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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 -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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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냉철한 지성 시오노나나미가 지중해의 뜨겁고도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에세이라라고 분류해 놓았는데 에세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상상력으로 부풀어 오른 풍선같은 소설에 가깝다.
최근에 삼순이 열풍이 세게 불었지만, 시시껄렁한 노처녀 이야기를 또 우려먹나 싶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가 종영된 방송이 하도 재방되는 바람에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지막회는 어쩌다 보게는 되었다. 그 마직막회의 제목이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삼순이는 말한다. 언제든 우리도 헤어질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때를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더 사랑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무엇보다 더 나를 사랑해야할 일이다...그리고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늘쌍 내가 생각하는 바임에도 삼순이를 통해 들으니 눈물이 쏘옥 나온다.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의 러브 스토리는 지중해만큼이나 강렬해서 비극적이고 잔혹하다. 남녀의 지극하고 지독한 사랑이 해피엔딩으로보다는 불륜과 잔혹과 슬픔과 복수의 처절함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그래야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되어 전해지겠지만, 당사자나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나나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홉 가지 이야기 중, 대공비 비앙카 카펠로와 사보이 공국의 피앙카리에리 백작부인의 이야기는 그 중, 가장 낭만적인 이야기다. 비앙카의 첫남편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카펠로와 짝이 되었으나 세속적 출세욕으로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빌려 주게 된다. 사랑은 생활속에서 이렇게 쉽게 변질되기도 하는구나.. 오오! 사랑이라니!! 라는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앞으로 대공이 될 프란체스코와 삶과 죽음을 함께 하게 되니 사랑의 대상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싹튼 사랑의 감정을 죽을 때까지 가져 가는 피앙카리에리 백작 부인.. 오오!! 이런 게 사랑이군요!!
신분 차별과 정략 결혼의 희생자 줄리아와, 한 여자 때문에 형제간의 다툼으로 아름다운 눈을 잃고 감옥에 갖힌 돈 줄리오, 한 살 연하의 의붓아들을 사랑하게 되는 파리시나 부인, 애인을 무덤까지 데려가고 싶어한 무서운 여자 키라라, 정열적인 여자 교황 돈 조반나 이야기...
어디서 한 번 들어 본 듯 익숙한 이야기이며, 팜므파탈이라는 책에서 보았던 여자들과 닮아 있으며 가쉽거리로 삼기에 딱 좋은 이야기이다. 허나 태어남이 숙명이듯, 어느새 찾아 든 사랑을 또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를 염두에 두기 전에 다만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