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 미루의 좌충우돌 1년 나기
강상구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쓰다보니 제목이 참  민망하다. 아니 뻔하다. 참 못 지었다. 그냥 난 미루 아빠 육아일기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흔한 제목이라니. 하긴 어젠 요가시작하기 전에 잠깐 책을 보다가 책을 뒤집어 놓았다. 제목이 간지러워서. 
신간 소개에서 아빠의 일년 육아 휴직기라고 하길래, 민주노동당에서 일한다길래 일로 볼 만할까 싶어서 샀다. 그런데 읽고 보니 글을 재미있게 쓴다. 딱딱 끊어지는 단문에 별로 꾸미는 말들도 없는데 공감도 되고, 재미있다. 
아, 이런 남자랑 같이 애 낳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뭐랄까. 여자가 쓴 것 같다. 육아휴직해서 나 훌륭한 남자라는 것도 아니고, 글은 그냥 소박하면서도 공감가고 세상에 애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과하지 않다.
이제 애가 돌 지났으니 우리 잡지에 글 싣기에는 너무 어리겠지.
이 사람이 쓴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은 어떨지 궁금하다. 헤

모유수유의 어려움1
...
주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모유수유의 고통을
다음과 같은 행동을 통해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느 날 저는 너무 덥고 어디 나갈 일도 없어서, 웃통을 벗고
모유수유 중인 주 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 선생님이 갑자기,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제 젖꼭지를 꽈~악 꼬집었습니다.
"아앗~~! 왜 그래?"
너무 기습적인 공격에 저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습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 선생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응..고통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
그냥 말로 해도 될 텐데
혼자 아픈 게 좀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밤에
주 선생님께서는 수유할 때 젖꼭지가 얼마나 아픈지를 제게 말로 한참 설명하긴 했었습니다.
"빨래집게로 젖꼭지를 꽉 집으면 어떨까? 많이 아프겠지?"
"으..정말 아프겠다."
"그러고 나서 빨래집게를 빼."
"그리고?"
"그러다가 그 아픔이 다 사라지기 전에...다시 꽉 집어. 어때?"
"으으으...생각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친다..."
"바로 그런 아픔이야. 요즘 내가 아픈 게..."

*아, 이렇게 다른 사람 말을 잘 듣는 귀가 있다니.
그리고 자기 처지를 잘 아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저는 이 날의 대화로 '역시 애 키우는 아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이 좀 간사해 보입니다.-아기 순하네'

육아휴직한 아들을 절대 인정못하던 부모님이 감기 걸렸다는 말에
"넌, 뭐 집에만 있는 애가 무슨 감기가 다 걸렸냐?" 했다는 이야기.

생각해보니 애 키우는 이야기를 한 권으로 읽은 건 처음인 것 같다.
뭐 요새 애 낳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당기는 책이기도 했지만, 이런 남자, 이런 부모쯤은 되어야지 싶기도 하고. 사실 별스런 부모가 아니라 그냥 노력하는 건데 싶기도 하고. 뭐..잘 읽었다.



모유수유의 어려움2

....
당시를 생각하면 '참, 그런 장면이 다시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퉁퉁 불어오른 젖의 한쪽은 제가 맡고, 다른 한쪽은 장모님이 맡고, 유난히 밝았던 형광등 아래 양쪽에서 경쟁하듯이 젓을 짜냈습니다. 장모님께서는 한참 고민하시다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자네가 좀 빨지..."
남편이 직접 입으로 짜내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남사스러운 장면입니다.
그 방법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방법인데 효과가 거의 없답니다.
애가 빠는 게 훨씬 강력하답니다. (200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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