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을 앞둔 한 작가를 상대로 한 인터뷰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그러면서 그 작가가 오늘날 어떻게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그리고 잘려나간 듯 알 수 없던 유년 시절이 서서히 밝혀진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그의 과거는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미친 사람의 그것이었지만, 작가 자신으로서는 자신이 만들어 낸 완벽한 세계 속에서 그 이상 완벽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의 눈으로 바라본 어린 시절 세계의 묘사는 읽고 있는 나에게 애잔하고 고혹적인 영상을 불러일으켰고, 책을 읽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 영상, 소녀가 짙푸른 연못 속에서 하얀 다리를 저으며 물에 젖은 눈으로 소년, 아니 나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그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 비록 세상의 잣대로는 미친 짓이고 진정한 사랑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꼈으며 문학이 나에게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랑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는 두려움을 느끼며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에게 했던 행동을 후회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 또 다른 소녀, 어른의 모습으로 신랄한 비판을 쏟아붓는 기자의 모습을 한 소녀에게 숨은 본성을 이끌어냄으로써 나로서는 말로 정의내릴 수 없는 인간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했다.

작가의 죽음으로, 물론 그는 자신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고 했지만 그건 그의 생각이고, 한 편의 사랑은 마무리되었고, 그토록 비난했던 작가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 기자에게서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면 무리일까? 인생은 그렇게 한 마디로 딱 끊을 수 없는 무언가를 늘 남기고,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거 같다.

아멜리 노통의 톡톡 튀는 재치 있는 글 솜씨와 그녀만의 독특한 가치관, 그러나 결코 정상적인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는(내 생각이구, 노통은 이런 내 말을 만약에, 만약에 들어서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녀만의 매력이 돋보인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풍경 소리가 울리고 흰독말풀꽃의 향내가 나는 듯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나를 긴장시키며 마치 내가 그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행동을 지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Choice' 라고 소개한 알라딘의 평을 보고 샀다. 그런데 실제의 북커버를 보고는 내용도 허술한 거 아닐까 하는 실망이 들었다. 나는 내심 좀더 추상적인 표지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임신한 여자의 실루엣이 직접적으로 나온다는 건 내용도 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준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의구심은 임신한 여자가 20개월이나 아기를 못 낳고 있으면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얘기는 아무리 용을 써도 허술한 얘기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하게 읽었다. 1960년대 정도의 배경으로 얘기가 전개되는 거 같은데, 이 점은 아직도 명확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점을 그녀가 갇힌 거나 다름 없는 상태라서 그러려니 널리 이해한다면 다른 것들은 훌륭하다.

교고쿠도가 운영하는 고서점,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병원 건물은 음울한 느낌을 주면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그 속에서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한 추리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훌륭했다. 사실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초자연적 사실을 무시하면서도 사실은 꽤나 그런 것에 매혹을 느끼거나 두려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고, 교고쿠의 이 세상의 물리학적 원리를 넘어선 초자연적 현상은 없다는 논리에 마음이 혹했다. 또한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에 대한 그의 생각도 매력적이었다. 

구성도 허술하지 않고 묘사도 생생해서 읽은 보람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