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22쪽
생김새도 아주 귀엽다. 볼도 동글동글, 곱슬머리도 동글동글, 눈도 동글동글. 아이를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그랬다간 그 애의 위엄을 얕잡아보는 게 될 것 같아 감히 도전할 수 없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빤히 쳐다볼 때 킷의 눈빛은 메데아조차 움츠러들 정도야. 이솔라 말로는 킷이 그런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 두 명 있었대. 자기 개를 때리는 잔인한 스미스 씨, 그리고 줄리엣더러 오지랖 넓은 참견쟁이라며 런던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악마 길버트 부인. -293쪽
요즘 나는 화가들이 그리고 싶은 대상을 어떻게 찾아내는지에 관한 책을 보고 있다. 예컨대 화가가 오렌지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치자. 그럴 때 오렌지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할까? 아니, 그렇지 않다. 화가는 자신의 눈을 속이고 그 옆에 있는 바나나를 응시하거나, 머리를 숙여 다리 사이로 거꾸로 관찰한다. 오렌지를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관점 구축’이라 부른다. -41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