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1 - 생활과 한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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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태학사에서 나온 고문 시리즈를 몇 편 읽다 보니, 내가 왜 좀더 일찍 이런 의미 깊고, 멋진 문장들을 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서 더 욕심을 내어 원문을 읽어 보려 껄떡대다가, 읽을 수 있는 한자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서 한자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는 생활속에서도 한자를 머리로 그려 보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허나, 한자의 방대함은 내 머리의 용량을 초과하여, 한 두 번 보아서는 머리에 저장이 되지 않아 한자공부의 어려움을 절감하게도 하였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1편과 2편은 한자에 대한 흥미를 돋우워도 주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한자의 체계를 잡아 주어 한자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책의 제목이 교과서다. '교과서'란 말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식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답답한 거부감을 주는 책이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란 책명을 포기 못한 것은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해 주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르침이 목적인 교과서답게 어느분의 리뷰처럼 책의 내용이 상당히 계몽적이다.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의 뜻 풀이를 보면서, 어느 것 하나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없고, 각 유래와 이유 및 원리를 갖고 태어난 글자에 아하! 란 감탄사를 달고 읽었다. 지은이들의 노고가 많았을 거라 짐작이 가며 그들의 박학다식에 괜한 주눅이 들긴 하지만, 한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은 1, 2편에 주 내용외에 <한자와 문화> <문자여행> <옛그림읽기> 라는 읽을거리를 시리즈로 제공해 놓았는데 책의 감칠맛을 더해 주며,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의 감성을 이성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국제화(?)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영어가 버릴 수 없는 숙제이듯,  고문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한자 익히기 또한 놓칠 수 없는 과제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바디랭귀지가 가능하니 영어로 인한 걱정을 말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배짱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 식도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감자나 고구마처럼 영어는 늘 마음의 찌꺼기로 남아 있다.

영어에 비하면 오히려 한자 공부는 깊이가 있어 좋다. 영어는 의사 소통의 수단일 뿐이지만 한자 한 글자 한 글자는 완연한 의미의 덩어리라 생활속에서 학습의 효과가  진하게 우러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또한 우리말의 단어 공부장같은 느낌도 든다. ' 시치미 떼다, 어처구니가 없다, 터무니 없다, 흥청망청, 어영부영...' 등등 일상적으로 쓰는 관용구이지만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고 쓰는 말들을 풀이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우리말을 사용한다면 한자 공부가 필요 없겠으나 우리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자임을 고려한다면,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한자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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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1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학사의 고전 시리즈를 읽다가 원문까지 도전해 보시는 님의 정신에 감복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태학사의 번역도 아주 좋다고 여기고
또한 한자는 어려워 그냥 원문이 실렸느니 했었거든요.
같은 책을 읽고도 어쩜 저랑 이렇게 다르세요?
덕분에 보관함에 넣어요^^

햇살가득 2005-08-1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입문서라 생각해요...금강경 공부를 하신 여우님에겐 내용이 다소 쉬울 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