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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1992년 11월 15일 남자들이 마을에서 사라지다!
불가리아에는 작은 마을 마리키타가 있다. 앞에 나오는 마리키타의 모습을 아주 간략하게 그린 그림을 보니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마을이란 이런 것인가란 생각을 했다. 작은 마을 마리키타는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듯 남성위주의 생활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오죽하면 남성의 땅이라고 불렸을까. 1992년 11월 15일 날이 오기 전까지는 남성의 땅에 남성이 큰 소리를 내며 살았지만 그 날 게릴라들이 내려와 마을에 남자들을 모두 납치해갔다. 여장을 해서 살아남은 모랄레스 과부의 아들 훌리오와 라파엘 신부, 어린 남자 아이들 4명을 빼고서.
남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속으로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이 여자들의 진심이 아닐까? 여자들은 가끔 꿈을 꾼다. 여자와 남자의 삶이 뒤바뀐다거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같은) 남자들이 사라져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그런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남자들이 사라진 후 마을은? -줄거리 엿보기
남자들이 끌려간 후 마리키타는 황폐화 그 자체였다. 거의 모든 집들에서 수입을 벌어오는 것은 남자였기에 1년도 되지 않아 마리키타에는 구걸하는 아이들과 가난한 과부들 그리고 떠나간 과부들이 있었다.
1권에서는 남자들에게 의지한(?) 삶을 살아왔던 여성들이 겪는 혼란과 그로 인한 마을의 황폐화를 담고 있다. 과부 로살바가 마을의 치안판사를 맡으면서 마을을 일으켜 보려 노력하지만 그녀의 손에 든 '마리키타를 위한 우선 순위 목록' 에만 순위가 추가될 뿐 행동력 부족과 과부들의 의식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은 예전 모습을 잊어버린 듯 했고 과부들과 처녀들 아이들 역시 미래의 암담함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2권에서는 치안판사 로살바와 클레오틸데 선생님은 마을 여성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실행한다. 모든 것은 노력으로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자손을 탄생 시키는 것만은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아 과부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 고민은 다른 계획들로 채워져 나가고.......
#과부마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바로 선다는 것!
<남자가 여자를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동등한 동료로 인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비로소 남녀 사이에 완벽한 동지애를 갖춘 이상적인 유대감이 생겨나 인류는 가장 높은 곳까지 성장할 것이다. -수전 B. 안토니>
과부마을을 들여다 보며 한숨을 여러번 쉬었다. 대체 왜 그럴까? 힘들더라도 이웃 마을에 가서 남자들을 데려오면 되지 않을까? 정부에 요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안될까? 나의 이런 짧은 생각은 책의 끝에 와서야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과부들은 알고 있었다. 이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간다해도 하찮은 취급을 받으며 생활하거나 남편이 자신을 무시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무시와 천대를 받을 것임을. 그들은 더이상 의존해서는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들이 서 있는 땅에서 일어서고 싶어했다. 사회적으로 남자들이 있어야 여자들이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여자들은 의존적인 존재만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확인 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성들간의 사랑 역시 처음에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그건 여성들의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이었다. 그들이 삶에 남자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말대로 여자들의 능력과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는 남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고분고분 남자들의 능력을 우대해주고 남자들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뉴 마리키타는 서로가 동등하게 존중해 주는 사회를 원한다!
#책 속의 보물, 전쟁의 참담함.
책에는 과부들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 후에 남자들이 겪고 있는 전쟁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혀있다. 그 부분을 기대하고 책장을 빨리 넘겼지만 막상 그 페이지가 나와 읽고 나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게릴라와 좌익 무장 단체, 우익 무장 단체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곳에는 서로를 왜 죽여야 하는지 모른채 그저 살아남기 위해 잔인하게 서로를 죽이는 남자들만이 전쟁터에 있었다. 전쟁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과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전쟁 이야기는 더욱 참담하게 느껴진다. 이것을 노린걸까? <제 5도살장>에서 전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무덤덤하게 말해서 더 많이 전쟁의 잔혹함이 와 닿았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짤막한 전쟁 이야기는 나를 흔들어 놓는다.
아버지의 시체 조각을 찾아 오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군인이 발설할까 혀를 잘라 놓은 인디언을 대답하지 않는다고 죽인 게릴라 병사, 우익 무장 단체 병사인 형이 게릴라로 활동하다 죽은 동생의 시체를 보고 마음 편히 울지도 못하는 상황, 죽은 동료를 부러워하며 적군에게 포로로 끌려가는 병사들, 편하게 울 곳을 찾으며 밤에 숲을 찾아 헤매는 많은 병사들. 그들을 보며 전쟁이라는 것 그건 남자에게도 과부들에게도 절대 일어나면 않되는 일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존중해주는 방법을 이렇게 찾는건 책 속에서만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1권이 끝나갈 때쯤에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과부들의 남편이나 아들 혹은 마을 남자들이 짤막하게 나온 전쟁 이야기 속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서로 떨어져있는 듯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하나로 이어져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떨어져 있는 행성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행성에서 서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늦게서야 과부들과 남자들의 연관성을 찾으면서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