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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온 길을 뒤돌아 보면 반짝 빛나는 지점이 생긴다. 그 지점에는 아마도 이런 마음의 깃발이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다 가져라."
그런 나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꿈을 품을 수도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며, 보다 유쾌하고 통쾌하게 세상을 뛰어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 내게 그런 나이는 20살, 대학교 1학년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사막에 눈이 내리게 할 수도 있다고 혼언장담할 수 있는 나이, 그 시절이 반짝 거리며 나를 부른다. 내 20살이.
사막에 눈이 내리게 할 청춘들을 소개합니다.
-후후, 기타무라 -삶이란 것은 그저 그런 것이란 생각을 할 듯한 용모단정의 남자. 조금은 관조적으로 웃을 것 같은 그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조감형인 이 남자, 슬슬 삶에 열을 올려야 할 준비를 한다.
-크하하하, 도라이-생활 속 재미와 놀이를 찾는 것을 좋아하는 듯한 남자, 인생은 즐겁게가 모토일듯한 남자 그와 함께라면 사는동안 참 많이 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유쾌한 남자이다. 가볍지만은 않은 유쾌함이라 그가 좋다.
-...(웃은 것임), 도도-얼음공주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한 여성.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미녀지만 그 미모를 돋보이게 하려하지 않는 무신경이 더욱 매력을 발산하게 한다. 무표정의 여왕급인 그녀와 친구가 되면 적어도 그녀가 무표정이더라도 기분이 좋은건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있게 되니 속마음은 친절한 공주이다.
-빙긋이, 미나미-은은한 밝은 빛이 주위를 감싸는 듯한 존재감을 주는 그녀. 행복이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다닐 듯한 귀여운 아가씨. 순정파라서 눈물도 많지만 예상외의 초능력을 갖고 있는 소유자.
-왜 웃어야 합니까!, 니시지마-그룹에 한 명은 꼭 있을 것 같은 괴짜 중의 괴짜.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서 늘 투덜이는 남자. 거창한 시도가 아닌 스스로 온 힘을 다해 전력(물로 대부분 실패하지만)을 다하는 모습이 이제는 사랑스럽기까지 한 남자.
#함께여서 더욱 빛난다. 청춘!
"인간으로서 누릴 최대의 사치란,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을 말한다." -p.599
주인공 다섯 명과 또 다른 한명 하토무기라는 여성으로 이뤄진 이 집단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진다. 하긴 대학생들에게 이름은 조금 쑥쓰럽고 창피할 수도 있겠다. (더 좀비스는 고등학생이어서 잘 어울린 듯도 하니까.)
친구란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만큼 신기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친구가 된 걸까? 성격이 다른 친구들이라면 그런 느낌은 더하다. 어떻게? 니시지마에게 왜 친하게 된 겁니까? 라고 묻는다면 그는 우리는 사막에 눈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친구들이 그에게 아유를 퍼붓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젊음, 청춘.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청춘은 빛이 난다. 물론 갈지자로 걷기도 하고 무언가를 쏟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스스로 일어설 수 없다고 해도 옆에 있는 친구가 손을 내밀어 주고, 손을 잡을 용기가 있다면 청춘은 얼룩조차 아름답게 빛에 합류한다.
우리는 불안전하다. 어느 나이나 불안전 한데 하물며 스무살은 얼마나 불안한가. 그 나이를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이가 친구이다. 그렇기에 친구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경험상 우리는 알고 있다. 친구만큼 소중한 건 없다고. (물론 예외가 있기도 하겠지만.)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다말고 절대 덮을 일은 없으며 덤으로 친구와 함께 추억까지 덤으로 떠올릴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 식의 세상 구하기, 맘에 들었어!
-내가 할 수 있을만큼, 최선을 다해 구하자!
"온 마음을 다해,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151
실제로 20살, 대학 1학년은 불안정한 나이이다. 울타리에서 훌쩍 밖으로 내보내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사막에 떨어진 것은 아니다. 울타리 밖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먹고 살기 힘든 사막은 아니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은 방황을 한다. 밖에서 보는 세상이기에 울타리 속의 부당함이 더 잘 보이고 사막이 아니기에 용기를 내서 사회에 저항을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세상에 그런 젊이들은 많지 않다. 다들 사막에서 살아남기를 준비하느라 대학 생활동안 살 궁리를 하느라 바쁘고 그것도 아님 이번이 아니면 놀지 못한다라고 외치며 늘 놀 궁리만 하는 학생으로 나뉜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이사카는 엉뚱하리만큼 매력없는 니시지마를 앞세우고 외친다. 손가락 하나로, 젊은이들 몇 명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그런 엄청난 일을 하라고 부추기는게 아니라 적어도 눈 앞에 있는 일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관심을 쏟으라고. 그것들이 여러분을 집어삼키기 전에!
마왕을 통해 본 이사카는 분명 요즘 사회를 걱정하고 있다. 문학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든 믿지 않든 이사카는 노력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유쾌한 청춘 이야기 속에 은근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이사카는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를 꿈꾸고 있기에! 즐기지 않는다면, 소용 없음을 알기에.
외쳐보자, 즐겨라 청춘이여!
우리는 사막에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태어났다.
덧붙이기)
이사카의 책에서 늘 뒤통수를 맞는 나로서는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50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호언장담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기분 좋게 한대 맞았다. 시간이란 흐르고 있어서 멋진 것임을 모르고 있었다.
유쾌상쾌통쾌한 이사카의 책,
세상을 변화시켜보자라고 외치게 만든다. 친구들을 소집해야겠다.
(세상은 힘들지도 모르니 내 주변부터라도 변화시켜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