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1 - 봉단편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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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힘 꽤나 쓰는 꺽정이 태어나고 자라고, 무술을 익히는 도중에 리뷰를 통해 간단한 정리를 한다. 조선의 3대 도적의 우두머리로 홍길동과 장길산, 임꺽정을 들 수 있다. 셋 중에 누가 가장 강력할까 생각해 보니 도술 부리는 재주를 지닌 길동이가 그래도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한다. 공부도 좀 했고^^ 이성적인 판단력도 좀 있는 듯하고~~

꺽정이는 백정 돌쇠의 아들로 힘이 장사이며, 칼 쓰는 기술도 제대로 배워 무술 실력 또한 대단하다. 팔삭동이 동생을 정성껏 돌봐 살려 내는 살가움이 있긴 하지만, 아버지 밥그릇에 손을 댈 정도로 예의하고는 거리가 멀고,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눈 아래로 쉽게 보는 안하무인, 유아독존, 제멋대로인 용감무쌍함을 지녔다.

연산군에서 중종을 거쳐 인종 당시의 권세가들의 알력에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백정이라는 천민 계급이 우울하고 분노에 가득차 있을 것이란 선입견이 일시에 날아간다. 꺽정이의 일족이 되는 백정 봉단네는 미천한 신분일지언정 유쾌하고 명쾌한 삶을 산다. 소설가 홍명희님의 입담이 제법 곰살갑다.

아직 내가 읽는 부분이 소설의 전반부라 임꺽정의 주변 인물들이 쭈욱 등장하고 있다. 어릴 때 친구인 박유복이는 그의 인생이 얽혀 버린 사연이 안탑깝지만, 옳고 그름의 판단력이 부족하다. 감정 내키는 대로 행동하다 부인을 얻기도 하지만 도적의 양사위 노릇하는 것이나, 사람을 쉽게 죽이며 표창 자랑하는 부분은 영 내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설의 주인공들이 정의롭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치거나 상하면 내 마음이 움찔거린다. 그러고 보면 소설가의 힘은 세다. 독자의 마음을 꽉 잡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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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인간 2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7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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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하루인 오늘, 날이 흐리다. 저녁에 봐야 알겠지만 달 보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 선경과 속세를 오가며 초인을 이야기하는 이외수님의 소설은 '벽오금학도'에서도 만나 봤었다. 긴 머리카락과 바짝 마른 몸이 기인을 연상시키지만, 소설을 통해 읽히는 그의 영혼은 맑고도 순수하다. 권력과 재력, 정력^^ 삼력에 눈멀어 달 보고 마음 닦기를 소홀히 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꾸짖음.

소설을 읽었는데 시를 한 편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달의 정서가 시적이고 몽환적이고 낭만적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달에 대한 모든 정보와 기억이 사라진 지구는 달을 잊고 사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이다. 따뜻하고 촉촉한 눈빛 대신 욕심으로 가득찬 현대인의 신체는 언제 인체자연발화현상에 의해 까맣게 타 버릴지 모른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동호회도 있다는데, 산행은 아닐지라도 바다를 어루만지는 달과 함께 모래사장을 소요하고 싶다. 한 발짝씩 느린 걸음으로 달빛에 목욕하고 달 기운을 마시면 소설속 소요처럼 비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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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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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아름다운 대상 묘사와 세심한 서정 표현이 글 읽는 이의 마음과 혼을 쏙 빼 놓았다. 또한 그녀의 정적인 글솜씨가 파리의 문화와 대한제국의 극박한 정세 변화라는 동적이고 서사적인 면과 잘 어우러져 한 개인의 아픔과 나라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봄날, 마냥 들뜨는 마음을 가라 앉히기에 적당한 소설이다. 리진의 깊고 검은 눈동자와 움직이는 듯 멈추는 듯한 춘앵무 한 사위가 새로 피어나는 봄꽃을 향해 다가가듯 내 마음을 잡아 끈다.

신경숙의 리진은 태어나 한 동안 이름 없이 '아기야'로만 불리워진다. 요즘 어느 광고를 보면 누군가에게 당신은 어떤 이름이냐를 묻는 문구를 사용하던데 이 아기는 후에 강연에게는 '은방울'로 명성왕후에게는 '서나인'으로 프랑스 공사 콜랭에게는 왕으로부터 부여 받은 이름 '리진'으로 불리운다. 강연에게는 영원히 지켜주고픈 사랑이 되고, 왕후에게는 마음을 나누고픈 의리가 되고, 콜랭에게는 이국의 신비로운 여인이 된다.

 프랑스 공사의 눈에 박힌 리진은 ' 너와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그런 관계이고 싶지 않다'는 왕후의 말을 받들어 파리로 떠난다. 어려서 배운 프랑스 말이 파리로 가야하는 운명을 만든 것일까? 루부르 박물관과 상쟐리제 거리로 대표되는 문화의 도시 파리에서 빅토르위고, 모파상, 들라크르와를 알게된 리진이 멋지게 살기를 내심 원했지만 그녀는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뱅상과 잔느처럼 그렇게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살 수는 없었던 걸까.. 조선에서 기다리는 홍종우의 집착은 그녀 앞에 먹구름이다.

조선으로 돌아온 그녀는 조선 역사의 슬픈 운명처럼 격랑속으로 휩쓸려 간다. '나를 위해 무엇도 하려 하지 마라'는 글을 남기고 떠난 강연의 숨은 사연, 외세에 휘청대는 조정, 왕후의 참담한 죽음그리고 교태전 옆 석등에 기대 마지막을  맞이한 리진... 리진은 역사의 흐름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또 한 명의 개인이다. 프랑스 상류사회를 고스란히 공부하고 받아 들였으나  동양의 이름 모를 나라 여인일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전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콜랭의 염려와 걸어다니는 꿈속에서도 춘앵무로 위로 받고 싶었는 조선에 대한 그리움은 리진을 끝내 조선으로 귀향, 그리고 파국으로 이어졌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고달픈 역사와 함께 스려져간 한 여인의  깊은 눈망울, 허리 졸린 푸른색 드레스, 강연의 대금소리가, 민비의 불안한 한탄이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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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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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려다오 태학산문선 110
이용휴.이가환 지음, 안대회 옮김 / 태학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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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휴와 이가환 부자 중에서 먼저 접한 이는 아들 이가환이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편에는 정약용에게 당시의 혁명적 학풍인 '이익'의 실학사상을 전해준 이가 이가환이었고 그의 천재성은 정조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 줄 만큼 박학다식한 이였다는 소개가 있다. 그리고 문과에 급제하여 남인 계열의 지도자로 부상하였으나 노론 벽파의 천주교 탄압과 관련하여 옥사하였다. <정조 이산>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당파간의 싸움은 목숨을 담보한 것이었다.

책 <나를 돌려다오>에서는 아버지 이용휴의 글맛이 당대의 천재로 이름난 아들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짧고 간결함 속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한 것이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재야에 묻혀 자연과 벗하며 갈고 닦은 마음이 글을 통해 잘 드러난 것이리라.

현재적 삶의 중요성은 생각할 것 없이 당연한데도 공맹과 송의 주자학, 사서삼경의 이야기를 빌어 당시를 표현하고자 한 고답적인 문풍은, 연암을 비롯한 18세기 학자들에 의해 변화하기 시작했다.중국의 학풍에서 벗어나 당대를 중시하고 당대의 삶을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중심에 연암과 백탑파 그리고 이용휴, 이가환 부자가 있지 않았나 한다.

사람들이 당일(當日)이 있음을 모르는 데서 세도(世道)가 그릇되었다.(64쪽).. 살아 가는 일은 시간의 흐름속에 기억을 축적하고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것은 당일이 있음으로 가능한 것인데, 현재를 소중히 여겨 일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세상의 도는 잘못될 수밖에 없다. 하루가 쌓여 열흘이 된다.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용휴를 통해 새롭게 와 닿는다. 그의 글은 니체의 '현실에서의 춤추기"와도 상통한다. 춤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현재를 위한 것이며 승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되 즐겁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의 중심은 환아(還我)에 있다. 세속적 욕망과 지각에 물든 나를 버리고 천리를 따르던 순수한 내마음으로 돌아가 귀를 기울이는 것. 수많은 성인들조차 지나는 그림자에 불과하니 신기한 것 전혀 없는 나 자신에게 돌아가라 한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나자신을 바로 세우기가 무궁한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18세기보다 현대의 우리들에게 주는 금언(金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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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 금학도 - 이외수 오감소설 '신비'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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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소설은 처음이다. '신비' 라는 단어가 이 소설을 안내하는데, 정말 환타지와 무협의 세계가 잘 어우러졌다. 그의 외모처럼 글에서도 도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허나 비현실적 구성은 소설 자체를 즐기고 생각하는 시간보다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도록 한 아쉬움도 있었다.

소년 은백이 벽오금학동을 다녀 온 이야기는 중국 진나라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를 떠오르게 한다.  한 어부가 우연히 복숭아 꽃이 핀 평화로운 마을을 다녀 왔는데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은 청년이 된 은백이 벽오금학동으로 되돌아가고픈 동경과 닮아 있다.

비교와 경쟁, 물질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간직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간도 못한 채 등떠밀려 사는 삶.. 우리도 은백이처럼 돌아가야 할 곳을 등에 떠매고 사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곳으로 들어갈 수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 은백이가 집착을 버렸다면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우리들의 유토피아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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