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온 책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소와당과 서유구에 대한 이야기를 연이어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새삼스레 <임원경제지> 번역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임원경제지> 번역본은 본래 소와당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다가, 지금은 번역을 주관하는 풍석문화재단에서 직접 간행하고 있다.


예전에 풍석문화재단 측에서 올린 해명에 따르면 <임원경제지> 자체가 워낙 방대한 내용이다 보니 출간 작업이 차일피일 지체되었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 일부가 이탈하며 그때까지 번역이 완료된 분량만 소와당을 통해 간행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소와당에서 나온 분량은 훗날 풍석문화재단에서 번역자가 바뀌어 재간행되었다.


<임원경제지> 번역은 2003년에 시작되었지만, 2008년에야 임원경제연구소가 발족하며 사업이 본격화되어, 2009년에 소와당을 통해 첫 번역서가 간행되었다. 이후 2015년에 풍석문화재단이 발족하며 번역서를 직접 간행하기 시작해서 2024년 현재 31책까지 간행되었다. 번역서도 원본처럼 52책이라 하면 5분의 3이 간행된 셈이다.


출간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번역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원문 해석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번역료를 선지급하다 보니 돈만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 지원을 받았던 <주자대전> 번역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애초에 책상물림들의 돈 관리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돈 이야기를 하고 보니 책값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재 권당 3만 원씩이니 52책 전권을 사려면 15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웬만하면 헌책이라도 사보려는 나귀님 입장에서도 영 손이 나가지 않는 수준이니, 아무리 대단한 책이라 하더라도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은 살짝 아쉽기도 하다.


여하간 이왕 생각난 김에 <임원경제지>의 편명과 분량, 간략한 내용에 대해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아래 내용은 풍석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나온 다음 게시물에서 가져왔다. http://pungseok.net/?page_id=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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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권 52책. 필사본. 일명 ≪임원십육지 林園十六志≫ 또는 ≪임원경제십육지 林園經濟十六志≫라고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전원생활을 하는 선비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기예와 취미를 기르는 백과전서로 생활과학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113권을 16개 부문으로 나눈 논저로 이루어졌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본리지(本利志, 권1∼13, 13권 6책):밭 갈고 씨 뿌리며 거두어들이기까지의 농사 일반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전제(田制), 수리(水利), 토양지질, 농업지리와 농업기상, 농지개간과 경작법, 비료와 종자의 선택, 종자의 저장과 파종, 각종 곡물의 재배와 그 명칭의 고증, 곡물에 대한 재해와 그 예방, 농가월령(農家月令), 농기도보(農器圖譜), 관개도보(灌漑圖譜) 등에 걸쳐 서술했다.





2.관휴지(灌畦志, 권14∼17, 4권 2책):식용식물과 약용식물을 다루고 있다. 각종 산나물과 해초·소채·약초 등에 대한 명칭의 고증, 파종시기와 종류 및 재배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3.예원지(藝畹志, 권18∼22, 5권 2책):화훼류의 일반적 재배법과 50여 종의 화훼 명칭의 고증, 토양, 재배시기, 재배법 등에 대하여 풀이하고 있다.





4.만학지(晩學志, 권23∼27, 5권 2책):31종의 과실류와 15종의 과류(瓜類), 25종의 목류(木類), 그 밖의 초목 잡류에 이르기까지 그 품종과 재배법 및 벌목수장법 등을 설명하였다.





5.전공지(展功志, 권28∼32, 5권 2책):뽕나무 재배를 비롯해 옷감과 직조 및 염색 등 피복재료학에 관한 논저이다.





6.위선지(魏鮮志, 권33∼36, 4권 2책):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이른바 점후적(占候的) 농업기상과 그와 관련된 점성적인 천문관측을 논하였다.





7.전어지(佃漁志, 권37∼40, 4권 2책):가축과 야생동물 및 어류를 다룬 논저로서, 가축의 사육과 질병치료, 여러 가지 사냥법, 그리고 고기를 잡는 여러 가지 방법과 어구(漁具)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8.정조지(鼎俎志, 권41∼47, 7권 4책):식감촬요(食鑑撮要)는 각종 식품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의약학적 논저와, 영양식으로 각종 음식과 조미료 및 술 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9.섬용지(贍用志, 권48∼51, 4권 2책):가옥의 영조(營造)와 건축기술, 도량형기구와 각종 공작기구, 기재·복식·실내장식·생활기구와 교통수단 등에 관해서 중국식과 조선식을 비교해 우리 나라 가정의 생활과학 일반을 다루고 있다.





10.보양지(葆養志, 권52∼59, 8권 3책):도가적(道家的) 양성론을 편 논저로, 불로장생의 신선술(神仙術)과 상통하는 식이요법과 정신수도를 논하고, 아울러 육아법과 계절에 따른 섭생법을 양생월령표(養生月令表)로 해설하였다.





11.인제지(仁濟志, 권60∼87, 28권 14책):의(醫)·약(藥) 관계가 주로 다루어져 있으나 끝부분에는 구황(救荒) 관계가 다루어지고 260종의 구황식품이 열거되어 있다.





12.향례지(鄕禮志, 권88∼90, 5권 2책):지방에서 행해지는 관혼상제 및 일반 의식(儀式) 등에 관한 풀이이다.





13.유예지(遊藝志, 권91∼98, 6권 3책):선비들의 독서법 등을 비롯한 취향을 기르는 각종 기예를 풀이한 부분이다.




14.이운지(怡雲志, 권99∼106, 8권 4책):선비들의 취미생활에 관해 서술한 것이다.





15.상택지(相宅志, 권107·108, 2권 1책):우리 나라 지리 전반을 다룬 것이다.





16.예규지(倪圭志, 권109∼113, 5권 2책):조선의 사회경제를 다룬 것으로 양입위출(量入爲出)·절생(節省)·계금(戒禁)·비예(備豫) 등을 다룬 것과 무역이나 치산(置産) 등을 다룬 화식(貨殖) 등이 논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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