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 잡은 한 문장을 찾아 엮은 청춘의 문장들은 멀어져 가는 청춘을 붙들고 울먹이는 내 마음도 단숨에 화악 사로 잡아 버렸다. 속이 뻥 뚫린 도너츠같은 운명을 타고나,  빈 속을 채우려고 몸부림 치며 이 생을 살고 있다는 그는, 결국 자신이 도넛과 같은 정체성을 타고 났음을 깨닫고 이백의 시 <경정산에 올라> 와 나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일본 작가 쓰시마 유코의 소설 <꿈의 노래>를 읽는단다.

봄의 기운이 무르익고, 이슬이 무거워지면 땅이 풀려 풀이 돋는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천체의 운행에 병행하여 어른들은 돌아 가시고 아이들은 자란다. 인생이 그런거란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란다.. 그래서 아이 미스 유 (I miss you, l miss childhood)

책 표지를 펼쳐 나오는 작가의 퓨전적 프로필도 참 재밌다. 빵을 실컷 먹으며 자랐다는 게 부럽고, 내가 친구들과 티격태격 말다툼과 서로간의 질시로 시간을 낭비하던 꽃다운 열일곱에 김수영과 김지하의 시를 읽었다니 역시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국어로 읽는 당시와 여름의 경주를 좋아한다는데, 중국어로는 아니더라도 최근에 와서야 동양의 고문에 재미를 느낀 나로서는, 연꽃만발한 못을 볼 수 있는 여름의 경주를 역시 좋아하는 나로서는, 작가 김연수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의 최근작 소설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를 읽고 머리가 좀 아팠더라도 말이다.

'아이, 더워 더워'를 연신 외치며 시원한 물을 찾아 그 열기를 식히던 때가 며칠 전인데, 비님이 세게 한 번 오시고 난 뒤에는 행여 바람이 옆구리를 뚫을까 싶어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하늘은 찬연한 푸른빛을 발하고 얇게 퍼진 구름들은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끌며 멍하게 그리운 눈빛을 하게 만든다. 나 역시 도넛과 같은 운명을 타고 나서 이렇게 가슴이 시린건가라는 철학적 착각을 하게 되는 이 어영부영한 시절에 읽기에 딱 맞는 책이 요 '청춘의 문장들'인 듯하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 이서구,정약용의 글, 청나라 사람 장호의 이야기, 그리고 인용된 하이쿠들에서 감지되는 책의 전체적적인 느낌은 애잔함이다. 작가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만남, 만남뒤에 반드시 있게 되는 이별의 쓸쓸함, 삶을 준비하던 앳된 청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야기는 동양의 고문과 잘 버무려져 있다. 가을 초입의 쓸쓸함이 애잔함을 만나 어쩌면 도우넛의 뻥 뚫린 가슴을 메워 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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