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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번 여름 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내고 온 친구가 권해준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가 쓴 글과 사진이 들어있다. 여기가 정말 그 제주도인가 싶은 파노라마 사진들도 멋지지만 우선 글이 좋았다. 사실 되게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이제야 알았네. 제주도를 가면 꼭 두모악 갤러리에 가야지. 아니 루게릭 병에 걸려 숟가락도 제대로 쥐지 못하는 몸 상태로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 가기 위해 제주도를 가야지.
책을 펼치고 읽은 글..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녘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 거기서 며칠이고 수평선을 바라본다. 마라도에선 수평선이 넘을 수 없는 철조망이다.
외로움 속에 며칠이고 나 자신을 내버려둔다. 그래도 모자라면 등대 밑 절벽 끝에 차려 자세로 선다. 아래는 30미터가 넘는 수직 절벽이고, 바닥은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 조각들이 날카로운 이를 번뜩인다. 떨어지면 죽음이다. 정신이 바짝 든다.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된다. 눈을 감고 수직 절벽을 인식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안하다. 수직 절벽임을 인식하면 다시 두려운 마음이 든다.’
*소리내서 읽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사진들은 바람...을 담은 사진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모악 갤러리 누리집에 들어가 봤다.
언론 보도를 보니 정말 2001년부터 관심을 받았다. 2001년에 루게릭병에 걸렸다.
많이 외로운 사람이지만 자유롭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몸은 부자유스러워도 정신만은 자유롭다. 힘든 몸으로 사진 갤러리를 열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네 번 다섯 번 찾아온다. 그들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몸이 허락하는 한 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건강할 때보다 더디고 힘이 들지만 그들이 찾아와준다면 나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십여 년 동안 모아둔 많은 이야기들을 이제 하나 둘 꺼낼 준비가 되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피어난 너도바람꽃처럼, 고통의 끝에서 무사히 봄을 맞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다. 한겨울 중에 움트는 봄의 기운을 나는 보았다. 자연의 품안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온몸으로 보고 느꼈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그 경이로움을.‘
*누리집에서 본 기사 속의 한 구절.
“폭풍 치는 밤에 망망대해에 떨어진 느낌이었어. 50년 내다보고 작업했는데 절반도 못 채우고 마감해야 한다는 데!”
“몸은 부자유스러워도 정신은 한없이 자유로워. 아마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오름 하나 이해하지 못하면서 조급해 하고 있을 거야.”
“운명이라 받아들이나요?”
“음, 기자 양반이나 나나 지금 이 순간 내일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차이라면 당신의 내일이 올 가능성이 99%라면 내 것은 1%뿐이라는 거지. 그렇다면 나는 더 치열하게 살아야지.”
장애를 가진 내 육신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지평선과 수평선이 보인다.(중략)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어 좋다.(중략)20년 동안 오름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도 모르면서 두세 개 욕심을 부렸다. 중산간 오름 모두를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겠다는 조급함에 허둥댔다. 침대에 누워 지내지 않았다면 그같은 과오를 범했을 것이다.’
*이 사람의 사진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많단다. 예술 작품을 작품 자체로 판단하는 것. 난 사실 그게 잘 안된다. 예술가의 삶과 떨어져서 잘 안 봐진다.
그래서 이 바람, 구름, 햇빛이 가득한 사진이 참 좋다. 내가 제주도 중산간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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