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무신론자인 내게 종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고등학생이 되서야 예수와 하나님이 다른 존재임을 알았으며 '그리스도'란 단어가 구세주라는 뜻이란 것도 열렬한(?) 기독교신자인 친구 덕에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두 가지를 알게 된 것도13일의 금요일 때문이었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누구나의 징크스라는 13일의 금요일에는 민감해져서 괜히 그 날이 되면 하루 종일 조마조마하며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날은 조심해야 한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종종했지만 그 비밀을 알게 된 것은 방금 전에 말한 열렬한 기독교 신자인 내 친구 덕이었다. 내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으로 더 유명한 <최후의 만찬>에 참가했던 제자가 12명에 예수님까지 13명이 만찬을 했는데 그 중에 한 제자 유다가 배신을 해서 예수님이 돌아가시게 된 날이 금요일이라서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생가하며 더불어 3일후에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일요일이 주일이 된 거라고 친절하게 친구가 알려주었다. “아, 그래서 기독교와 13일의 금요일은 두려움의 날이면서도 잊을 수 없는 날이겠네”라고 말했던 내게 친구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 책을 봤을 때 호기심이 생겼던 것은 종교적인 소재를 다룬 책의 제목에 13이 들어간다는 것과 팩션이지만 책에서 말하는 열세 번째 사도란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독교도 아니면서 13일의 금요일에 징크스가 있다고 믿는 나의 생각을 뒤집어 놓지는 않을까란 생각에 호기심만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3일의 금요일을 불행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안타까운 13번째 사도를 떠올리게 될 거라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소설로 허구인데 작가의 이력과 많은 자료들로 인해 혹시 라는 마음이 강하게 움직였다. 작가 미셸 브누아는 프랑스에서 20여 년간의 사제생활과 5년여의 바티칸 생활 끝에 파계한 가톨릭 신부 출신으로, 스스로를 ‘은둔하는 수도사’ 라 부른다고 한다. 이런 소개를 읽고 책을 시작하자 은둔자 닐을 찾아간 이가 내가 되면서 닐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책이 주는 무게에 허덕이다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느라 바빴다. 다 읽고나서 닐 신부의 다음 제자가 되어 이 진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은 두 시대가 동시에 이야기 된다. 현재와 최후의 만찬이 열린 1세기 초의 과거이다. 현재에서 주인공 닐 신부의 친한 동료 안드레이 신부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고 로마 교황청에서 프랑스로 돌아오던 중 바티칸의 비밀조직 성 비오 5세회에 살해당한다. 의문의 죽음으로 처리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닐 신부가 자료들을 조사하며 안드레이 신부가 죽음을 당할 정도로 꽁꽁 숨겨놓은 진실에 접근해가는 이야기이다. 신선했던 점은 예수의 죽음을 둘러싼 과거의 이야기도 현재 진행형으로 나와 있어 생생하게 읽힌다는 것이다.


예수가 사랑했던 열세 번째 제자 그가 기록한 예수의 죽음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 한 장.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권력, 음모, 은폐 그리고 진실이 들어나는 과정까지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종교에는 지식이 없던 나는 읽던 도중 조카의 위인전에서 예수 편을 꺼내들고 읽고 나서야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예수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제야 베드로, 유다에 대해 이해가 되며 책에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한 기독교와 예수님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며 어떤 것으로 인해 종교의 믿음이 생기는 걸까라는 의문과 예수님의 존재가 기독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만약 책에서 말하는 예수의 죽음의 비밀이 사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머리 속에서 정신없이 궁금증이 솟아나고 엉뚱한 답을 내기도 하며 혼자서 고민해보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예수는 존재했다는 것과 진실은 어떻게든 변하지 않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빈치 코드나 마이클 코디의 책 중 종교를 소재로 다룬 책들에 비해 속도감이나 긴장감은 적은 편인 이 책의 묘미는 그 무거움이 아닐까한다.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며 절대적인 믿음, 불변의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의 무게감이 흥미나 긴장감만을 남기는 다른 책들에 비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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