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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려다오 ㅣ 태학산문선 110
이용휴.이가환 지음, 안대회 옮김 / 태학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이용휴와 이가환 부자 중에서 먼저 접한 이는 아들 이가환이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편에는 정약용에게 당시의 혁명적 학풍인 '이익'의 실학사상을 전해준 이가 이가환이었고 그의 천재성은 정조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 줄 만큼 박학다식한 이였다는 소개가 있다. 그리고 문과에 급제하여 남인 계열의 지도자로 부상하였으나 노론 벽파의 천주교 탄압과 관련하여 옥사하였다. <정조 이산>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당파간의 싸움은 목숨을 담보한 것이었다.
책 <나를 돌려다오>에서는 아버지 이용휴의 글맛이 당대의 천재로 이름난 아들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짧고 간결함 속에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한 것이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재야에 묻혀 자연과 벗하며 갈고 닦은 마음이 글을 통해 잘 드러난 것이리라.
현재적 삶의 중요성은 생각할 것 없이 당연한데도 공맹과 송의 주자학, 사서삼경의 이야기를 빌어 당시를 표현하고자 한 고답적인 문풍은, 연암을 비롯한 18세기 학자들에 의해 변화하기 시작했다.중국의 학풍에서 벗어나 당대를 중시하고 당대의 삶을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중심에 연암과 백탑파 그리고 이용휴, 이가환 부자가 있지 않았나 한다.
사람들이 당일(當日)이 있음을 모르는 데서 세도(世道)가 그릇되었다.(64쪽).. 살아 가는 일은 시간의 흐름속에 기억을 축적하고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것은 당일이 있음으로 가능한 것인데, 현재를 소중히 여겨 일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세상의 도는 잘못될 수밖에 없다. 하루가 쌓여 열흘이 된다.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용휴를 통해 새롭게 와 닿는다. 그의 글은 니체의 '현실에서의 춤추기"와도 상통한다. 춤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현재를 위한 것이며 승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되 즐겁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의 중심은 환아(還我)에 있다. 세속적 욕망과 지각에 물든 나를 버리고 천리를 따르던 순수한 내마음으로 돌아가 귀를 기울이는 것. 수많은 성인들조차 지나는 그림자에 불과하니 신기한 것 전혀 없는 나 자신에게 돌아가라 한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나자신을 바로 세우기가 무궁한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18세기보다 현대의 우리들에게 주는 금언(金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