽은 아일린 파워의 책에서도 이러한 점이 나온다. 서구가 가장 부흥했다는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중국 원-명나라 수도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자료들을 통해 봐도 대항해 시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패권국은 명실상부 중국이었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 글은 그러한 시각에서 써졌다. 현재의 이슬람 국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의 나라, 여성 차별의 나라, 미개한 나라 정도의 인식만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동 지방의 나라들이지만, 과거 이들은 서양과 동양을 잇는 지점에서 양쪽의 문화를 폭넓게 받아들인 찬란한 문명이었다. 하지만 유럽과 지리적으로 더욱 가까웠기에(그리고 종교가 달랐기에) 더욱 많은 분쟁이 있었던 이들 이슬람 국가들은 더욱 많은 미움을 받아 오해를 키웠다. 그리고 그 정점은 아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분쟁일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많은 미움과 오해가 쌓여 생긴 현재의 무관심과 잘못된 지식들에 대한 변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이슬람국가들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훌륭하며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서양 국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서구인들의 오해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들이 그간 알던 지식들의 많은 것이 이슬람에서 서양으로, 다시 우리에게로 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도 문제가 분명 존재하는데, 그것은 너무 이슬람에 대해 좋게만 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슬람 세계에 대한 큰 오해보다는 작은 것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저지른 악행들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려고만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전쟁에서의 잔혹함 따위는 분명히 그들이 저지른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뭉스럽게 넘어가려고 한다. 물론 이 책이 써진 이유를 생각하면 이슬람에 대한 좋은 면을 많이 강조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그러나 어쨌건 우리는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지구는 둥글고 땅은 넓은데 우리는 그 많은 나라들과 사람들에 대해 정말 너무도 조금 알고 있다. 이런 책들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