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조금만 더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1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아이가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다. 마음 속으로 외친 그 소리가 아이의 온 몸을 울리고 책 속 세상을 울리고 내 마음을 울린다. 얇은 두께의 책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 무방비했다. 어린이의 눈물도 어른의 눈물과 같은 슬픔의 무게를 가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던 캐스트너 아저씨의 말을 잊은 탓이다. 나를 감동시킨 아이,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길 바라며 그 아이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아이의 눈물과 어른의 눈물의 무게가 같다고 믿는 당신에게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윌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단둘이 산다고 해서 외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윌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웃음이 입가를 떠날 날이 없다. 그런데 그 날은 무언가 달랐다. 아침이면 할아버지는 매우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을 준비 하시고 윌리를 부르시는데 그 날은 윌리가 혼자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침대에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던 윌리는 할아버지 수염이 눈물로 흥건히 젖어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 번개와 함께 조이스 선생님을 모셔온다.

 

"사람이 포기를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단다.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 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렇단다. 처음에는 여기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러고는 몸으로 퍼지지. 진짜 병이 나는 거야. 마음을 고치는 것밖엔 다른 치료법이 없단다. 미안하구나, 얘야.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할아버지는 아프신 것이 아니라 삶을 포기했다는 말에 윌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작은 고민 하나로 세상의 좋은 것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면 해가 보이지 않듯. 윌리는 할아버지가 삶을 포기했다고 해도 할아버지를 포기 할 수 없다. 가족이니까! 가족은 힘든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함께 해야 하는 거니까!

 

"제가 찾아 내겠어요.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아서 바로잡겠어요. 두고 보세요. 할아버지가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겠어요."

 

10살인 윌리는 자신과 같은 날 태어난 번개와 함께 감자 농장에서 감자를 수확한다. 돈이 하나도 없는 금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번개가 말이 끄는 쟁기를 끌어주었으니. 감자 수확이 할아버지의 고민이었을 거란 윌리의 추측은 틀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눈물을 수염으로 흘려 보내셨다.

 

할아버지의 고민은 번개를 총으로 위협하며 들어온 보안관 아저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1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아 500달러를 갚지 않으면 감자 농장을 압수한다는 차가운 보안관 아저씨의 말에 윌리는 절대로 감자 농장을 팔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하면 해낼 수 있는게 있다고 알려주신 할아버지가 있으므로.

 

윌리는 500백달러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 50달러를 내고 개썰매 대회에 나간다. 번개와 함께라면 윌리는 두려울 것이 없으니까. 그런 윌리의 라이벌은 멋진 사모예드 5마리를 가진 얼음거인이란 인디언 아저씨였다. 웃음이 없어 슬퍼 보이는 인디언 아저씨.

 

"내일 경주에서 전 아저씨와 겨루게 될 거예요. 아저씨가 얼마나 이기고 싶어하는지 알아요. 하지만......저도 이기고 싶어요. 이기고 말거예요. 제가 이기지 못하면 그 사람들이 농장을 가져갈 거예요.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어요. 할아버지는 아주 간절히 원하면 해낼 수 있다고 하셨어요. 난 해내겠어요. 이기겠어요. 당신을 꼭 이기고 말겠어요."

 

윌리는 얼음 거인 아저씨께 진심으로 다음 말은 건냈다.

 

"우리 둘 다 이길 수 없어서 아쉽군요."

 

드디어 경주날! 윌리를 응원하는 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결말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건 차마 말할 수 없기에. 그 감동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의 진주처럼 빛나는 명장면을 꼽으라면 그 장면을 꼽아야 하니까.

 

살면서 포기라는 말을 쓰는 것은 어린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할아버지를 통해 아이들은 알게 될 것이다. 어른들도 포기 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럴 때면 윌리처럼 어린이 친구들이 어른들을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고. 손을 내밀고 따뜻한 눈길로 곁에 있어드리겠다고 말하면 된다.

 

 

다른 이야기.

책 속에서 윌리가 경주날 얼음거인에게 말한다.

"경주하기에 정말 좋은 날이네요."

이 말에 제로니모가 생각난 건 왜일까? 책 속에서 백인과 싸우는 인디언들이 말한다.

"죽기에 좋은 날입니다."

얼음거인이라 불리는 인디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이유를, 왜 그에게 얼음거인이란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질문 해주길 바라본다. 인디언들의 웃음을 빼앗은 이가 누구인지, 왜 웃을 수 없는지, 우리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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