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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 이보경 기자가 들여다본 프랑스의 속살
이보경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에세이를 읽었다. 그동안 무엇때문에 쫓기듯 바쁘게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을 읽을때 만큼은 정신없는 일상을 잊고 나역시도 파리의 커피숍 어느 한 귀퉁이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내가 파리에 관해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여행지로서의 파리를 다루고 있어서 파리의 외양에 치중한 모습이였다. 어떤 곳이 멋지고 아름답고, 꼭 둘러봐야 하고, 어떤 계획으로 여행하면 좋다는 관광이나 여행을 위한 정보 위주의 글이였다면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는 미처 들여다 보지 못했던 파리의 속, 그 안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파리의 정치인들과 정책, 대학교육, 주택문제, 여성문제, 과거에 저질렀던 부끄러운 과오들까지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책이 아니였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많은 것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파리가 현재까지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인 13층 고도 제한 정책을 알고나니 경제개발논리를 앞세워 여기저기 파고, 뚫고, 높이 올리는 우리나라의 건설정책이 많이 아쉽고, 걱정이 앞선다.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닌 타국 출신의 생활자의 눈으로 깊이 있게 서술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 문화차이가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니들도 사람이구나 싶을때도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여자여서 그런지, 파트Ⅲ "가부장제에 대처하는 그녀들의 자세"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바지를 입지 말라는 판탈롱법이나 과거가 화려한 영부인의 이야기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어머니의 모성에 관한 부분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파리지엔느라고 불리는 프랑스 여성들의 역사는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와 많이 상반되어 있었다.
파리에 더 많이 알게 되니 파리가 더 좋아졌다. 멋과 낭만이 어울러진 예술도시의 이미지에서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되긴 했지만, 파리에 대해서 긍정적이다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나라여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가볍지 않고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는 오랫만에 만나는 파리에 관한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