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조금만 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1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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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아이가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다. 마음 속으로 외친 그 소리가 아이의 온 몸을 울리고 책 속 세상을 울리고 내 마음을 울린다. 얇은 두께의 책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 무방비했다. 어린이의 눈물도 어른의 눈물과 같은 슬픔의 무게를 가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던 캐스트너 아저씨의 말을 잊은 탓이다. 나를 감동시킨 아이,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길 바라며 그 아이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아이의 눈물과 어른의 눈물의 무게가 같다고 믿는 당신에게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윌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단둘이 산다고 해서 외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윌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웃음이 입가를 떠날 날이 없다. 그런데 그 날은 무언가 달랐다. 아침이면 할아버지는 매우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을 준비 하시고 윌리를 부르시는데 그 날은 윌리가 혼자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침대에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던 윌리는 할아버지 수염이 눈물로 흥건히 젖어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 번개와 함께 조이스 선생님을 모셔온다.

 

"사람이 포기를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단다.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 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렇단다. 처음에는 여기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러고는 몸으로 퍼지지. 진짜 병이 나는 거야. 마음을 고치는 것밖엔 다른 치료법이 없단다. 미안하구나, 얘야.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할아버지는 아프신 것이 아니라 삶을 포기했다는 말에 윌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작은 고민 하나로 세상의 좋은 것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면 해가 보이지 않듯. 윌리는 할아버지가 삶을 포기했다고 해도 할아버지를 포기 할 수 없다. 가족이니까! 가족은 힘든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함께 해야 하는 거니까!

 

"제가 찾아 내겠어요.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아서 바로잡겠어요. 두고 보세요. 할아버지가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겠어요."

 

10살인 윌리는 자신과 같은 날 태어난 번개와 함께 감자 농장에서 감자를 수확한다. 돈이 하나도 없는 금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번개가 말이 끄는 쟁기를 끌어주었으니. 감자 수확이 할아버지의 고민이었을 거란 윌리의 추측은 틀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눈물을 수염으로 흘려 보내셨다.

 

할아버지의 고민은 번개를 총으로 위협하며 들어온 보안관 아저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1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아 500달러를 갚지 않으면 감자 농장을 압수한다는 차가운 보안관 아저씨의 말에 윌리는 절대로 감자 농장을 팔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하면 해낼 수 있는게 있다고 알려주신 할아버지가 있으므로.

 

윌리는 500백달러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 50달러를 내고 개썰매 대회에 나간다. 번개와 함께라면 윌리는 두려울 것이 없으니까. 그런 윌리의 라이벌은 멋진 사모예드 5마리를 가진 얼음거인이란 인디언 아저씨였다. 웃음이 없어 슬퍼 보이는 인디언 아저씨.

 

"내일 경주에서 전 아저씨와 겨루게 될 거예요. 아저씨가 얼마나 이기고 싶어하는지 알아요. 하지만......저도 이기고 싶어요. 이기고 말거예요. 제가 이기지 못하면 그 사람들이 농장을 가져갈 거예요.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어요. 할아버지는 아주 간절히 원하면 해낼 수 있다고 하셨어요. 난 해내겠어요. 이기겠어요. 당신을 꼭 이기고 말겠어요."

 

윌리는 얼음 거인 아저씨께 진심으로 다음 말은 건냈다.

 

"우리 둘 다 이길 수 없어서 아쉽군요."

 

드디어 경주날! 윌리를 응원하는 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결말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건 차마 말할 수 없기에. 그 감동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의 진주처럼 빛나는 명장면을 꼽으라면 그 장면을 꼽아야 하니까.

 

살면서 포기라는 말을 쓰는 것은 어린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할아버지를 통해 아이들은 알게 될 것이다. 어른들도 포기 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럴 때면 윌리처럼 어린이 친구들이 어른들을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고. 손을 내밀고 따뜻한 눈길로 곁에 있어드리겠다고 말하면 된다.

 

 

다른 이야기.

책 속에서 윌리가 경주날 얼음거인에게 말한다.

"경주하기에 정말 좋은 날이네요."

이 말에 제로니모가 생각난 건 왜일까? 책 속에서 백인과 싸우는 인디언들이 말한다.

"죽기에 좋은 날입니다."

얼음거인이라 불리는 인디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이유를, 왜 그에게 얼음거인이란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질문 해주길 바라본다. 인디언들의 웃음을 빼앗은 이가 누구인지, 왜 웃을 수 없는지, 우리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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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1 - 그, 사랑을 만나다
마쓰히사 아쓰시 지음, 조양욱 옮김 / 예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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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어쩌면 나는 천국의 책방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책을 사러간 손님으로 책을 뒤적이며 사토시가 읽어주는 책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거나 얼음아가씨 유이의 녹색 눈동자를 속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책값을 계산했는지도. 늦은 오후, 나른함이란 단어가 딱 알맞는 그 시간에 읽은 이 책은 내게 천국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아마 이 책을 선물해 준 이가 내게 선물한 건 책 한권이 아니라 천국의 책방으로 가는 티켓 이었나보다.

 

일류대학도 아니고 삼류대학도 아닌 그저 중간 대학을 나와 하고 싶은 일이 없어 이곳 저곳 원서를 내러 다니는 22살의 사토시는 졸업을 앞둔 의욕상실 대학생이다. 편의점에서 플레이보이 잡지를 집으려는 순간 들리는 소리! "소문대로 형편없는 녀석이구먼!" 그 소리를 한 사람은 하와이 해변에서 입을 듯한 알로하셔츠를 입은 나이 지긋한 사나이였다. 그 사내로부터 도망가려던 사토시는 기절을 하고 눈을 뜬 순간 천국으로 와있었다. 천국의 책방으로. 알로하 셔츠를 입은 그 사내의 이름은 야마키. 천국의 책방 서점의 점장으로 연애를 하기 위해 사토시를 점장 대리로 고용하기 위해 데리고 왔단다.

 

책 속에서 내 마음을 끈 건 천국 이야기였다. 천사들이 날라다니고 구름을 사뿐이 밟으며 하늘을 건너다니는 천국이 책 속의 천국이 아니다. 인간이 말하는 현세에서의 수명은 정확하게 '1백세'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것의 참된 의미의 '천수天壽''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나 백 살까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남은 천수를 채우기 위해 있는 곳이 '천국'이란다. 스무 살에 죽으면 천국에서 80년, 여든 살에 죽으면 천국에서 20년 남은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천국에 있을 때의 모습은 죽었던 당시 모습 그대로이다. 천국에서 '1백 세'라는 천수를 다 채우면 천국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현세에 갓난아기로 태어난다. 천국은 현세와 페럴럴 월드(parallel world,평행 세상)처럼 또 하나의 현세라는 설정이 책 속의 천국이다.

 

천국과 현세가 다를 바가 없음에 왜 안심이 된 것인지. 아니, 그것은 안심이라기 보다는 죽음 이후의 세계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을 해야겠다. 비록 이 천국이 책 속에만 존재한다고 해도 책을 읽는 동안 천국 속에서 행복했다. 죽기 전에 천국을 경험한 사토시처럼.

 

서점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사토시는 의외로 서점에서 책을 읽어주며 놀라울 정도로행복하게 일을 해나간다. 그리고 유이의 상처를 보며 어루만져주고 싶어한다. 구름이 살짝 해를 가렸다가 놓듯이 알게 되는 유이의 아픔과 사토시의 어린시절은 책의 감동을 더한다.

 

사토시의 사랑을 보면서 2권이 읽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그런데 이렇게 얇은 책인데 왜 1, 2권을 따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천국의 책방만큼 가벼움이 필요한 책이어서 일까? 아님 2권이 두꺼울까? 1권을 재밌게 읽다보니 벌써 2권이 궁금해서 이런 투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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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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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15일 남자들이 마을에서 사라지다!

불가리아에는 작은 마을 마리키타가 있다. 앞에 나오는 마리키타의 모습을 아주 간략하게 그린 그림을 보니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마을이란 이런 것인가란 생각을 했다. 작은 마을 마리키타는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듯 남성위주의 생활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오죽하면 남성의 땅이라고 불렸을까. 1992년 11월 15일 날이 오기 전까지는 남성의 땅에 남성이 큰 소리를 내며 살았지만 그 날 게릴라들이 내려와 마을에 남자들을 모두 납치해갔다. 여장을 해서 살아남은 모랄레스 과부의 아들 훌리오와 라파엘 신부, 어린 남자 아이들 4명을 빼고서. 

 

남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속으로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이 여자들의 진심이 아닐까? 여자들은 가끔 꿈을 꾼다. 여자와 남자의 삶이 뒤바뀐다거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같은) 남자들이 사라져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그런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남자들이 사라진 후 마을은? -줄거리 엿보기

남자들이 끌려간 후 마리키타는 황폐화 그 자체였다. 거의 모든 집들에서 수입을 벌어오는 것은 남자였기에 1년도 되지 않아 마리키타에는 구걸하는 아이들과 가난한 과부들 그리고 떠나간 과부들이 있었다.

 

1권에서는 남자들에게 의지한(?) 삶을 살아왔던 여성들이 겪는 혼란과 그로 인한 마을의 황폐화를 담고 있다. 과부 로살바가 마을의 치안판사를 맡으면서 마을을 일으켜 보려 노력하지만 그녀의 손에 든 '마리키타를 위한 우선 순위 목록' 에만 순위가 추가될 뿐 행동력 부족과 과부들의 의식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은 예전 모습을 잊어버린 듯 했고 과부들과 처녀들 아이들 역시 미래의 암담함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2권에서는 치안판사 로살바와 클레오틸데 선생님은 마을 여성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실행한다. 모든 것은 노력으로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자손을 탄생 시키는 것만은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아 과부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 고민은 다른 계획들로 채워져 나가고.......

 

#과부마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바로 선다는 것!

<남자가 여자를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동등한 동료로 인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비로소 남녀 사이에 완벽한 동지애를 갖춘 이상적인 유대감이 생겨나 인류는 가장 높은 곳까지 성장할 것이다. -수전 B. 안토니>

 

과부마을을 들여다 보며 한숨을 여러번 쉬었다. 대체 왜 그럴까? 힘들더라도 이웃 마을에 가서 남자들을 데려오면 되지 않을까? 정부에 요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안될까? 나의 이런 짧은 생각은 책의 끝에 와서야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과부들은 알고 있었다. 이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간다해도 하찮은 취급을 받으며 생활하거나 남편이 자신을 무시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무시와 천대를 받을 것임을. 그들은 더이상 의존해서는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들이 서 있는 땅에서 일어서고 싶어했다. 사회적으로 남자들이 있어야 여자들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여자들은 의존적인 존재만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확인 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성들간의 사랑 역시 처음에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그건 여성들의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이었다. 그들이 삶에 남자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말대로 여자들의 능력과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는 남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고분고분 남자들의 능력을 우대해주고 남자들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뉴 마리키타는 서로가 동등하게 존중해 주는 사회를 원한다!

 

#책 속의 보물, 전쟁의 참담함.

책에는 과부들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 후에 남자들이 겪고 있는 전쟁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혀있다. 그 부분을 기대하고 책장을 빨리 넘겼지만 막상 그 페이지가 나와 읽고 나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게릴라와 좌익 무장 단체, 우익 무장 단체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곳에는 서로를 왜 죽여야 하는지 모른채 그저 살아남기 위해 잔인하게 서로를 죽이는 남자들만이 전쟁터에 있었다. 전쟁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과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전쟁 이야기는 더욱 참담하게 느껴진다. 이것을 노린걸까? <제 5도살장>에서 전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무덤덤하게 말해서 더 많이 전쟁의 잔혹함이  와 닿았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짤막한 전쟁 이야기는 나를 흔들어 놓는다.

 

아버지의 시체 조각을 찾아 오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군인이 발설할까 혀를 잘라 놓은 인디언을 대답하지 않는다고 죽인 게릴라 병사, 우익 무장 단체 병사인 형이 게릴라로 활동하다 죽은 동생의 시체를 보고 마음 편히 울지도 못하는 상황, 죽은 동료를 부러워하며 적군에게 포로로 끌려가는 병사들, 편하게 울 곳을 찾으며 밤에 숲을 찾아 헤매는 많은 병사들. 그들을 보며 전쟁이라는 것 그건 남자에게도 과부들에게도 절대 일어나면 않되는 일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존중해주는 방법을 이렇게 찾는건 책 속에서만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1권이 끝나갈 때쯤에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과부들의 남편이나 아들 혹은 마을 남자들이 짤막하게 나온 전쟁 이야기 속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서로 떨어져있는 듯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하나로 이어져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떨어져 있는 행성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행성에서 서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늦게서야 과부들과 남자들의 연관성을 찾으면서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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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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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그녀가 일본 사람이라서 그런걸까?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아름다운 산 속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온천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을 너무 따뜻한데 얼굴에 닿는 바람은 너무 차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 몸은 너무 따뜻한데 마음은 차가운 눈송이를 혹은 칠흑같이 검은 밤하늘을 닮은 것처럼 차갑다. 신기한 것은 그 차가움은 마음에서 퍼져 몸을 얼어붙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들어온 따뜻함에 이상하리만치 금세 녹아들게 된다. 내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삶의 애틋함, 사랑에 대한 아릿함을 그녀가 알아준다는 것에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서 좋아했다. 그녀를. 내가 느끼고 있는 외로움, 허전함, 슬픔은 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따뜻한 포옹에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다.

 

<하얀 강 밤배> 이후 한동안 그녀의 작품에 쉽게 손을 뻗치지 못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작가가 주고자 하는 따뜻함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함에 서글퍼서였을까? 열렬히 좋아했던 작가의 작품에 전처럼 감동하지 못함이 안타까워서일까? 어느새 바나나는 내게 멀리 두고서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작가가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새 작품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내게 고마운 친구가 이 책 <슬픈 예감>을 선물해주었다. 이 책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두근거림으로 기웃거리던 내게 친구가 전해준 책은 고마움 그 자체였다. 바나나가 잘 쓰는 말처럼 애틋함이 책을 받는 순간 선물해준 친구에게 넘쳐났다.

 

<슬픈 예감>을 읽고 나서 내 감정은 그녀의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한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읽는 그녀의 작품이어서일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젊은 시절의 작품이라서 일까? 싱그러울만큼의 젊은 주인공들과 그들의 가슴에 숨겨져있는 투명한 슬픔 한조각,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온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까지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었다. 시리도록 맑은 하늘을 닮은 책이다.

 

<이것은 열아홉 살 적 나의 초여름 이야기이다.> -p.23

 

19살 아요이, 행복한 집에서 따뜻한 부모님과 든든한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가출을 하는 독특한 아이, 그 해 여름에는 이모집으로 가출을 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마음속에 잊어버리고 있는 한 조각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정체도 모르지만 아련하고 애틋해지는 그 무엇을 찾고 싶은 것, 그것이 자신의 생애을 흔들어 버린다고 해도 꼭 만나보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아요이는 그것을 찾기 위해 초여름날 이모네 집으로 향한다. 

 

19살 아요이를 덮친 건 분명 슬픈 예감이었을 것이다. 그 예감은 말한다. 어떻게 나를 잊을 수 있냐고, 나를 기억해달라고! 그것을 찾아 나서게 되면 슬픔 사연을 만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아요이는 찾아 나선다. 삶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기에. 차가운 것은 차갑게, 뜨거운 것은 뜨겁게 느끼고 싶은 마음.  잃어버린 한 부분을 찾아 떠나는 아요이가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언제나 아요이를 기다려주는 양부모님과 독특한 이모 그리고 든든한 남동생 데츠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요이를 따라 나선 길. 그 길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다시 반하고 말았다.

 

 

------------------<기억에 남은 구절>-------------------------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빛난다. 무언가가 빠졌다. 얘기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엉뚱한 착각인지도 몰랐다. 어린 시절의 기억따위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잊어버린다. 그런데 달빛이 환한 밤에 밖에 있다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 일이 있었다.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을 맞다보면, 너무도 그리운 일들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것은 분명 거기에 있는데, 좀 더 생각하려 하면 소리도 없이 모습을 감추고 만다.> -p.25

 

<느닷없이 가슴이 술렁거리는 느낌. 뭔가를 알게 될듯한 조짐. 그리고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한 예감. 자신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을지도 모를 사건이 다가오는 듯한, 조금은 두렵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애틋한 기분.> -p.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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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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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 미사오, 그녀를 만난 건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에서 였다. 제목에 충실한 그녀의 책에서 받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번에도 책은 제목에 충실했다. 매혹적인 죽음.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나를 책 속으로 끌어당겼다. 발을 떼지 않으리란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그만 그 잔혹하고 매혹적인 죽음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았다.

 

#죽음과 에로스

죽음과 사랑 그리고 에로스의 측면에서 이야기 되는 죽음은 내게 매혹보다는 잔혹햇다. 완전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랑은 죽음을 부른다. 살해는 연애의 한 표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와 혹은 그녀와 합쳐지고 싶다는 욕망, 녹아들고 싶다는 몸부림은 지나쳐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완전한 사랑은 완전한 죽음을 부르게 되는 걸까? 자신이 사랑한 소년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기 위해, 남고 싶기에 영원히 잠들어 버리게 하는 여신 셀레네. 세례 요한의 목을 갖고 싶었던 살로메. 죽은 왕비의 알현식을 진행한 페드로 1세. 에우리디케를 너무 사랑해 죽음에 이른 오르페우스까지. 위의 죽음에는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 부분에서 나온 네크로필리아라고 불리는 시체 에호가들의 이야기는 상상이 되서 읽으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시체의 피부로여장하는 남자부터 시체도둑, 해부학지 돈 베살리우스의 이야기는 꿈에 나올까 무섭다.

 

#죽음과 욕망

죽음은 욕망을 부른다. 부족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자행된 식인풍습의 이야기와 고문의 종류가 너무 자세하게 기술되어 이 부분을 읽을때 힘이 들었을 정도였다. 과거가 아닌 현대의 식인귀라 불리는 보카사 대통령 이야기에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기도 했다. 죽음 이후의 삶에 집착하는 것을 보여주는 미라 제작법(?)과 왕생법도 흥미로웠으며 흡혈귀 전설을 만들어 낸 '성급한 매장' 이야기에서는 웃음이 나기도 했다.

 

#현세에 대한 집착

현세에 대한 집착은 거꾸로 말하면 사후에 대한 집착이다. 잘 죽기 위해, 좋은 곳에 묻히기 위해 교회에 묻히길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 교회 지붕 밑에 유골을 쌓기도 했으며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은 방치한 유골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장례식 연습을 하는 이부터 화장풍습, 죽기 위한 준비인 임종과 유언장 이야기도 나와있는데 나를 흥미롭게 했던 것은 미국의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장례식 후에 발견된 유언장이었다. 그의 유언과는 정반대로 치뤄진 장례식,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자살을 둘러싼 기담

자살클럽, 자살카페란 단어가 파리, 런던, 빈 등지에 19세기 말부터 등장했었다고 한다. 요즘은 의도하지 않게 친숙해진 단어, 자살을 이야기하는 이 부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방송매체나 주변을 통해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삶의 의욕상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마침표? 위엄있는 죽음? 자살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쳐보고 싶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살아보자고.   

 

#임종의 미학

이 책에서 나를 가장 빠져들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잔 다르크의 안타까운 죽음부터 푸슈킨의 씁쓸한 죽음, 하인리히 하이네의 상상치 못한 매독으로 인한 죽음, 소크라테스와 롬멜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죽음, 로버트 스콧의 서글픈 죽음, 마르셀 프루스트, 톨스토이의 죽음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작품을 보고픈 충동이 일었다. 위대함, 천재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이들의 쓸쓸한 죽음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마타하리, 제임스 딘, 하워드 휴즈, 다이애나의 죽음은 귀동냥으로만 듣다가 글로 다시 만나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죽음을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제야 생각해보니 죽음은 항상 삶과 가까이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와 신화, 문학 속에 담겨진 죽음을 찾아내는 기류 미사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사람은 완벽을 추구한다고 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끊임없는 욕망과 노력은 죽음을 맞으면서도 혹은 살면서도 계속 된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하기에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싶다. 죽는 순간 행복한 미소를 지을수 있도록 살고 싶어진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나 살고 싶게 만들어 준다. 왜일까? 짧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라 깊이있게 읽고자 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쉬움을 넘어설 충격과 독특함을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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