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프레디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이경덕 옮김 / 창해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할머니, 아기들은 어디있다가 배 속으로 들어간거야?"

"할머니, 저 나뭇잎들은 왜 떨어지는 거야?"

"할머니, 할머니는 일찍 죽으면 안돼, 내 옆에 오래 있어야 해."

"할머니, 사람은 왜 죽는거야? 죽고 나면 다들 그렇게 무서운 귀신이 되는 거야."

"할머니, 겨울에 나뭇잎은 다 죽는데 왜 나무는 죽지 않아? "

 

"할머니, 대답해줘, 응? 다 그런거야라는 그런 대답말고, 진짜 대답해줘. 응?"

 

어린 시절 유난히 궁금증이 많았던 나는 할머니한테 그 궁금증을 해결하려했다. 엄마와 살지 않았던 나로서는 할머니가 유일한 해답이었다. 물론 할아버지도 계셨지만 할아버지는 내 물음에 빙긋이 웃거나, 혹은 이마를 때리거나 둘 중 하나였기에 할머니의 바지가랭이를 잡고 대답해달라고 조르기 일쑤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외에는 어린 시절 누구와도 말을 오래하는 적이 없었던 나이기에 할머니는 쫑알쫑알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보이는 양 한참을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시고는 했다. 내 입에서 나왔던 말들이 보이는 것이었다면, 할머니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보이는 것이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을테니. 그 쫑알거림, 할머니의 나즈막한 목소리, 그리고 파도소리.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보통의 아이들이 하는 질문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할머니가 나를 그리 긴 시간을 꼭 안고 쓰다듬지 않았으리라. 바다에 나가면 조개껍질을 보고 얘는 죽은거야라고 물어보며 나도 죽으면 얘처럼 이렇게 껍질만 남아?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누구나 죽으면 가장 딱딱한 곳이 남는다고. 우리는 그곳이 뼈라고. 그러니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소중한 것을 잘 저장해놓으라고. 우유를 먹지 않았던 나.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우유를 먹고 매일 설사를 하면서도, 그 증상은 매일 우유를 먹자 금세 사라졌다. 우유를 먹기 시작한 나, 또 질문한다. 뼈에 중요한 것을 어떻게 담아? 우리의 몸을 여는 열쇠가 있어? 그건 열면 피가 안나고 뼈에 저장하고 나올 수 있어? 정말 안 아파?

 

내가 아는 할머니는 세상 누구보다 지혜로우시다. 그런 할머니가 너무 좋아서, 나즈막히 들려주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는 어려운 질문만 골라했나보다. 할머니가 아니면 모를 어려운 질문을, 아마도 할머니에게 나는 골칫덩이였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 할까. 내 아이가 내게 나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할머님처럼 현명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사람은 왜 죽어야 하냐는 질문에, 자연은 왜 겨울이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놓고 죽은 줄 알았는데 봄이면 왜 싹이 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어려운 삶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이 내게 온다면 나는 아이와 여러번 나뭇잎 프레디를 읽을 생각이다. 그렇게 수십번 읽고 아이의 생각을 듣고 아이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나도 할머님처럼은 아니어도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나뭇잎 프레디를 어린이 그림책쪽에서 찾았는데 집에와서 검색해보니 이 책 어린이부터 청소년, 어른까지 다양한 장르에 포함되어 있는 사진에세이였다. 읽어보니 과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읽어도 되는 책인지 알게 되었다. 하긴, 모든 책의 나이가 어딨겠는가. 책은 나뭇잎 프레디가 싹을 틔우고 싱그러운 녹색잎으로 자라나 차가운 서리를 맞고 붉고 황금색이 섞인 단풍이 되어 차가운 겨울 바람에 떨어질 때까지의 삶을 사진과 간단한 글로 적어내려가고 있다. 

 

간단한 글, 그 간단한 글이 적힌 줄과 줄 사이를 넓히고 내 생각을 적어내려간다.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이것이다. 나뭇잎 프레디도 그렇다. 그림책은 글이 적어 내 생각을 거기에 넣으면 그림책은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장편 소설이 되기도 하고 단편소설이 되기도 한다. 프레디를 읽고 나서 한 일은 한번 더 읽는 것이었다. 프레디가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그 시간을 내가 너무 쉬이 읽어내려 간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너는 태어나 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남을 위하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해 바람과 함께 떨어져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두려움에 떨고 고민에 빠지고 힘에 겨웠을텐데  나는 그것을 단 몇 번의 손놀림으로 읽어내려갔다니, 미안해. 프레디.

 

프레디,

나는 아직도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어야하는지 잘 몰라. 태어나기 위해 죽어야하고,죽어야 하기위해 태어나야한다는 말로는 부족해. 하지만 하나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건 삶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거. 네가 삶을 고민했듯이.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삶이 주는 선물 또한 행복하게 받을거야. 네가 내게 가르쳐 준 삶의 비밀, 너의 이야기 사이 사이에 채워넣을께. 그러니 읽어줘. 그리고 이야기해줘. 나 잘하고 있다고.

 

프레디, 여긴 나뭇잎이 초록옷을 벗어던지고 이제 황금빛으로 갈아 입으려고 하고 있어. 이 친구들은 아직도 너의 이야기를 해. 차가운 겨울 바람에 떨어지면서도 태연했던, 행복하게 웃었던 너의 이야기를 해. 이들이 어디서 너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너가 땅에게 이야기 해주었니? 바람에게 해주었니? 아니면 땅 속 나무뿌리에게 해주었니?

 

프레디, 넌 사라진게 아니야. 그렇지? 너의 가장 단단했던 부분이 분명 땅속 어딘가에 남아있을거야.  분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곽재구, 그는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와온 바다에서 를 마시다'에서 그의 글을 보고 와온 바다가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되고 사진 속의 그곳은 그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의 묘사는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그림들을 떠올리면서 그가 있는 곳, 그가 가본 곳이 궁금해졌다. 그의 필력이라면 가보지 않은 나를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거라 믿고 선택한 책이 포구기행이었다.

 

'포구기행' 작가를 모르는 나지만 그답다는 생각을 한다. 곽재구, 그는 항구보다 포구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항구의 소란스러움이나 화려함보다는 그는 포구의 아늑함, 조용함이 더 잘 어울린다. 항구만 보고 자란 나는 포구가 무엇인지 잘 몰라 찾아보게 되었다. 항구가 씩씩하고 우렁찬 사내의 이미지라면 포구는 수더분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낙네의 이미지라고 받아들였다.

 

이 책은 곽재구가  전국 곳곳의 포구를 돌아다니며 적은 글이 담겨있다. 글의 힘일까. 그의 글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겨있고 그곳의 파도소리와 냄새, 배의 불빛들, 기러기의 움직임까지 살아숨쉰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한다. 나도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 떠났다는 착각이 들어서 그처럼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엽서 한장 띄우고 싶은 그리움에 빠지게 한다. 글도 글이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사진도 한 몫 거들고 있다. 그가 찍었다는 사진들에는 향수가 묻어난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그의 기행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로하는 여행이 되었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 찾아온다. 사랑을 해도, 따뜻한 가족이 있어도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고독의 무게가 있다. 한때는 나는 나만 외롭고 힘든 줄 알았다.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순간이 있다는 것은 나를 혼란시켰다. 이제야 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고. 이것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없다. 누구나 나만큼의 고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고독이 휘몰아 칠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틀린 대처법은 없다고 본다. 나는 끝없이 휘몰아 치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편이다. 가라앉다 보면 탁!치고 올라올 순간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고독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은 방법인가 생각하게 된다.
 
곽재구, 그는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인간의 삶의 깊이가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외로울 때 구룡포를 찾는다고 한다. 외로움을 그곳에서 날려보낸다고 한다. 구룡포를 보며 그는 외로움에 대해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아마도 외로움과 대화를 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피하지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외로움은 떠났을 것이다.
 
외로움은, 고독은 찾아오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잘 보내주어야하지 않을까. 그것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고독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 그것은 내 삶에 무언가 충고를 하고 싶어 찾아오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술과 눈물로 고독을 떨쳐버릴려고 애쓰지 말고 고독을 대면하는 것, 그 자세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없이 마음이 허하게 느껴질 때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떠난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쪽으로 들어설까? 길 위에서 알지 못할 방향 때문에 시간을 쓰는 것은 바보스런 일이다. 길 위에 시간이 펼쳐지고 시간 속으로 길들이 이어진다. 눈앞에 걸어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내가 시간에 쫓기고 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휴식을 취할 때도 시간을 확인하며 시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할 때이다. 어느덧 시간이 노예가 되어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다가올 시간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서도 그랬다. 이미 정해놓은 코스대로 여행을 해야했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애가 타고 화가 났다.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일이었다. 나는 쉬는 시간에도, 여행을 할 때도  시간을 위해 일을 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나를 위함이다. 시간은 그저 내가 게으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부수적인 거였다. 시간을 버리는 일, 그것을 실천할 만한 것으로 여행만한 것이 있을까. 여행은 시간이 정지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은 시간을 제대로 쓰기 위해 떠나는 것 아닐까.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낀 자가 시간을 잘 쓰듯말이다. 발이 닿는 대로 여행하는 것. 올해가 가기 전에 하고픈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별똥 떨어진 곳/마음에 두었다/다음날 가보려/벼르다 벼르다/인젠 다 자랐소-

(별똥, 정지용)

 

어릴 때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내일 저곳에 꼭 가보야지하고 다짐하고는 그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은 기억이 여러번이다. 수십번을 가려고 마음 먹었을 텐데 왜 가지 못했을가를 다 큰 어른이 되어 생각한다. 하지만 다 큰 내게는 별똥별 보기가 참 귀한 시간이 되었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어른에서 노인이 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얼마나 잊고 사는 것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꼭 잊지 말자고 기억해내야한다고 다짐했던 일들이 내게도 참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은 일기장을 들춰내야 기억이 날만큼 잊고 살고 있다. 시간앞에 장사없다라는 말로 변명하기에는 슬프고 아프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자주 꺼내주어야 한다. 마음의 서랍 맨 위층에는 자주 꺼내주어야 하는 것들을 집어넣고 혼자 있는 시간에 꺼내보며 기억해야한다. 훗날 눈감을 때 기억이나서 안타까울 일이 너무 많지 않도록 자주 꺼내 쓰다듬고 찾아보고 찾아가고 해야한다. 내 별똥이 떨어진 곳, 그곳을 찾아나서야 겠다. 
 

 

-불빛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저 불빛은 화포의 불빛이고, 저 불빛은 거차의 불빛이며, 저 불빛은 와온 마을의 불빛이다. 하늘의 별과 순천만 갯마을의 불빛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나는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에도 잠겨본다. 당신 같으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나의 선택은 마을의 불빛들이다.-

 

일에 지치는 것보다는 사람에 지치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하루만 사람들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여러번이다. 그래서 떠난 길.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산 속에도, 외진 바다에도 사람은 살았다. 떠나고 싶다고 했지만 떠나고 나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졌다. 그러다 마을의 불빛을 발견하면 버스안에서 부터 가슴이 뛰었다. 작가의 말대로 그 마을 불빛 하나 하나가 그 집의 희망을 타고 둥실 떠있는 듯했다.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기에 힘이 든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나의 결점, 나의 나약함을 먼저 인정해야했다. 약한 나를 인정해야 강한 내가 나를 끌어안아 줄 수 있으며 사람들의 손을 잡고 일어날 수 있다. 
 

 
 
-짐작하시겠지만 내가 바람을 사랑하는 제일 큰 이유는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 중에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요. 그런데 세상 사람 중에 그만큼 자유로운 존재가 없다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많이 쓸쓸할 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가슴속이 텅 비어 지상 위의 모든 집착들로부터 벗어날 때 드디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요....존재의 비상. 그것은 쓸쓸함만이 줄 수 있는 큰 선물은 아니겠는지요.-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지킬 것이 많다는 것이 된다. 어린이였을 때는 지킬 것이 별로 없었다. 내 한몸도 부모님이 지켜주셨는데 지킬거라고는 너덜해진 곰인형과 멜로디가 나오는 필통뿐이었다. 그 시절에는 지킬것이 별로 없어 행복했다. 지금보다는 훨씬 보잘것 없는 밥상도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다. 그 시절은 분명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우리는 더 많이 가질수록 불안해하고 남과 비교하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이 더 빨리 갖기 위해 애를 쓰고있다. 누굴위해? 무엇을 위해? 무엇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그토록 많은 것을 가지려하는 것일까.  적게 가지고 적게 바라고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세운 잣대에 맞게 내 인생을 제단해야하지 않을까. 남의 세운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다 보면 항상 뭔가 모자란 옷을 입게 될테니.

 
 
곽재구의 포구기행에는 우리네가 산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들이 저 속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잊고 지낸 것은 없는지, 우리는 생각하고 기억해내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선비들의 글은 참 정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것은 글을 두고 한 말은 아닐까? 몇 백년이 지났어도 옛 선비들의 좋은 글은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맑게 한다. 한해 전에 <숭늉>이란 책을 구해서 아침마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마다 좋은 구절을 읽다보면 아침의 싱그러운 기운이 내 몸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옛 성현들이 들려주는 글은 왜이리 군더더기도 없고 짧게 쓴 글이라도 심장을 바로 관통하는 힘이 있는걸까? 따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일까? 마음을 울리고 머리를 깨우치는 글쓰기 훈련을. 그 비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는 조선 지식인들(편하게 선비라고 해야겠다)이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 방법과 글쓰기의 깨달음에 관한 글을 담아놓은 책이다.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이익, 허균등 이름만으로 대단한 문장가임을 의심할 수 없는 선비들의 깨달음을 주는 글로 채워진 책은 읽는 동안 메모하던 메모지를 몇장이나 넘겨버렸다. 결국 메모지를 접고 한해 전에 그랬듯 책 속의 글을 하루에 한번씩 만나야 겠다고 다짐했다.

 

책을 피고서 이 책은 쉬이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것만 봄바람이 선선하고 좋아 밖에 앉아 다 읽고 말았다. 같은 말의 되풀이 같은 글들은 신기하리만치 각각의 빛을 내며 빛을 발하고 그 빛은 하나로 모아져 책 속으로 들어간다.

 

멋진 글쓰기, 다른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글쓰기, 빛을 발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봐야 한다. 이 책 속에는 그런 글쓰기를 한 성현들의 가르침이 들어있으니까.

 

얕은 글쓰기를 하는 나는 이 책을 읽을당시 멋진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황금열쇠가 들어있을 줄 알았다. 이 무슨 도둑심보인가? 글이 그렇게 나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다니 책 속 선비들의 따끔한 일침에 부끄러워 주위의 붉은 철쭉만큼이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최한기의 말처럼 글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잔재주가 아니었으며 정성을 다하지 않는 글, 기교를 부리는 글은 티가 난다는 것을 어찌 몰랐을까!

 

책 속의 좋은 글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를 내내 고민했지만 쉽지 않다. 좋은 글은 스스로 깨닫고 느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책의 보석같은 문장들을 옮겨 적을 수가 없다. 오늘 하루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 하나는 이와 같다.

 

<글은 내 얼굴이다>

 

글은 글쓴이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 그가 얼마나 마음을 다해 글을 썼는지, 정성을 드렸는지, 독서량이 얼마나 되는지, 현실의식은 있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진부한 말만을 사용하고 옛 성현이 말만 따라 쓰지는 않는지, 성급하게 쓴 것은 아닌지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이 글에 나타난다고 한다.

 

얼굴은 매일 세수하고 화장품을 바르고 어떤 날은 마사지도 해주고 정성을 다한다. 얼굴에 드리는 정성보다 더 한 정성이 글쓰기에 필요하다. 글쓰기에는 외모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볼 수 있기에. 올바른 글쓰기를 위해서는 마음을 다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배경을 위해 독서량을 늘려야 하고 논리적인 문장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글에 대한 평가를에 귀를 기울이며 퇴고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재능, 기백, 힘이 합쳐져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한다.

내게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적어도 마음을 담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고 싶다. 군더더기라고 느껴지지 않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조선 지식인의 글을 읽으며 그들이 강조했던 하나에 감동하고 만다. 그들은 글을 쓰면서도 항상 백성구제를 중심에 두길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역사와 사회문제에 밝아야 한다고 했던 것은 백성을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글쓰기에 매진했다. 나를 위한 글만이 아닌 백성과 나아가 나라를 위한 글을 써야했기에. 역사, 사회, 경제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침마다, 혹은 글을 잘 쓰지 못해 마음이 급해질 때마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분을 키워 주세요 웅진 세계그림책 5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진 자이언 글,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에 화분에 둘러싸여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이름은 토미. 토미는 왜 화분 속에 파묻혀 책을 보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가 벌써부터 꽃집을? 아니면 과학자인가? 궁금증을 가지고 커다란 책장을 넘긴다.

 

여름 방학을 맞은 토미어린이.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저런, 우리의 토미만 부모님이 바쁘셔서 집에 있어야하는건가.

친구들은 모두 여행을 떠나 텅빈 것 같은 마을, 집에 혼자 있어야한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생각만해도 나는 아마 울고 불고 부모님께 떼를 썼을 것이다. 할머니집에라도 보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책의 주인공은 다르다. 착한 토미는 부모님을 이해하고는 혼자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낼 준비를 한다. 아빠는 토미에게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대신 하고싶은 일을 한가지 할 수 있게 허락하셨기 때문에 토미는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여름 방학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토미는 하나, 둘 밖에서 가져온 화분을 집에다 옮겨놓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다, 토미가 선택한 일은 휴가를 떠난 사람들의 화분을 돌봐주는 일이다. 이 부분에서 반전의 재미를 느꼈다. 꼬마가 자신의 키보다 큰 화분을 기르겠다니, 나는 아마 토미가 돈을 달라고 해서 장난감을 사는 것으로 끝낼 줄 알알았다. 아이를 내 멋대로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은 정말 짐작할 수가 없다.

 

 화분은 점점 자라나 집은 정글이 되어버렸다. 엄마, 아빠는 화가 났지만 토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화를 내거나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다. 토미의 부모님을 보면서 휴가를 데려가 주지 않아 좋은 부모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와의 약속을,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원해 화가 나도 소리가 지르고 싶어도 참는 장면에서는 정말 멋진 부모님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인내심을 길러야한다.

 

어느날, 토미는 화분이 쑥쑥 자라나 집이 부서지는 꿈을 꾸고는 화들짝 놀라 화분이 가득한 집을 둘러봤어요. 우리의 토미,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로 한건가? 이 부분에서 또 하나의 반전. 여기서 결정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화분을 돌려주는 것. 하지만 어린이 토미는 어른의 생각을 뒤집고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화분을 잘 키우는 방법의 책들을 읽는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토미, 화분은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가꾸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토미. 역시, 어린이는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이 있다. 어른은 그것을 잘 찾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럼 아이는 마법사가 되어 일을 척척 해낼 것이다.

 

우리의 토미는 책을 읽고 화분을 다듬고 가꾸기 시작하며 화분이 얼마나 예뻐지는 배우게 된다. 식물도 사람처럼 관심을 갖고 가꾸어 주어야한다는 것을 배운 토미, 하지만 토미가 배운 것은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사람을 도와주면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였을까. 자신의 부모님이 참을성있게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자신감도 배웠을 것이다.

 

토미 아빠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정말 시골로 여행을 가자."

 

잘 다녀와, 토미.

화분이란 작은 세상에 담긴 화초들 말고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있는 나무를 보고 와서 이야기해줘. 나무만큼 내 꿈도 커졌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의 트릭 - 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이는
다고 아키라 지음, 지세현 옮김 / 호이테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말!말!말! 항상 말(言)이 문제이다.  친구, 연인 사이같은 친한 사이에도 말로 인한 다툼이 끊이질 않는 것이 사실인데 하물며 처신을 잘해야 하는 사회생활에서 말이 갖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말에 대한 속담은 셀 수도 없으며 말로 인한 오해는 끝이 없다. 또한 말에 웃고 말에 우는 사람 또한 많고도 많다. 왜 사람들은 말에 웃고 말에 우는가를 이 책이 담고 있다.

 

이 책은 두시간도 되지 않아 읽힐만큼 쉽고 간단하다. 한가지 트릭마다 두페이지를 넘지 않기에 200페이지에 걸쳐 95가지의 말의 트릭이 나와있다. 각 트릭마다 일상생활을 예로 들어 이해하기도 쉽고 읽기도 쉬웠다. 무릎을 치면서 나에게 그 트릭과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을 떠올리며 궁시렁 대기도 했으며 내가 썼던 말이 트릭이 되어 나와 그 의도가 나왔을 때는 뜨끔하게 만들었다. 정말 말 잘하기도 해야겠고, 잘 듣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읽는내내 든다. 하지만 95가지의 트릭을 다 기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기에 목차는 상세하게 설명되어있다. 차례페이지만 4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이런 책에는 목차에 책이 정리되어있는 공통점이 있다.

 

책은 크게 4part로 구분되어 있다.

 

Part1 : 이런 말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 부분은 내가 사용하면 좋을 부분이다. 남이 활용하게 두면 내게는 좋지 않을 부분이 되는 거이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화법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말을 할 때면 꼭 우리라는 말을 쓰는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들 모두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잘 들어주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라는 말은 동료의식을 자극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산다고 한다. 또한 우연을 강조하는 약장수의 전략도 정에 약한 노인분들에게는 통할 수 밖에 없는 화법이었다. 자신의 대화상대를 간파하는 능력. 그것이 화법의 첫단게인가보다. 이 밖에도 20가지의 방법이 나와있다. 영업직인 사람에게 복사해서 주고 싶다.

 

Part2 : 이러한 말에 본의 아닌 행동을 하지는 않는가?

-이 부분은 경계해야하는 화법이 나와있다. 대학 3학년 때 살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방이 그러저럭 맘에 들었지만 생각보다 집이 낡아 한번 더 둘러보고 찾아보려 했는데 주인이 자기네 집 방이 다 나가고 이 방하나 남았다는 말에 덜컥 계약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후로 1년을 냉방보다 심한 냉방에서 자야했다. 쇼핑을 할 때도 적용되는 이 방법은 기억해놔야지하고 메모해둔 것을 보면 아마도 내게 그 추운방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끔찍하기 때문일것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다." 라는 말이 물건의 가치를 혼동시키려는 상투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

놓친 물고기는 언제든 잡을 수 있다.-

 

Part3 : 이런 말 때문에 일방적인 판단을 강요받지는 않는가?
-이 부분은  그 핵심에 대해서는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 유용할 부분이다. 반대로 자신이 생각에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경계하며 기억해야하는 부분이다. 간혹 양자택일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우리도 모르게 그 중 하나의 답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재판장에서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양자택일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보류하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Part4 : 이런 말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처하지는 않는가?

-이 부분은 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화법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연인 중 한 여자가 사랑하냐고 물어보자 얼버무리기 위해 질문을 되받아친다.이것을 전환화법이라고 하는데 tv에서 바람둥이들이 쓰는 수법과 일치한다.

 

 

 

**말의 트릭에 대한 짤막한 내 생각.

 

1.내가 하면 기술, 남이 하면 속임수.

 

-책의 제목은 말의 트릭. trick 좋게 말하면 기술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임수가 된다. 말의 기술과 말의 속임수. 어찌보면 이것은 당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구분되는 것이 아닐까. 당하는 사람에게는 속임수이고 행하는 사람에게는 기술이 된다. 이는 책의 부제와도 통한다. '나를 지키고 상대를 움직이는'이 책의 부제이다. 이 말은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을 안겨준다. 즉, 나는 속지말고 상대방은 속이자라는 말로만 들리게 된다. 말이란 것이 언제부터 속고 속이는 방법이 된 것일까.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에 대한 대부분의 속담은 말을 이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말에 진심을 담아하라는 것이었다. 책에서는 말의 기술이 설득에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하는 말은 당신을 설득하려고 하는 말이니 믿지 말고, 당신이 누군가를 설득할 때는 이 방법만한 것이 없으니 사용해라. 좋은 설득이라는 것은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진심을 실어서.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말의 기술을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진심으로 말하려고 한다. 그것만이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울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Part의 구분을 조금 더 명확하게!!

 

-책은 총 네개의 부분으로 구분된다. 파트마다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네개다 상대방의 말에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경우가 되는 것이 된다. 책을 제대로 이해 못한 것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각 장의 구분이 명확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마치면서.

 

책은 일상적인 사례들이 많다. 그런 사례들이 트릭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디 겁나서 말하고 살겠는가였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대화하는 내내 머리가 아플 것 같고 상대를 믿지 못하는 불신은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책은 내가 몰랐던 화법 등을 알려주는 점이 흥미롭지만 사용하려니 양심의 가책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만 속는 것이 싫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한 대안!!

책을 보며 자신의 대화습관이 혹시 상대방을 조정하고 있지는 않나를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에게 생각할 시간과 자신의 뜻대로 대답할 기회를 뺏고 있지는 않나?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세상은 말 편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