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 Human Blue 2
이덕희 지음 / 이마고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가 아닌 저기를 미친듯이 열망하다 사라져 버린 그녀.. 전혜린..

서른 하나에 삶을 그만 두었다는데,  그녀가 여자로서의 아름다운 30대를 풀로 살아내고 40대와 50대를 맞이 했다면, 삶에 대한 그녀의 허무주의적 자세가 좀 바뀌었을까? 이젠 더이상 그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기지 않는 나다. 전혜린과 버지니아 울프를 동일시 하며, 완전한 정신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젊은 시절이 그 누구에겐들 없었을까...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다고 하는데,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의 도처엔 전혜린을 닮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 많은 전혜린들과 원조 전혜린 사이의 차이점은... 세상의 삶이 허무한 줄은 알지만, 허무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저의 자리를 보살피고, 건강한 육체를 지향하며 사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 절대 수면제 따위에 손 대지 않는 거.... 뭔가 남들과 다르려 하지 않고, 평범함의 가치를 깨달아 함께 살려 하는 거...

최근에 EBS에서 명동백서라는 드라마를 인터넷을 통해 몇 편 보았다. 명동백작 이봉구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문인들을 다룬 내용인데, 당시의 분위가가 꽤 고즈넉하게 느껴져 흥미로왔다. 거기서 이재은이 전혜린 역을 맡아 이지적이면서도 슬픈 눈망울을 보이며 연기를 꽤 잘 해냈다. 거기에서도 아이의 엄마로서, 여자로서 , 한 인간으로서 주어진 삶에 고달파하는 그녀는 전혜린이었다.

그녀의 평전을 읽으면서 그녀의 빛나는 정신이 부럽기보다는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다. 유복하게 태어나, 조국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20대의 여교수라는 세속적 직위도 얻었고, 예쁜 딸아이와, 그녀에 걸맞는 남편 등.... 뭇 사람들이 하나도 가지지 못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그녀에게 완전한 정신에의 추구란 허망한 그림자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그냥 그런 인간으로 살 모양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괜찮지 뭐.. 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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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가득 2005-07-3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공!!! 파란 여우님의 말씀이 참말로 명언입니다. 동감!! 이사 준비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새로운 터전의 안정감을 달게 맞이할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