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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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순한 제목의 '책'은 작가에게 있어 책이 가지는 위치와 크기, 의미 따위에 대해 쓴 수필집이다, 라는 건 표면적인 설명이고 실은 운동권이었던 작가의 정신적인 기둥이 되주었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이다. 물론 초반부엔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책에 대한 수필도 있지만 그건 일부분일뿐이며 뒤로 갈수록 작가가 하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초반부엔 사유 부족, 글솜씨 부족으로 아주 널리고 널린 그저 그런 수필이어서 그냥 그래서 빨리 처리하고 남은 책 봐야지,란 마음이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운동권에 대한(작가의 표현으론) '불온서적'들의 소개가 나오며 나는 약간의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운동권 후일담 문학은 몇 권 읽어보긴 했었는데 도무지 그 '운동권'이라는 것에 리얼리티를 느낄 수 없었거니와 이해는 커녕 흥미조차 느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말했듯이 너무도 지난 세대에 대한 이야기 같아서 어떠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조국'의 이야기엔 그리도 무심하면서 나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 폴리스나 알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혹은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심지어 영화 아무도 모른다까지!)등에는 분노 혹은 동감하며 그들의 나라에서 민중들이 겪었을 여러가지 억압에는 상당부분 이해와 안타까움을 느끼며 인류의 보편적이거나 특수적인 역사에 대해 절망하거나 희망했다. 그러나 그리도 남의 남라 역사의 비극엔 쉬이 공감하면서도 우리의 과거엔 이리도 무관심-아니 오히려 왜 지난 얘길 꺼내냐며 윽박지르는 건가! 문화적 사대주의? 아님 지배 보수정치권의 공작? 모르겠다! 여러가지로 생각해봣찌만 쉬이 답이 나오진 않는다.(그러나 같은 한국의 역사라해도 이런 민주화!엔 딱히 흥미가 안 가지만 6.25의 비극엔 쉽게 눈물 흘린다. 왜일까.) 딱히 관심 없던 후일담 문학에 아주 큰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의문이 '딱히 관심 없음'에서 나온 것이라니 재미있다. 일감으로 떠오르는 건 내가 읽은 후일담 문학의 문학적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지만, 꼭 맞는다는 시원함은 없다. 그렇다면 우선 완성도 높은 후일담 문학을 읽어본 뒤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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