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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기욤 뮈소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책을 선택해서 읽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들 중에 하나였다. 영화를 보듯 감각적인 소설을 쓰는 기욤 뮈소는 자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한 팬서비스였을까. 오문진이라는 한국여성이 등장한다. 흔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이름이지만, 마드모와젤 오의 등장만으로 그와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르탱' 이라는 이름이 참 낯설었다. 너무 멋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르탱이 마틴이란다. 마르탱은 이상한데 마틴은 그렇지 않을 걸 보면 나도 헐리우드 문화에 많이 길들여진 것 같다. 기욤 뮈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게 성공한 남자인 경우가 많았는데, 마르탱은 그보다는 약간 독특한 인물인 것같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우유부단한 면도 함께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 참 좋다. 마리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주는 천사였나. 기독교도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여성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그런 가브리엘이 중반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아서 사실 애가 좀 탔다. 쑥쑥한 행색의 마르탱과 만화속 인물같은 아키볼드의 이야기는 사실 내게 별로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 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는 아니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 있을때면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을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폭풍같은 속도감으로 어느새 다 읽어버리고 만다. 복잡한 생각도 필요없고, 그저 작가의 감각적 표현이 살아있는 문장을 읽어 나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이번 소설 <당신 없는 나는?> 역시 그런 그의 매력이 잘 살아있다. 가브리엘과 마르탱 그리고 아키볼드와 발랑틴,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과연, 기욤 뮈소~'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기욤 뮈소만 사랑하는 바보같은 나, 또다시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젊은 작가다운 가벼움이 난 더없이 좋다. 무겁고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센척 하지 않아서 좋다. 요즘은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여행 다니면서 글만 쓴다고 하던데, 더욱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