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상태에 대한 글을 쓰려 했다. ‘상태’라는 것은 ‘순간’과는 다르다. 잡을 수 없는 찰나의 감정들은 쉽게 변질되고 변해버리기 쉽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단지 영원이란 단어에만 쓰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순간의 글보다는 대체적인 상태나 분위기에 대하여 글을 쓰려 했다. 그러나 결국 글이라는 것도 쓰고 난 뒤에 과거로 변해버리는 순간의 것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종류의 감정들은 아니었을까. 결국 시간이란 것은 순간의 것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언젠가 변해버리고 또 바뀌어 버릴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었다.

윤대녕의 소설도 이와 같다. 항상 말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것들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다르다. 발표되는 작품의 주인공들도 윤대녕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들의 속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의 에스키모 왕자와 호랑이는 결국 동일하다. 호랑이를 찾아 제주도로 떠난 주인공-윤대녕-은 결국 호랑이를 마주하고 잡았다고 해연에게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윤대녕은 결국 또 다른 호랑이 혹은 에스키모 왕자를 수탐하기 위해 또 다시 길을 떠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역마살 작가를 읽는 이유다. 호랑이 혹은 에스키모 왕자는 결국 윤대녕 혹은 우리 자신 안에 마주해야 할, 찾아야 할, 만나야 할 자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