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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
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가볍게 읽을 수 있다며 친구가 건네준 책이다. 시집 크기만한 책인데 산문집이라기에 책값을 보니 8,000원이다. 좀 비싸군.. 글자 크기는 마음에 드는데 말야... 빨강색 표지를 쓸 거면 좀더 섹쉬한 빨강으로 쓰지, 희덕한 새깔이 영........ 마음에 안 드는데.. 하며 방 한쪽에 던져 두었다가, 더운 날씨에 씩씩대며 뒹굴다가 이래선 안 돼!! 내면의 소리를 지르고는 책이라도 읽자 싶어 손에 집어든 책......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여러 사람들을 통해 이름만 곁가지로 들어 왔는데, 드디어 내가 한강이란 작가의 글을 읽는구나....작가가 스물여덟에 미국의 아이오와시티에서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만난 제 3세계 작가들에 대한 기억을 담은 글이다. 사랑을 둘러싼 것들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옳겠다.
" 인상 쓰고 정면만 바라보고 말 한 마디 건네려 하지 않는 인간들은 질색이야. 인생을 미워하는 사람들이지" 인디언 여자 살리달의 말이다. 별을 좋아하고 삶을 사랑햐며 여행을 즐겨한다는 살리달에서 출발하는 이 글은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돋군다. 책에서든 어디에서든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과 아픔을 자신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승화하며 사는 사람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 나는 내 삶이 세월과 함께 단계적으로 나아져 왔다고 생각해. 비록 나는 지금 이렇게 늙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강하다고 느껴" 쉰세 살의 터어키 소설가 에란디스.
"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 때로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 바로 그것들이 모두 인생이야" 팔레스타인 출신의 마흐무드.
그리고
소설 낭송회에 나도 한 번 참여하고 싶다. 어느 채널에선가 작가 공지영과 함께 한 한강씨가 독일의 어느 소도시에서 자신들의 소설을 낭송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시가 아니라, 소설도 저렇듯 낭송회를 하는구나 싶어 낯설지만 뭔가 감동이 느껴지는 듯 한 기억이 있다. " 시보다 오히려 흡인력 있는 것이 소설이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한국어로 낭송함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중년의 독일 여성이 사뭇 인상 깊었다.
또
그녀의 오랜 친구 미란이..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더 잘 이해한다는데, 어려운 환경에 있는 남편을 당당하게 선택한 그녀가 지금도 잘 살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는다.
아이오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작가다운 감성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 사람들이 작가 한강에게 머문 순간들을 크로키처럼 포착하여 쓴 글이라 하는데, 그녀의 다른 글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