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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책을 덮고 나서 심호흡을 길게 해본다. 심호흡과 함께 책을 읽는 동안 메모했던 메모지를 보며 머리 속을 가슴 속을 정리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간절한 마음만은 못난 글이어도 닿을 수 있다는 바램으로 이 글을 적어본다. '알려야 한다' 이 생각만이 머리속을 하루종일 떠돌았다. 내가 이제야 알게된 진실, 그리고 깨달음을 알려야 한다고 되뇌였다. 리뷰를 적은 후에 할 일은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권하는 일이다. 많이 읽혀지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야 되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평화란 그렇게 손과 손으로, 관계에서 관계로 시작되는 것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
신영복교수님의 붓글씨가 책을 펴자 먼저 반긴다. 작가가 평화를 찾아 여행하는 내내 되뇌였던, 지금도 품고 있다는 평화가 길이라는 글을 신영복선생님께서 써주셨다. 신영복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한 작가를 보며 '신영복 함께 읽기'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바랬던 소망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였다.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그 분 옆에 있으면 나도 한그루 나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선생님의 숲에 사는 행복한 나무를 꿈꾸었다. 내가 꿈꾸던 선생님의 친필 붓글씨와 글이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을 울렸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동안 눈물을 더 많이 흘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영복선생님과 작가와 아무 상관이 없다해도 나는 울었을 것이다, 분명.
자식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기 위해, 평화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학교에 채 들어가지 않은 아이 둘을 두고, 남편을 두고 임영신이란 몸집이 작은 여자가 길을 떠난다. 평화를 찾아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화의 증인이 되기 위해 가슴 속에 가족의 사랑을 담고, 이라크로 떠난다.
#이라크 안에 세계가 있습니다.
-왜 위험한 이라크로 가려고 하냐는 이라크 대사관 영사의 말에 임영신은 답한다. 이라크 안에 세계가 있다고 이라크가 파괴되는 것은 이 세계과 파괴되는 것이라고. 그것을 이라크에 가서 말하고 싶다고 답한다.
이라크전쟁, 나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그저 눈으로, 귀로 들리는 소리만 들으며 나몰라라했다. 그런 내게 임영신, 그녀가 직접 눈으로 보고 알려준 현실은 너무나 참담했다. 달마다 죽어가는 5천명의 아이들과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얻은 아이들을 보며 울지도 못하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모들이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곳이 이라크다.
이라크, 그 곳에 세계가 들어있다. 한국, 그 곳에도 세계가 들어있으며 어느 나라도 세계가 들어있다. 그런 세계가 모여 더 큰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나는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이다. 하나의 구멍이 생기면 퍼즐은 절대 맞지 않는다. 그대로 바람이 불어와 그 바람에 무너지고 만다. 하나의 작은 세계도 지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큰 세계를 지키겠는가. 이라크 안에 세계가 있다라는 저 말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참 다행이다.
#일상을 지키는, 지킬 수 밖에 없는 이라크인들.
-이라크 전쟁의 시작이 발표되고 많은 수의 외국인들, 보도 특파원들이 이라크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들이 살고자 떠나는 이라크 땅에 살아가는 이라크인들이 남는다. 떠날 수도 없는 이라크인들, 떠날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들, 그리고 고향을 지키기 위해, 일상을 지키기위해 이라크로 돌아오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울렸다.
이라크에 남은 사람들이 말한다. 전쟁이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걸 그들에게 보여줄 거라고. 우리가 전쟁보다 강한 일상을 가졌다는 걸 보여줄거라고 말하며 전쟁 그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무슨 권리로 그들의 일상을 파괴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나는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전쟁이라는 말을 믿었을까. 전쟁이 그들의 땅을 파괴 시킬 수는 있지만 삶은 파괴할 수 없다는 말에 눈물을 떨구며 사죄한다. 한때는 우리의 과거이기도 했던 그 아픔을 몰랐던 것을 이렇게 눈물로만 사과하는 것에 고개가 수그러진다.
#평화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만으로 지켜질 수 있는 거니까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끔찍한 상황에서도 울지 못하고 차고 건조한 마음을 가지며 진실을 담을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으며 한달에 5달러를 받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도 있었으며 생명을 내놓고 시위를 하는 이들, 병원만은 지키겠다며 스스로 자원해서 병원을 지키는 이라크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평화는 바라기만 해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머리 속에만 있는 평화가 우리 세계를 지켜주지는 않는다고.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제대로 보고 지키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1년만 평화여행을 떠나길 권한다는 말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평화를 경험하고 평화란 누구에게나 골고루 돌아가야함을 깨닫고 평화를 지키기위해서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 그것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뜨겁게 가슴에서 솟구친다.
#관계에서 관계로
-이슈는 지나가고 관심은 잊혀지지만 관계는 계속된다는 그말을 그대로 옮겨적으며 이 책으로 나도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고마는 이슈를 관심을 기울여 보고나서 그것을 관계로 발전시키면 평화를 지키는 것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는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함께 해주는 것,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 그 시작이 평화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We are here with you"
우리가 여기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 당신과 함께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 당신과 함께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 당신과 함께 울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 당신의 이름을 억울한 죽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었다면 지금 떠나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나역시도 꿈꾸기만 하고 있으니.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선 내 주위의 사람에게, 그 사람은 또 주위 사람에게 그렇게 권하게 된다면 평화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관계를 맺으며 함께 평화로 이르는 길에 다가서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북한과의 아슬아슬한 상황, 뒷짐만 지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언제가는 우리가 '북한 속에는 세계가 있습니다.'란 팻말을 들며 미군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 전에 평화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한다. 여행 떠나고자 하는 마음,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음, 그 자체가 평하를 지키는 것, 평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