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삼일절 105주년 기념으로 독립선언서의 일부 문구를 집어넣은 에코백이며, 독립선언서의 전문을 축쇄한 투명 책갈피며 하는 사은품을 만든 모양이다. 독립선언서라 하니 문득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육당 최남선 전집> 제1권을 꺼내 보았다. 1973년에 현암사에서 전집 1차분(1-8권)을 내놓으면서 사은품으로 독립선언서 복제본을 끼워 주었는데, 훗날 내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에도 다행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B5 판형에 딱 맞게 제작된 하얀 봉투를 열면 독립선언서와 그 소장자였던 월탄 박종화의 소개글(19세 때에 탑동공원에서 배포한 독립선언서 가운데 한 장을 받아서 이제껏 보존하고 있었다는 설명), 출판사의 해설까지 깔끔하게 인쇄한 가로 65센티미터, 세로 48센티미터의 얇은 한지가 나온다. 독립선언서 자체는 가로가 45센티미터쯤 된다고 하니, 이 복제본은 실제보다 더 넉넉하게 여백을 두어 제작했다고 봐야 하겠다.


육당 전집이라면 초판이 최소한 수천 부쯤은 간행되었을 법하니 이 복제본도 대략 그 정도 숫자가 돌아다닐 법도 한데, 의외로 지금은 대부분 그 존재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이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도 드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각에서는 현암사 복제본을 마치 원본인 양 착각하는 듯하니 우스운 일이다.(예를 들어 <한국일보> 미국판의 다음 기사를 보라. http://dc.koreatimes.com/article/20160301/973257)


그나저나 독립선언서의 복제본이 육당 전집에 사은품으로 따라온 까닭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이 문건이 최남선의 창작이기 때문이다. 훗날의 친일 행적 때문에 요즈음에 와서는 최남선이라는 이름 석 자만 언급해도 '친일파'라는 딱지가 따라붙게 마련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독립선언서 작성부터 역사 연구, 고전 보급, 언론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한 선각자 겸 지식인의 면모가 분명히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친일 행각 때문인지 과도하리만치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남선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아닌가 싶은 억지 비판도 없지 않던데, 예를 들어 독립선언서 첫 줄에서 "조선"이 "선조"로 오식된 것조차도 육당 탓을 하는 주장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육당이 작성한 글을 인쇄소에서 식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임이 분명하며, 당시에 인쇄 작업이 비밀리에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아쉬운 실수일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런 실수가 서지학적으로는 초판본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향후 어디선가 오래 된 독립선언서가 발굴되었을 경우, 첫 줄에 "선조"라는 오식이 없다면 그 역사적인 날에 나온 초판본까지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라딘 에코백에 들어 있는 문구에는 "선조"가 "조선"으로 바로잡혀 있으니, 이것 역시 독립선언서 초판본의 충실한 재현이라고 볼 수는 없겠다.


물론 알라딘에서야 단지 오식을 바로잡으려는 선의의 수정을 시도했을 수도 있지만, 굳이 원문씩이나 가져다가 인쇄하기로 결정했던 애초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없었다면 더 좋았을 법한 실수 때문에 지금 와서는 애꿎은 육당만 원흉 취급을 받아 비난을 받는 실정이지만, 이쯤 되면 "선조"라는 오식도 105년 전 그 날 그 사건과 함께 이미 역사의 일부분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추가]


글을 올리고 나서 사진을 첨부하고 다시 살펴보니, 현암사의 독립선언서 복제본에 붙은 설명에서 "육당이 밤을 새우며 직접 쓰고 조판, 교정한 이 '독립선언문'은" 하는 구절이 뒤늦게야 마음에 걸렸다. 작성이야 본인이 했다 치더라도 식자와 인쇄까지는 도맡지 않았을 터이며, 심지어 인쇄도 천도교 측 보성사에서 담당했었다고 전하는데, 어째서 이 설명에서는 육당이 "직접" 조판과 교정까지 담당했다고 나오는 걸까?


그제야 관련 자료를 뒤져 보니, 앞서는 간과했던 몇 가지 사실을 새로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육당이 "직접 쓰고 조판, 교정"을 담당했다는 설명은 사실이다. 독립선언서 원고를 완성한 후에 자신의 인쇄소인 신문관에서 직접 조판(식자)과 교정을 해서 천도교 인쇄소인 보성사로 넘겼다기 때문이다. 육당은 17세 때 출판사 겸 인쇄소인 신문관을 설립했으니, 인쇄 실무에 대해서도 충분히 잘 알았을 것이다.


손자 최학주의 회고록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에도 "당신이 직접 신문관에서 조판하고 교정까지 본 후에 인쇄만 천도교 측 보성사로 넘겼다. (...) 급박한 상황에서 극비리에 진행한 일이라 선언문 첫머리에 '조선'이 '선조'로 돼 있는 것을 놓쳤다"(159쪽)는 증언이 들어 있으니, 이쯤 되면 (나귀님이 앞서 쓴 글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문제의 오식에 대해서만큼은 육당을 탓해도 딱히 변명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다만 인쇄 업무의 특성상 육당 외에도 여러 사람이 이후 작업에서 관여했음이 틀림없었을 터인데, 어째서 그처럼 눈에 띄는 오식을 미리 발견하고 수정한 사람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던 중에도 민족 대표 33인의 명단이 몇 차례 바뀌는 바람에 수정이 이루어졌으며, 최남선의 초고에 대해 오세창이 이의를 제기해서 단어 수정도 이루어졌다고 전하니 말이다.


구글링해 보니 고맙게도 한양대 사학과 박찬승 교수가 "3.1.독립선언서 인쇄 과정과 판본의 검토"라는 논문에서 독립선언서 제작 부수 관련 논란이며, 서로 상이한 초판본 존재에 따른 진본 논란 등 여러 가지 쟁점을 명료하게 규명한 상태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육당이 자신의 인쇄소 신문관에서 직접 활자를 조판해서 천도교 인쇄소 보성사로 보냈다는 증언이 당시의 수사 자료며 언론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보성사의 당시 책임자는 육당이 만든 활판의 세로 길이가 자기네 인쇄기에는 맞지 않아서 새로 조판했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조선"이 "선조"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조선/선조"의 위치가 첫 줄 상단임을 감안하면 해당 활자를 굳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없고, 보성사의 책임자 역시 당시 활판의 내용을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으니 추가 교정도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후 33인의 명단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연판이 3종이나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선/선조" 오식도 미리 파악하기만 했었다면 이처럼 충분히 수정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육당의 친일 행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늘어난 까닭인지, 지금은 이런 실수에다가 오세창의 단어 수정 제안까지도 졸지에 육당을 폄하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문제의 "조선/선조" 오타가 훗날의 독립선언서 원본 논란에서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보성사에서 인쇄한 독립선언서는 현재 8점이 남아 있는데, 훗날 최남선의 신문관에서 별도로 인쇄한 것이라고 주장되는 독립선언서 이본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 이본은 조판과 서체 등이 기존의 독립선언서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그 진본 여부를 놓고 팽팽한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자칭 신문관 이본이 후대의 맞춤법을 따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때문에 (예를 들어 ㅅㄱ 대신 ㄲ을 사용했다) 초판본이 아니라 1950년대에 제작된 위작으로 입증되었는데, 어째서인지 이런 사실이 제대로 규명되기도 전에 문화재청에서 보성사 진본과 신문관 위작 모두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양쪽 모두 국가등록문화재 2016-1호와 2016-2호로 남아 있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어째서인지 문화재청에서는 구체적으로 진위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다 문화재로 지정해 버리자는 식의 황당한 논리를 즐겨 펼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진달래꽃> 초판본을 둘러싼 논쟁이다. 이전까지 초판본으로 간주되던 한성도서본과 다른 중앙서림본이 발굴되고, 그 소장자의 조사로 맞춤법의 차이(ㄲ와 ㅅㄱ)가 결정적인 단서로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규명 없이 모두 문화재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발굴과 보존뿐만 아니라 진위 판별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 정부 기관으로서는 영 어울리지 않는 행태인데, 그만큼 고서나 서지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나중에 가서는 나귀님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현암사의 1973년 복제본 사은품조차도 월탄 박종화 소장 독립선언서 원본으로 인정되어 국가등록문화재 명단에 오르는 것도 시간 문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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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 출판사에서 번역가 정영목의 주도로 (아마 그가 강의하는 번역학과 학생들과의 공동 작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이어 간행되었던 로알드 달 작품집이 (단편집 네 권과 장편 <나의 삼촌 오스왈드>) 어째서인지 그만 절판된 이후, 엉뚱하게도 아동서 전문인 베틀북에서 “로알드 달 탄생 100주년 기념 컬렉션”이라는 단편집이 전5권으로 간행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몇 년 지난 지금은 모두 절판되었다. 


로알드 달이라면 스테디셀러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절판시킨 이유는 혹시나 아동서 전문인 베틀북에서 로알드 달의 “성인용” 단편까지 간행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베틀북은 이 단편집에서 그나마 미성년자관람가인 것들만 골라서 녹색지팡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십대를 위한 로알드 달”(전3권)이라는 그림책을 간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하간 이것 역시 지금은 절판 상태이다. 


<복수는 나의 것 주식회사>에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로알드 달의 숨은 걸작 9편”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당연히 사실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로알드 달의 단편 중에서도 가장 성인물(?)이라 할 수 있는 “아내 바꿔 먹기”(The Great Switcheroo)가 이전에 <플레이보이> 게재 단편 선집에 수록되어 번역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제목 그대로 이웃지간인 두 부부가 남편들의 작당으로 스와핑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 사이에 <헨리 슈거>는 <백만장자의 눈>으로 번역자가 바뀌어 담푸스에서 재간행되었고, 강/정영목 번역서 가운데 나머지 세 권은 교유서가에서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전3권)이라는 이름으로 재간행되었다. 중복 작품이 많으니 (번역의 질은 따지지 말고 보면) 최선의 조합은 베틀북(전5권) + <백만장자>(또는 구판 <헨리 슈거>)일 듯하다. 참고로 강, 베틀북, 담푸스, 교유서가 단편집 수록 작품의 상관 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강의 “로알드 달 단편 선집” (총33편. (나)와 26편 80% 중복 / (다)와 7편 20% 중복 / (라)와 21편 60% 중복. 유일 번역 작품 없음).


A. 맛 (2005. 총10편. a와 8편, b와 2편 전체 중복 / 1과 6편, 3과 1편, 4와 3편 전체 중복)

A-1. (a-1) (4-2) 목사의 기쁨

A-2. (a-2) (3-8) 손님

A-3. (a-3) (1-6) 맛

A-4. (a-4) (1-9) 항해 거리

A-5. (a-5) (4-4)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A-6. (a-6) (1-3) 남쪽 남자

A-7. (a-7) (1-10) 정복자 에드워드

A-8. (b-7) (4-8) 하늘로 가는 길

A-9. (a-8) (1-2) 피부

A-10. (b-8) (1-7)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 (1=양고기 살인)


B. 세계 챔피언 (2005). 총7편. b와 6편, c와 1편 100% 중복 / 3과 4편, 4와 3편 100% 중복)

B-1 (b-1) (3-6) 클로드의 개 (세계 챔피언 / 피지 씨/ 쥐잡이 사내 / 러민스 / 호디 씨)

B-2 (c-3) (3-7) 탄생과 재앙

B-3 (b-2) (4-3) 조지 포지

B-4 (b-3) (4-4) 로열 젤리

B-5 (b-4) (3-1) 달리는 폭슬리

B-6 (b-5) (3-5) 소리 잡는 기계

B-7 (b-6) (4-1) 윌리엄과 메리


C.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2006. 총7편. c와 3편 40% 중복 / “백”과 100% 중복)

C-1. (c-8) (백-5)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 (백=“백만장자의 눈”)

C-2. (c-7) (백-2)  히치하이커

C-3.        (백-3)  밀덴홀의 보물

C-4.        (백-4)  백조

C-5. (c-6) (백-1)  동물과 대화하는 소년

C-6.        (백-6)  행운: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

C-7.        (백-7)  식은 죽 먹기: 나의 첫 번째 이야기


D. 개 조심 (2007. 총9편. c와 1편 10% 중복 / 2와 100% 중복)

D-1.        (2-10)어느 늙디늙은 남자의 죽음

D-2.        (2-1)  아프리카 이야기

D-3. (c-1) (2-7)  마담 로제트 (c=로제트 부인)

D-4.        (2-3)  카티나

D-5.        (2-8)  어제는 아름다웠네

D-6.        (2-5)  그들은 늙지 않으리

D-7.        (2-4)  개 조심

D-8.        (2-2)  오직 이뿐

D-9.        (2-6)  당신 같은 사람 (2=그들도 우리처럼)




(나) 베틀북의 “로알드 달 탄생 100주년 기념 컬렉션” (2017, 전5권. 총46편. (가)와 27편 60% 중복 / (라)와 23편 50% 중복. 유일 번역 작품 15편)


1. 남쪽 남자 (총11편. A와 6편 55% 중복 / a와 5편, b와 1편 55% 중복)

1-1.                  고이 잠들라 (Nunc Dimittis)

1-2. (A-9 / a-8)   피부

1-3. (A-6 / a-6)   남쪽 남자

1-4.                  자동 작문 기계 (The Great Automatic Grammatizator)

1-5.                  보티볼 씨 (Mr. Botibol)

1-6. (A-3 / a-3)   맛

1-7. (A-10 / b-8) 양고기 살인 (A/a=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

1-8.                소원 (The Wish)

1-9. (A-4 / a-4)   항해 거리

1-10. (A-7 / a-7) 정복자 에드워드

1-11.                독 (Poison)


2. 어제는 아름다웠네 (총10편. D와 9편 90% 중복 / c와 1편 10% 중복)

2-1. (D-2)        아프리카 이야기

2-2. (D-8)        오직 이뿐

2-3. (D-4)        카티나

2-4. (D-7)        개 조심

2-5. (D-6)        그들은 늙지 않으리

2-6. (D-9)        그들도 우리처럼 (D=당신 같은 사람)

2-7. (D-3 / c-1) 마담 로제트

2-8. (D-5)        어제는 아름다웠네

2-9.             병사 (The Soldier)

2-10. (D-1)     어느 노련한 조종사의 죽음


3. 달리는 폭슬리 (총8편. B와 3편 40% 중복 / a와 1편, b와 3편, c와 2편 75% 중복)

3-1. (B-5 / b-4)  달리는 폭슬리

3-2.                 사랑하는 나의 여인 나의 그대여 (My Lady Love, My Dove)

3-3.                 목 (Neck)

3-4.         (c-2)  여주인 (c=하숙집 여주인)

3-5. (B-6 / b-5)  소리 포착기

3-6. (B-1 / b-1)  클로드의 개 / 쥐잡이 사내 / 러민스 / 호디 / 피지

3-7. (B-2 / c-3)  탄생과 재앙

3-8. (A-2 / a-2)  손님


4. 목사의 기쁨 (총8편. A와 3편, B 4편 90% 중복 / a와 2편, b와 5편, c와 1편 100% 중복)

4-1. (B-7 / b-6)  윌리엄과 메리

4-2. (A-1. / a-1)  목사의 기쁨

4-3. (B-3 / b-2)  조지 포지

4-4. (A-5. / a-5)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코트

4-5. (B-4 / b-3)  로열 젤리

4-6. (B-1 / b-1)  세계 챔피언

4-7.         (c-4)  돼지

4-8. (A-8 / b-7)  천국으로 가는 길


5. 복수는 나의 것 주식회사 (총9편. c와 2편 20% 중복)

5-1.             복수는 나의 것 주식회사 (Vengeance is Mine Inc)

5-2             우산 쓴 노인 (The Umbrella Man)

5-3.             집사 (The Butler)

5-4.        (c-5) 아내 바꾸기 (c=대역전)

5-5.             마지막 행위 (The Last Act)

5-6.             암캐 (Bitch)

5-7.             아 삶의 달콤한 비밀이여 (Ah, Sweet Mystery of Life)

5-8.        (c-9) 서적상 (c=책장수)

5-9.             외과 의사 (The Surgeon)




(다) 로알드 달의 백만장자의 눈 (2014. 총7편. C와 7편 100% 중복 / c와 3편 40% 중복. 유일 번역 작품 없음)

백-1 (C-5 / c-6) 동물과 대화하는 소년

백-2 (C-2 / c-7) 히치하이커

백-3 (C-3)         밀덴홀의 보물

백-4 (C-4)       백조

백-5 (C-1 / c-8) 백만장자의 눈 (C/c=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

백-6 (C-6)       행운: 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

백-7 (C-7)       식은 죽 먹기: 나의 첫 번째 이야기





(라) 교유서가의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2021. 전3권. 총25편. (가)와 21편 85% 중복 / (나)와 22편 90% 중복 / (다)와 3편 10% 중복. 유일 번역 작품 없음)


a. 맛 (총8편. A와 8편 100% 중복 / 1과 5편, 3과 1편, 4와 2편 100% 중복)

a-1. (A-1) (4-2)        목사의 기쁨

a-2. (A-2) (3-8)        손님

a-3. (A-3) (1-6)        맛

a-4. (A-4) (1-9)        항해 거리

a-5. (A-5) (4-4)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a-6. (A-6) (1-3)        남쪽 남자

a-7. (A-7) (1-10)       정복자 에드워드

a-8. (A-9) (1-2)        피부


b. 클로드의 개 (총8편. A와 2편, B와 6편 100% 중복 / 1과 1편, 3과 3편, 4와 4편 100% 중복)

b-1. (B-1) (3-6) 클로드의 개 (세계 챔피언 / 피지 씨 / 쥐잡이 사내 / 러민스 / 호디 씨)

b-2. (B-3) (4-3) 조지 포지

b-3. (B-4) (4-5) 로열 젤리

b-4. (B-5) (3-1) 달리는 폭슬리

b-5. (B-6) (3-5) 소리 잡는 기계

b-6. (B-7) (4-1) 윌리엄과 메리

b-7. (A-8) (4-8) 천국으로 가는 길

b-8. (A-10)(1-7)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c. 헨리 슈거 (총9편. B와 1편, C와 3편, D와 1편 55% 중복 / 2와 1편, 3과 2편, 4와 1편, 5와 2편 65% 중복 / “백”과 3편 30% 중복)

c-1. (D-3) (2-7)        로제트 부인

c-2.       (3-4)        하숙집 여주인 (3=하숙집 여주인)

c-3. (B-2) (3-7)        탄생과 재앙

c-4.       (4-7)        돼지

c-5.       (5-4)        대역전 (5=아내 바꾸기)

c-6. (C-5)       (백-1) 동물과 대화하는 소년

c-7. (C-2)       (백-2) 히치하이커

c-8. (C-1)       (백-5)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 (백=백만장자의 눈)

c-9.       (5-8)        책장수 (5=서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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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요즘에는 뭘 잘못 누르기만 하면 북펀드 광고로 이어져서 짜증짜증 하던 참이었는데, 이번에는 예전에 나왔던 웅진출판의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시리즈가 박스세트로 재간행된다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원래 열두 권짜리였다가 여섯 권으로 분량도 절반쯤 줄어들었는데 "중고거래가 10배!"니, "문학 수집가들이 찾던 전설"이니, "유명 희귀본 수집가들이 헌책방을 순례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구했던 그 시리즈"니 하는 어마어마한 광고 문구를 보니, 문득 "정말 그랬던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내 기억으로는 웅진이 한동안 서점용 단행본보다는 방문판매용 전집류에 전력투구하다가 (원래 뿌리깊은나무/헤임인터내셔널에서 출발한 회사이니 사실 방문판매 쪽이 기본인 출판사이긴 하다) 간만에 분위기를 쇄신하여 내놓은 단행본 시리즈가 "포스트모더니즘 걸작선" 전5권과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전12권이었는데, 사실 그 당시에만 해도 반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절판본이 절판본인 까닭은 쉽게 말해서 안 팔렸기 때문이어서, 나중에는 이 책들도 반값 매대에 자주 나왔었다.


나귀님도 "일문학의 발견" 완질을 갖고 있지만 딱히 급하게 산 것은 없었고, 헌책방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한두 권씩 골라 잡다 보니 얼떨결에 짝을 맞추게 되었을 뿐이다. 맨 먼저 산 것은 아쿠다가와 단편집 같고, 맨 나중에 산 것은 의외로 보기 힘들었던 야마다 에이미 책이었는데, 이건 어째서인지 하드커버이다. 그런데 애초에 전12권 하드커버가 나왔다가 소프트커버로 갈아입은 건지, 아니면 1차분 몇 권만 하드커버였다가 2차분부터는 스포트커버로 갈아입은 건지는 알 수 없다.


이왕 다시 내려면 전12권을 고스란히 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세트에서 빠진 여섯 권은 각자 다른 출판사에서 재간행된 모양이니, 원래의 모습은 아래에 나귀님이 올린 사진처럼 구판을 통해서나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사카구치 안고의 책도 있기는 한데, 오래 전에 빼서 딴데 꽂아 놓다 보니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다. 굳이 꺼내서 다시 올려놓을 수도 있기는 한데 귀찮아서... (그나저나 다시 확인해 보니 전6권 재간행본은 2017년에 이미 나온 거던데 왜 지금 갑자기 박스세트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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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뭘 또 하나 잘못 눌렀더니만 <루소의 식물학 강의> 북펀드 광고로 연결된다. 내용 설명을 보니 "루소가 1771년 8월 22일부터 1773년 4월 11일 사이에 당시 가깝게 지내던 들레세르 부인에게 보낸 여덟 통의 편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거, 예전에 한 번 나왔던 책이 아닌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15년 전쯤에 <루소의 식물 사랑>이라는 비스무리한 제목의 책이 하나 나왔었다. 결국 같은 책을 재간행한 것인가 하고 번역자를 살펴보았더니 다른 사람이다. 


알라딘에서 목차를 비교해 보니 <식물 사랑>은 일곱 챕터인데, <식물학 강의>는 여덟 챕터였다. 그렇다면 <식물 사랑>에서는 편지 여덟 통 가운데 하나를 빼버리기라도 했던 건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결국 책더미를 뒤져서 <식물 사랑>을 꺼냈다.


그런데 자세히 따져 보니, 실제 내용은 <식물 사랑>이 <식물학 강의>의 2배 이상에 달했다. 왜냐하면 <식물학 강의>는 <식물 사랑>의 여덟 챕터 가운데 첫 번째(제1부)인 "들르세르 부인에게 보낸 편지들"에다가 삽화를 넣어 만든 책이라기 때문이다.


애초에 편역서인 <식물 사랑>에는 저자 사후 단행본으로도 나왔던 <식물학 강의> 외에도 루소의 편지 가운데 식물학 관련 내용이며 단상이 추가되어 있으므로, <식물학 강의>를 보고 나면 절판본인 <식물 사랑>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을 법하다.


그나저나 요즘에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동네 공원에 가서 초록초록한 풀과 나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많아진다. 도시의 주택가인 이 동네에도 예전에는 집집마다 마당에 과실수나 꽃나무를 길렀는데 재건축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에는 유튜브에서 다니구치 지로의 <산책>에 나온 것처럼 도쿄 교외의 골목 풍경을 찍은 동영상을 발견해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는데,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만한 통로 양옆으로도 나무며 풀이 다채롭게 자라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럴 때마다 문득 예전에 딱 한 번 지나갔던 몇몇 길에서 결국 들어가 보지 않았던 골목 몇 군데가 생각난다. 단조로운 건물들 사이로 골목 저편에 나무인지 풀숲인지 뭔가 초록초록한 것이 있었는데, 뭔가 궁금해 하면서도 결국 들어가 보진 않았다.


마치 웰스의 "초록색 문"의 주인공처럼 매번 어떤 업무, 약속, 목적지가 있어서 걸음을 재촉하는 도중에 우연히 마주치고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외면한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때 그곳에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은 것이다.


어쩌면 옛 동네의 상징인 커다란 나무일 수도 있고, 작은 공원이나 놀이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능력자가 담장 밑에 줄줄이 내놓아 기르는 싱싱한 화초가 가득한 화분일 수도 있다. 뜻밖의 발견이라 놀랐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그 한 차례 일탈로 큰 변화가 생기진 않았겠지만 (십중팔구 '아, 이거였군' 하고 그냥 돌아서서 아까 가던 길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최근에는 과거에 내가 가지 않았던 인생의 여러 갈림길을 떠올리다 보니 그 골목들도 새삼 생각난 듯하다.


물론 옥상 텃밭이나 잘 가꾸어서 이것 저것 심어 보라는 엄마 말 따위는 귓등으로 들으면서 애먼 나무와 풀숲을 찾아다니는 모순투성이 나귀님이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조차도 <식물 사랑>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루소의 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감추어져 있는 것이건, 보이는 것이건, 식물의 외양을 아름답게 하고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공연히 수고를 한 것이 아니다. 지구의 얼굴을 덮고 있는 이 뛰어난 양탄자가 어떤 실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가져볼 만한 가치가 있는 호기심이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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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기에 무슨 영문인가 했더니, 그의 대표작을 가지고 만든 미술품 조각 투자 상품이 나와서 화제인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음악 저작권이니 뭐니 해서 조각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다가 한동안 잠잠한 것 같더니, 이번에는 금융 당국에서도 인가하고 안전성도 보장되었다는 둥 벌써부터 여기저기 나팔을 불어 대는 것으로 미루어 제법 판을 크게 키우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술품이나 골동품 같은 희귀한 상품에 대한 조각 투자는 다단계(폰지) 사기에 불과하다는 판결이 이미 한 번 이상 나왔음을 고려해 보면, 이런 투자 뉴스/권고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 수년 전에 프랑스에서도 무려 사드의 <소돔 120일> 육필본 원고를 비롯한 여러 골동품에 대한 조각 투자 상품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불법이란 판결이 나오며 회사는 망하고 육필본도 국가에 몰수당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공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음악 저작권만큼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나귀님 같은 무식쟁이로선 과연 그 수익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선뜻 이해할 수가 없다. 음악 저작권이니 NFT(대체불가능토큰)이니 하는 것들도 한때는 언론에서 잔뜩 떠들었지만, 실제로는 생각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서 "들어올 때에는 맘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격으로 투자자도 난처한 상황이라 알고 있다.


그나저나 나귀님이 쿠사마 야요이라는 화가를 알게 된 계기는 미술품이나 전시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역시나 단행본을 통해서였다. 2015년에 이 화가가 삽화를 담당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간행되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절판이다!) 특유의 땡땡이 무늬가 한가득이라 살짝 정신이 혼미해지기까지 하는 작품이다. 대표작이라는 호박 그림도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혹시 순수 창작이 아니라 기존 작품의 재구성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은 평소에 <앨리스>를 좋아해서 여러 판본을 모으는 나귀님이 쿠사마 야요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새로운 앨리스가 나왔다기에 긍금해서 구입했던 책인데, 막상 확인해 보니 기대만큼 대단한 것은 아닌 듯해서 책더미 사이에 방치하던 참이었다. 지금 다시 꺼내 보니 역시나 별로다! 쿠사마 야요이는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라고 발언했다고도 나오던데, 적어도 내가 아는 "앨리스"까지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꾸 머리에 떠오르는 <앨리스>는 루이스 캐롤의 원작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그 분야라면 역시나 디즈니 버전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주제가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가끔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된다. 몇 년 전에 동네 공원을 지나다 보니 어린이 행사에서 그 주제가와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가 나오기에, 새삼 시대를 초월한 명곡의 위엄을 실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앨리스>에서 주제가만큼 각별히 기억에 남았던 삽입곡은 "도마뱀"이다. 원작에서도 굴뚝으로 들어갔다가 앨리스에게 걷어차이는 등 갖은 고생을 하던 도마뱀 빌은 애니메이션에서도 호구로 등장해서 뭔가 어렵고 난처한 일이 있을 때마다 등 떠밀려 앞장서게 된다. 즉 이상한 나라 주민들이 "어떻게 하지?" "도마뱀 빌을 부르자!" "그게 좋겠어!" 하며 지들끼리 떠들고 나면, 도마뱀 노래를 부르며 찾아 나서는 거다.


"도마뱀, 도마뱀,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낸다. 도마뱀, 도마뱀, 무슨 일이든 잘 해내지." 지금도 가사와 곡조를 기억할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최근 다시 구글링해 보니 엉뚱하게도 고현정이 어느 영화에서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렸다는 증언이 여럿 나와서 깜짝 놀랐다. 확인해 보니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이라는 영화인데, 심지어 도마뱀 노래 자체도 일본의 유명한 가요에서 곡조를 따온 것이라는 증언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터넷 세상은 시장통 같아서 뭔가가 화제가 되면 여러 사람이 지나가며 한 마디씩 거들면서 점차 선명한 그림이 만들어지기도 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런데 인터넷도 2000년 이전의 자료에 대해서는 공백이 수두룩하고, 가끔은 뭔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아도 관련 자료나 증언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게 마련이라는 한계가 없지 않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라는 컨츄리꼬꼬의 노래의 유래를 살피면서 그런 사실을 절감했다.


이건 예전에 탁재훈이 <아는 형님>에 나와서 "내가 만든 노래"라고 자랑하며 불러서 알게 되었는데, 딱 듣자마자 의도적 표절 아니면 본의 아닌 착각에 불과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가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없다" 뿐이라 시작과 동시에 끝날 만큼 짧은 것이 특색이며, 어찌 보면 허무 개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건 원래 1985년 제9회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정희정의 "내가 좋아하는 화가"를 토대로 나온 농담이었다.


참고로 제9회 대학가요제의 대상은 (노래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훗날의 스캔들로 더 유명해진)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였고, 입상작 중에서도 (두 곡 모두 당시 학생들의 천태만상을 그린 에세이로 인기를 끈 국어교사 이은집이 작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던) "신입생"과 "풍년굿" 등이 제법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유명한 곡들과 함께 나온 까닭인지 비록 인기 면에서는 살짝 밀렸지만, 정희정도 한동안은 방송에 직접 나왔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MBC FM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주말 공개 방송에 정희정이 출연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며 / 마냥 담배만 피워물고 / 슬픈 그림만 그리네." 그러자 함께 나온 코미디언 고영수가 자기도 한 곡 뽑겠다며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 없다"라고 패러디를 해서 웃음을 자아내었던 것이다. 워낙 재치 있는 가사/개그였기 때문에 나도 지금까지 똑똑히 기억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고영수가 만든 것과 대동소이해 보이는 노래가 탁재훈 작사/작곡으로 2002년에 컨츄리꼬꼬 앨범에 수록/발매되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워낙 길이가 짧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화가"에 대한 표절 시비 요건까지는 충족되지 않아서 굳이 정희정(또는 작사/작곡가)을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그 개그/패러디를 처음 만든 고영수에 대해서만큼은 언급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은데 말이다. 


어쩌면 탁재훈으로서는 이 노래가 저작권 없는 구전 가요의 일종이라고 착각해서 무단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찍이 DJ DOC가 "허리케인 박"을 리메이크하면서 마찬가지로 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허리케인 박"은 코미디언 장두석이 음악 꽁트를 하면서 직접 부른 창작곡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뒤늦게 DJ DOC가 사과하고 배상하는 등의 해프닝이 있었다.(꽁트에서는 이봉원이 떡볶이집 DJ "허리케인 박"으로 나왔다고 기억한다).


유튜브에서 탁재훈 버전의 댓글을 살펴보니, 정희정의 곡을 망쳐놓았다는 질책도 하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전후 사정을 모르는 듯하다. 당사자인 정희정이나 고영수가 가만 있는 상황에서 나귀님이 나서서 떠드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만, 외관상 전지전능한 인터넷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며 증언에 의존하므로 한계가 있고, 그걸 응용한 AI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어 한 마디 남겨본다.


여하간... 쿠사마 야요이는 나귀님이 좋아하는 화가가 아니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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