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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2 -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나누는 여러 가지의 기준이 있겠지만 이렇게 둘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네러티브가 중심에 있느냐, 아니냐. 물론 모든 작품엔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네러티브에의 집중 정도에 따라 작품을 구별 할 수도 있다.
장르문학이 욕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네러티브에 모든 것을 쏟아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흥미만을 위해 소설을 쓴다던가 하는 식의 비판을 받는 것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만큼 우리의 흥미를 끄는 책들도 없을 거라고.
열람실 사이의 책장을 어슬렁 거리다가 이 책들을 봤다. 과거에 한 번 읽으려고 시도했던 기억이 나는데 분량의 방대함에 질려 지레 포기했었다. 하지만 요즘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해 이런 저런 무겁고 밀도 높은 책들을 읽으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독서 자체를 즐기는 순간이 그리워져서 별 생각하지 않고 빌려서 단숨에 2권까지 읽었다.
단지 세계가 작가가 꾸며낸 것이라 허황된다고 장르문학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옳지 못하다. 오로지 작품 내에서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이야기가 끌려간다면 그것은 이미 훌륭한 문학이다.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거기에 더해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리라. 뭐, 그걸 떠나서 로마인들은 취미는 판단할 수 없는 거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책, 마음에 드는 책은 읽으면 그만이고, 그렇지 않은 책은 버리면 그만이다. 굳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욕하려고 그것을 읽는 수고를 한다거나, 재미있지만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것 같아 읽지 않으려 참는 일들은 무척 멍청한 일일거다.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다. 모쪼록 더 고집스러워 지지만 않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