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우아니 곰곰그림책
비올렌 르루아 지음, 이경혜 옮김 / 곰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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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표지를 넘기고 나니 손바닥만 한 동그라미에 저녁 노을이 짙게 물들기 전 하늘이 그려져있다. 이어서 설산과 깊은 골짜기, 초록색 모자를 쓴 얼굴과 손이 햇볕에 그을린 사람, 그리고 그 산을 오르는 사람이 차례차례 커지는 동그라미 속에 들어있다.

주인공을 따라 함께 설산을 오른다. 곧 평온한 얼굴이 새겨진 돌과 그 돌을 닮은 사람들을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은 침묵이 흐르는 곳, 말이 필요할 때는 비밀의 돌을 건넨다. 그리고 펼쳐지는 바람의 소리. 인간의 목소리는 내지 않지만 그곳은 자연의 소리가 넘치는 곳이다.

어떤 밤을 지나 이제 바람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

이제 이야기가 넘치는 주인공은 마을을 내려가 그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한껏 부풀었을 주인공의 마음.

이야기가 넘쳐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까 가늠하고 있었을까.

바람은 여기에 비밀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내려놓아도 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할지 말지, 어떻게 전할지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때 내려놓는 선택도 있다. 내려놓으면 때론 바람처럼 날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이야기를 그림과 짧은 글이 더해진 그림책 형식으로 전해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소개해준 출판사 쪽을 향해 절을 하고 싶어진다.

마지막 동그라미는 짙은 파란 하늘이다. 나에겐 짙은 밤이 지나가고 아직 해의 기운은 시작하지 않은 시간, 새벽 4시쯤의 하늘로 보인다. 그리고 ‘우아니’는 이누이트어로 ‘저 멀리’라는 뜻이란다.

<바람의 우아니>가 나를 저 멀리 고요의 세계로 안내해주었다. 내 안에 있는 침묵의 시간으로 연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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