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 -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 완결 편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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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사(史)라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서양(유럽)의 역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심 있던 세계사 또한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역시 지금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는 철저하게 서양에 의해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는 유럽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

물론 서양 중심의 세계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서양사에 대한 분명한 인식 없이는 현대를 이해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서양 하면 자연스럽게 미국을 떠올리지만 적어도 그 뒤에 역사라는 말이 붙는다면 미국은 철저히 제외될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이 바로 유럽이다. 그닥 넓지 않은 유럽이라는 땅덩어리에 수많은 나라들이 모여 있다 보니 그들의 역사는 치열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개의 ‘메이저’나라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나라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책은 이원복 특유의 만화로 유럽의 역사를 나라별로 정리해 놓았다. 그러나 책 한권에 여러 나라의 역사를 담으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세밀해지기는 힘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은 산업혁명 이후 각 나라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독립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유럽 또한 제국주의 시대에 제대로 된 주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몇 되지 않았다. 강대국 몇의 압제에 의해 병합되거나 찢겨진 나라들이 태반이었다. 특히 잘 알려진 동구권의 독립은 고작해야 20년 정도 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뭔가 부조리한 감정을 느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 때문이었다. 얼마 전 본 아트 슈피겔만의 ‘쥐’ 또한 그런 감정에 불을 당겼다. 현재 서양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독일의 분명한 사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속에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사건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신대, 난징대학살 등 군국주의 일본이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한 행동들은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그것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어느덧 1000회를 넘었다고 한다. 정신대 할머니와 아유슈비츠 수용소 생존자가 만나서 울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들 사이엔 완벽한 유대와 공감이 존재했다. 배움에는 힘이 있다. 제대로 과거를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를 바라봐야만 한다. 당분간 서양사 관련 책을 조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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