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화 긴 생각 - 두 번째 이야기, 생각이 깊어지는 이야기 짧은 동화 긴 생각 2
이규경 글.그림 / 효리원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를 좋아한다. 어린시절에 집에 책이 많지 않아 학교에서 책을 빌려봐야했다. 학교에도 책이 많지 않아 같은 책을 여러번 빌려봤어야 했기에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을 동화책을 빌려오곤 했다. 그때 가장 좋아했던 것은 <오즈의 마법사>였다. 오즈로 날라간 도로시가 내가 되기를 꿈꾸며 내가 얻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며 행복해하곤 했다.

 

어른이 되고서는 잊고 살았던 동심을 찾아주었기에 동화를 좋아한다. 동심, 어린시절의 추억, 그 시절에 내가 한 생각들, 경험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선물이다. 앞으로 너무 빨리 걸어가려 할 때, 누군가를 이기려고만 할 때, 세상의 잣대에 스스로 작아지려 할 때마다 동화책을 읽으며 꿈을 생각하고 환하게 웃음짓던 어린 나를 떠올렸다. 그러고 나면 너무 빨리 걷느라 놓치고 있었던 것들과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알게 된다. 그렇게 삶에서 소중한 것을 되새김질 해주는 것이 내게는 동화였다.

 

내게는 힘이 되어주는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좋아하게 되면서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동화 속 이야기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그게 어떻게 말이 되냐고 묻는 아이들을 만날때면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동화가 주는 선물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아이들에게 동화는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며 시시한 이야기가 되어간다. 동화를 읽을 때보다는 게임을 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며 신이 난다는 아이들. 현란하고 자극적인 게임들은 아이들에게 잔잔한 동화의 매력 속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판에 박히거나 지루하지 않은 동화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긴 동화는 흥미를 유발하기 보다는 질리게 한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짤막한 동화를 들려주고 그것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 조카들을 보면서 얻은 결과였다. 아이들은 듣는 만큼,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카들과 내 대화는 한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에 관해 아이의 생각을 듣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비슷한 상황극을(솔직히 말하면 상황극이 아니라 아주 우스운 연극) 해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짤막한 동화이다. 책에서 가장 긴 동화가 3장을 넘기지 못한다. 처음에 책을 훑어보면서 실망을 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는 너무 짧았기 때문에. 하지만 읽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아하!'라고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으며 혼자 웃기도 했다. 책을 들고 조카들에게 읽혀주었더니 아이들은 '한번더'를 외치며 손뼉을 치며 웃기도 하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제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고 어린 주호는 내내 그림만 가르키며 내말을 따라하며 웃었다. 책 속의 파스텔빛 귀여운 그림들도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닭을 잡을 땐 날개를 잡고

  토끼를 잡을 땐 귀를 잡아야 해.

  뱀을 잡을 땐 머리를 잡고

  쥐를 잡을 땐 꼬리를 잡아야 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사로잡을 때는 마음을 잡아야 해.>

 

이 동화를 읽다가 아이들은 마음을 어떻게 잡아라는 질문을 내게 했고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아이들에게 꼭 안아주면 된다고 했다. 책 덕에 포옹에 뽀뽀까지 덤으로 쉽게 하게 되어 아이들과 함께 덩달아 나까지 신났던 일이 생각난다.(클수록 아이들은 포옹과 뽀뽀를 해주지 않는다--;;;)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한 아이가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려다 말고, 우산에 이런 쪽지를 써 붙였어요.

  "앞마을 가실 분, 같이 가세요."> 

 

책에서 내가 뽑은 최고의 동화는 이것이다. 우산을 나눠쓰지 못하는 겁이 많은 어른이 된 내게 이 동화가 채찍질을 하기도 하고 마음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비오는 날 해봐야지란 상상도하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짧은 동화 긴 생각>이란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짤막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들은 긴 이야기에도 집중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현실은 동화 속 세상이 아니라지만 동화 속 세상에 다녀온 아이들이 자라나면 세상은 동화로 바뀔지도 모른다. 삭막해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한시간의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배려가 담긴 동화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논리, 논술 레벨 업!>이 담겨있다. 아이들에게 할 질문을 뽑아놓고 답변요령도 제시해주고 있다. 부모님을 위한 코너이다. 그런데 이 친절한 배려에 나는 입이 써진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동화를 읽고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나올 충분한 대화들이 질문으로 적혀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바쁜 부모님과 바쁜 아이들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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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 흔들흔들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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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와의 예쁜 추억을 간직하고 종이 비행기가 보물 1호인 아기여우가 사는 곳에서 조금 멀리 있는 곳에 흔들다리가 있었답니다.  햇볕 좋은 날 아기여우, 아기곰, 아기토끼는 흔들다리가 있는 곳까지 놀러왔어요. 세명의 아기친구들은 모두 흔들다리를 건너본 적이 없답니다. 흔들다리는 밑은 깜깜한 골짜기 아래였으니까요. 바람만 불어도 흔들, 비가 오며 미끌하니 우리 아기친구들에게는 꽤나 무서운 다리였겠지요? 어른인 제가 내려봐도 고개가 절로 움츠려지는걸요.

 

그때 흔들다리가 흔들거렸어요. 왜일까? 아기여우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다리 건너편을 보았어요. 저기 끝에서 맷돼지 아저씨가 건너오고 계셨어요. 세 아기친구들은 아저씨의 발걸음에 따라 흔들리는 다리를 안절부절하며 쳐다보았지만 아저씨는 무사히 다리를 건너오셨답니다. 아기여우는 쪼르르르 아저씨게 달려가 여쭈어 보았답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래, 안녕!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니?"

"흔들다리 건너는 거 무서워요?"

"무섭지는 않지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길을 가시는 아저씨를 아기여우는 다시 붙잡고 조심스레 물었어요.

 

"멧돼지 아저씨!"

"왜?"

"다리 저 쪽에도 아기여우가 있나요?"

"그럼, 있지. 너랑 같은 또래의 아기여우가 있어. 하긴 저 쪽은 여자 아이지만."

 

"여자 아기여우래!"

"아기여우가 있다면 아기곰도 있을거야. 여자 아기곰!"

"아기토끼도 있을걸. 남자 아기토끼!"

 

세 아기동물들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은 모두에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잖아요. 친구가 더 많으면 더 즐겁게 놀 수도 있구요.아기여우는 흔들다리 건너편에 있는 여자 아기여우가 궁금해졌어요. 자기와 닮은 예쁜 아기여우와 놀고 싶었거든요.                                                                                                           

 

기억나요? 처음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가 되기 위해 다가서던 어색한 발걸음, 첫인사를 건낼때 떨리던 목소리, 악수를 할 때 느껴지던 따뜻함. 잊고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다 기억되어있죠? 친구를 만난다는건 굉장히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일이지만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있죠?아기여우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용기를 냈어요. 조금더 클때까지 기다리면 저쪽에 있는 아기여우도 커 버릴테니까요.

 

여자 아기여우와 놀기 위해 아기여우는 매일아침마다 조금씩 흔들다리를 건너보았답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한걸음 한걸음 오늘은 여기까지, 그 다음날은 어제것 더하기 오늘것까지. 아기여우의 걸음에 내 가슴이 설레인다. 아기여우의 "언제 또 놀자!" 라는 조용한 목소리에 "그래!"라고 답하고 말았답니다.

 

시골에서도더 들어가야 하는 우리집 주변에는 노인분들만 사시는 집 두채를 포함해 우리집까지 세채만이 덩그러니 서있었다. 내성적이었던 성격탓도 있지만 지리적인 요건때문에 학교가 파하면 함께 놀 친구는 오빠밖에 없었다. 언제였던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은 오빠도 친구들과 놀러 냇가에 나갔기에 혼자서 놀아야했다. 우리집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언덕과(<-그때는 산처럼 높아보였다.) 논이 보이는데 그 너머에는 내 또래 친구들이 많이 살았다.

 

그곳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과 혼자가기 무서운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짧은 다리로 그곳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친구를 만날꺼란 기대에 풀에 베이고 나무가짓에 걸려도 훌쩍거리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갔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나서야 그곳이 참 멀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집쪽을 향해 고개도 들지 않고 달렸다. 집에 오자 무서움은 사라지고 내일 또 가야지란 마음은 풀독에 걸려 쓰라린 다리를 보고나자 작아지고 말았다. 그때 만약 아기여우를 만났더라면 분명, 용기를 내서 그곳에 가보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차로든, 걸어서든 갈수 있지만 그곳은 이미 커버린 어른들만 살고 있다. 나역시도 이미 어른. 클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아기여우의 마음, 그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다가서야 해요. 떨리고 걱정도 되지만 알잖아요. 친구가 되면 얼마나 따뜻하고 신나는지. 한걸음, 한걸음 자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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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세상 2008-01-2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동과 재미의 가족뮤지컬


" 피노키오 "


▶ 서구청소년수련관(원창동)


2월 19일(화) ~ 2월 20일(수)


▶ 부평여성회관(부평구청앞)


2월 21일(목) ~ 2월 22일(금)


▶ 검단복지회관(검단)


2월 28일(목) ~ 2월 29일(금)






* 공연시간 - 11시, 2시






공연문의 : 사랑극단 꼬마세상


네이버 까페 "꼬마세상" (http://cafe.naver.com/ggomasesang.cafe)


016-774-0014 016-2500-560



s 2008-02-1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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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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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신론자인 내게 종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고등학생이 되서야 예수와 하나님이 다른 존재임을 알았으며 '그리스도'란 단어가 구세주라는 뜻이란 것도 열렬한(?) 기독교신자인 친구 덕에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두 가지를 알게 된 것도13일의 금요일 때문이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누구나의 징크스라는 13일의 금요일에는 민감해져서 괜히 그 날이 되면 하루 종일 조마조마하며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날은 조심해야 한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종종했지만 그 비밀을 알게 된 것은 방금 전에 말한 열렬한 기독교 신자인 내 친구 덕이었다. 내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으로 더 유명한 <최후의 만찬>에 참가했던 제자가 12명에 예수님까지 13명이 만찬을 했는데 그 중에 한 제자 유다가 배신을 해서 예수님이 돌아가시게 된 날이 금요일이라서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생가하며 더불어 3일후에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일요일이 주일이 된 거라고 친절하게 친구가 알려주었다. “아, 그래서 기독교와 13일의 금요일은 두려움의 날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날이겠네”라고 말했던 내게 친구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 책을 봤을 때 호기심이 생겼던 것은 종교적인 소재를 다룬 책의 제목에 13이 들어간다는 것과 팩션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열세 번째 사도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독교도 아니면서 13일의 금요일에 징크스가 있다고 믿는 나의 생각을 뒤집어 놓지는 않을까란 생각에 호기심만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3일의 금요일을 불행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안타까운 13번째 사도를 떠올리게 될 거라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소설로 허구인데 작가의 이력과 많은 자료들로 인해 혹시 라는 마음이 강하게 움직였다. 작가 미셸 브누아는 프랑스에서 20여 년간의 사제생활과 5년여의 바티칸 생활 끝에 파계한 가톨릭 신부 출신으로, 스스로를 ‘은둔하는 수도사’ 라 부른다고 한다. 이런 소개를 읽고 책을 시작하자 은둔자 닐을 찾아간 이가 내가 되면서 닐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책이 주는 무게에 허덕이다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느라 바빴다. 다 읽고나서 닐 신부의 다음 제자가 되어 이 진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은 두 시대가 동시에 이야기 된다. 현재와 최후의 만찬이 열린 1세기 초의 과거이다. 현재에서 주인공 닐 신부의 친한 동료 안드레이 신부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고 로마 교황청에서 프랑스로 돌아오던 중 바티칸의 비밀조직 성 비오 5세회에 살해당한다. 의문의 죽음으로 처리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닐 신부가 자료들을 조사하며 안드레이 신부가 죽음을 당할 정도로 꽁꽁 숨겨놓은 진실에 접근해가는 이야기이다. 신선했던 점은 예수의 죽음을 둘러싼 과거의 이야기도 현재 진행형으로 나와 있어 생생하게 읽힌다는 것이다.


예수가 사랑했던 열세 번째 제자 그가 기록한 예수의 죽음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 한 장.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권력, 음모, 은폐 그리고 진실이 들어나는 과정까지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종교에는 지식이 없던 나는 읽던 도중 조카의 위인전에서 예수 편을 꺼내들고 읽고 나서야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예수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제야 베드로, 유다에 대해 이해가 되며 책에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한 기독교와 예수님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며 어떤 것으로 인해 종교의 믿음이 생기는 걸까라는 의문과 예수님의 존재가 기독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만약 책에서 말하는 예수의 죽음의 비밀이 사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머리 속에서 정신없이 궁금증이 솟아나고 엉뚱한 답을 내기도 하며 혼자서 고민해보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예수는 존재했다는 것과 진실은 어떻게든 변하지 않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빈치 코드나 마이클 코디의 책 중 종교를 소재로 다룬 책들에 비해 속도감이나 긴장감은 적은 편인 이 책의 묘미는 그 무거움이 아닐까한다.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며 절대적인 믿음, 불변의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의 무게감이 흥미나 긴장감만을 남기는 다른 책들에 비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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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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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밤 12시. 그 시간은 어렸을 때(사실은 지금도) 신비로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믿었던 적이 있다.(어쩌면 지금도) 방에 있는 인형들에게도 인형들만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그 시간은 아마도 12시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 시간이 되기 전에 인형들이 놀 수 있을거란 생각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나름대로 새나라의 어린이였다. 작은 내방은 인형들이 놀기에는 턱없이 작았기에 인형들만이 드나드는 문이 내 방 어딘가 있을거란 생각에 방을 구석구석 살펴보느라 온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엄마를 화나게 했던 적도 있었고 인형들의 위치가 바뀌었나를 인형들 몰래 확인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브레이브 스토리>의 표지를 봤을 때 인형들이 드나드는 '문'이 떠오르며 어린시절의 내가 가졌던 환상도 함께 떠올랐다. 문을 열면 내 어린시절의 추억도 함께 열릴까란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빛의 문으로 들어가 내 어리시절을 잡을 수 있을까란 기대와 신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내가 처음 접한 판타지 책은 <해리포터>였다. 해리포터를 만났을 때 그당시 20살이였음에도 어린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린시절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마법에 대한 환상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처럼 빠져들었다. 그 신선함은 다음편을 향한 더딘 기다림으로 사라지고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라고 생각되는 문체에 흥미를 잃어갔다. 흥미를 가졌다가 금새 시들어진 내게 판타지는 어린이를 위한 장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만 환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현실적이 전부라고 믿고 사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이 환상이 아닐까? 환상과 현실을 구분지을 수 있는 어른에게 판타지는 잊혀진 꿈을 생각나게 하고 어린시절의 따뜻함, 무엇이든 꿈꿀 자유, 무모한 용기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열심히 살게하는 힘을 준다. 그때의 용기, 자유를 기억해내게 하여 더 열심히 살게 한다. 문제는 어른이 읽을만한 판타지를 찾는 일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어른이 읽을만한 판타지였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는 무게의 책을 기대했던 내게 아직 1권만 읽었지만 합격점을 주고 싶다.

 

주인공은 와타루, 초등학교 5학년.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고 겉포장되어있지만 초등학생이 살기에는 너무나 조용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픔의 싹과 함께 와타루에게 환상의 세계, 비전(vision)의 문이 나타난다. 형체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목소리, 전학을 온 독특한 아이 미쓰루,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빌딩의 계단에 있는 비전으로 갈 수 있는 문.

 

그문을 발견한 와타루가 당신이였다면? 와타루가 나였다면? 그 문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 곳에 가면 단 하나의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나는, 그 문으로 발을 내딛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 세심한 내면묘사에 와타루는 이미 내가 되기도 하고 아이는 몰라도 된다고 무조건 숨기려하는 어른이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애들은 몰라도 돼.'일 것이다. 어른의 결정으로 어른만 삶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어른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무것도 알 필요없다는 말이 주는 무서움을 겪어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분명 자신이 어렸을때도 그랬음에도 자신의 아이에게 그 무서움을 되풀이해서 겪게한다. 와타루의 부모역시 와타루에게 그 막막한 두려움을 주게 되고 와타루는 겁이 많은 우리와는 달리 그 두려움을 자신의 힘으로 알아가려 하고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비전으로 떠난다. 겁이 나지 않을리가 있겠는가, 슬프지 않을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떠나는 길을 택한 건 그 아이의 용기라기 보다는 소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른이 짓밟아놓은 그 아이의 일상,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싶은 사랑이 더 크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이제 그 아이는 떠났다. 그 아이와 함께 나도 떠난다. 말없이 응원하기 위해. 너를 닮고 싶은 어른이 여ƒ…다고 말해주기 위해.

 

미야베 마유키란 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이 내게는 작가의 첫작품이었다. 사람들이 이 작가에게 반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같다. 2권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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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동화 -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허브요정~티티할매~우리의 친구, 하루에 하나씩 식물 동화 들려주는 티티할매~♬

 

식물동화나라에 오신 하루만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 여러분들 환영해요. 저는 동화나라에서도 식나라를 맡은 티티할매랍니다. 제가 식물을 맡은 이유는 짐작하시다시피 제가 식물을 아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예요. 얼굴이 시골에 어울려서는 절대 아니랍니다.(호호호, 할머니의 방정맞은 웃음)

어쨌든 오늘도 여러분께 식물동화를 한편 들려주겠어요. 동화는 어린이꺼라고 투덜대는 거기 투덜이씨 동화에서도 배울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더군다나 이것은 여러분의 삶에 활용도가 아주 높은 식물동화라구요. 투덜이씨는 수업이 끝난 후에 잘 들었나 시험을 치도록 하겠어요. 꼭 남아주길 바래요.

 

티티할매가 들려주려는 오늘의 식물은 타라곤이랍니다. 이름이 용을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처자는 센스처자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답니다. 자아, 그럼 타라곤이란 식물과 용이 어떤 관계인지 귀를 기울여주세요.

 

아주 먼 옛날보다 가까운 옛날 용이 멸종다고 믿고 있었던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랍니다. 그 당시 더이상 잡아먹을 마을 처녀가 없어 용이 멸종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 용은 식물나라에 꼭꼭 숨어있었답니다. 왜냐구요? 사실 용은 채식주의자였거든요. 덩치는 산만한 것이 맨날 풀만 먹고 사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용을 놀리기 시작했어요. 놀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자꾸만 놀리니 착한 용도 화가 나서 사람들을 향해 기침을 했답니다. 물론 그 기침에서는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죠. 기침할 때마다 불이 나오는건 정말 용이 원한건 아니었답니다. 용의 작은 기침에도 집 한채가 몽땅 타버렸으니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풀만 먹는 용이라고 해도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어요. 용의 착한 마음에 반해 함께 살기 시작한 처녀들을 사람들은 용이 납치했다며 무서워했답니다.

 

좋게말하면 맘이 여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소심했던 용은 미움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요정들이 살고 있는 동화나라, 그것도 식물동화나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어요. 티티할매의 인기덕이기도 했죠. 호호호~ 그렇게 용들과 살던 어느날 짧은 다리 용이 사고를 쳤답니다. 몰래 마을로 내려갔다가 사람을 보고 놀라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용이 딸꿀질을 할때면 입김에 불이 나오니 남아나는 집은 없고 사람들은 달달 떨기 시작했어요. 큰일이었지요. 용은 용대로 힘들고 사람은 사람대로 힘들었으니까요. 그때 결혼하는 신부가 너무 놀라 용의 머리에 스프를 쏟았어요. 그 스프를 핥자마자 용은 딸꾹질을 멈추었답니다. 그 스프 속에 담긴 약초가 용의 딸꿀질을 멈춘거였어요.

 

그 약초의 이름이 바로 타라곤이예요. 재밌는 점은 그 타라곤은 마을 사람들에게 용과 뱀을 막는 허브로 사용된다는 거였답니다. 하긴 용의 딸꾹질을 막긴 막았으니 틀린거 아니네요. 그 이후로 타라곤은 뱀한테 물리거나 갑자기 용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향이 좋아 향신료로도 쓰이고 위와 장에 좋고 다이어트로 염분이 부족할 때도 최고로 쓰였답니다. 거기, 출산드라양 받아 적어요. 아, 출산드라양은 한국에서 왔죠? 타라곤은 한국에서 봄에 나는 쑥의 일종이랍니다.

 

어린이가 되고픈 어른 여러분들!

식물동화 재밌었나요? 또 들려달려구요? 좋은 허브 이야기라도 한번에 많이 듣는 것은 좋지 않아요. 하루에 한가지만 제대로 알아도 도움이 된답니다. 잘 들었으면 여러분이 할 일은 무엇이죠? 맞아요. 허브를 여러분의 생활에 가까이 하는거랍니다. 허브 이야기를 듣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여러분을 위해 이 식물동화를 한권 드릴께요.  이 책은 티티할매의 인기가 높아서 동화를 들려주러 가지 못할때를 대비해 동화를 모아놓은 거랍니다.(실은 사고만 치는 짧은 다리 용을 잡으러 다녀야 하는 티티할매랍니다.) 이 책 한권이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튼튼해질 거예요.

 

<마치면서>

녹색의 표지에서 맡아지는 허브의 향은 책을 읽는 내내 코에 맴돌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로 만들었다. 각각의 허브마다 전설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도책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동화도 좋았지만 동화가 끝날때마다 나오는 식물에 대한 설명과 효능이 나와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외국 식물동화라 들어보지 못한 식물들의 낯설음으로 인해 우리나라 식물동화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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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2-1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미있게 쓰셨네요. 저도 이 책 한 번 읽어봐야지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