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핸드폰의 메모장을 보니 어느 날 이런 메모를 해뒀다.

‘하루 동안 생각하고 다 겪은 것을 글로 정리한다면...’ 아마 뒷말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소설이 될 수 있을까, 겠지. 어떤 날은 그런 욕망이 든다. 거기다 난 기억력도 나빠서 겪은 것을 제멋대로 쓰겠지. 물론 쓰지 않는다.

쓰기 시작한 메모만 여럿이다.

그런데 그런 작가가 있다.

나카지마 라모. 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삼십 대 중반 알코올성간염으로 50일간 입원해서, 그때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 <오늘 밤 모든 바에서>를 썼다. 뭐, 이런 작가는 많다. 그런데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만 ‘대마는 인체 무해’라며 <마귀광버섯>이라는 적나라한 마약 체험담을 발표하고 결국 체포된다. 그런데 구치소 안에서 에세이 <감옥에서 하는 다이어트>를 출간한다. 이 책은 <오늘 밤 모든 바에서>에도 언급된다.

‘병으로 마르는 다이어트’ 이 책 아이디어로 나중에 ‘감옥에서 하는 다이어트’를 썼나보다. 재밌는 사람이다. 그리고 책 내용이 무지 궁금하다.

소설은 알코올 중독에 대한 많은 이야기, 50일 동안의 병원 생활이 잘 나와있다. 거기서 만난 사람, 얽힌 이야기까지해서 술술 잘 넘어간다.

 

‘왜 그렇게 마시나.’

‘잊으려고.’

‘뭘 잊고 싶나.’

‘……. 잊어버렸어, 그런 건’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

 

알코올 중독 문헌을 ‘안주’ 삼아 위스키를 마신다는 자학적인 심경을 즐겼다. -52쪽

 

유일한 해결책은 마약을 정부가 전매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일본 정부는 그럴 ‘자격’이 있다. 암의 원흉인 담배를 전매하고 공영 도박으로 자릿세를 벌고 주류세로 살을 찌운 어엿한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갱에게 마약의 이권을 건넬 바에는 국가가 오명을 뒤집어쓰고 관리하면 된다. 그리고 이익의 몇십 분의 일쯤을 중독자들의 요양에 환원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마약 상용자를 체포할 자격이 없다. 알코올 중독을 양산하는 형이하학적인 주범은 정부다. 범죄자에게 범죄자를 체포할 자격은 없다.

일본의 알코올 실태는 미쳐 가고 있다. 열한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지만, 거리 곳곳에 온갖 술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다. 위스키, 맥주, 소주, 청주의 광고료는 거대한 방송 수입원이고 주류세는 연간 이조 엔에 달하는 세금 수입이다. 공도 민도 언론도 일환이 되어 ‘마셔라, 마셔라’ 하고 암시를 걸고 있다. 일본의 알코올 중독이 이백이십만 명 정도에 그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일본인 중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 전혀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나는 앞으로 알코올 중독이 더욱 늘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 알코올 중독 국가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같은 해 술에 관련된 사망, 즉 간경변, 자동차 사고, 자살, 익사, 기타를 합친 총수는 구만 팔천명이다. 연간 약물사가 약 삼만 명, 불법 약물사가 사천이백 명이니까, 마약과 술의 ‘마성’의 차이는 뚜렷하다. 헤로인에 따른 사람은 천사백 명, 코카인은 팔백 명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여 말하자면 담배에 의한 암 사망은 삼십이만 명이다.

아마 백 년이 지나 지금의 일본 법률이나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담배나 술을 거대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는 한편, 대마초를 금지해서 연간 많은 인간을 범죄자로 만든다.

...

규제가 있건 없건 일본은 머지않아 술과 마약의 세례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일본에서는 물건과 돈 대신에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106쪽

 

다만 제가 알코올 중독이라서 아는데요. 학자는 아무리 접근 방법을 바꾸어도 알코올 중독의 실태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유아 체험이니 뭐니 아는 척 분석당하면 열받습니다.

알코올 중독을 알 수 있을 때는, 다른 중독을 전부 해명했을 때입니다. 약물 중독은 물론, 일중독까지 포함해서 인간의 ‘의존’이란 것의 봄질을 모르면 알코올 중독을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있는 건 부수적인 것뿐이겠죠.

‘의존’은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뭔가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면 죽은 사람뿐입니다. 아니, 유령이 나오는 것을 보면 죽은 사람도 뭔가에 의존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은 전부 사람의 의존 대상이겠지요. 알코올에 의존하는 인간이야 귀엽고. 피와 돈과 권력에 중독된 인간이 국가에 의존해서 살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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