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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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는 자폐 소년이다. 질서정연하고 규칙적인 것을 좋아해서 수학과 물리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소수를 좋아해서 책의 각 장이 소수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노란 색과 갈색을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절대 먹지 않으며, 다른 이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도 싫어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건너편 시어즈 부인네 개인 웰링턴이 죽은 것을 보고, 개를 죽인 범인을 찾으면서, 그 내용을 책으로 쓰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엄마가 심장 발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즉 아빠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건너편 집 시어즈 씨와 달아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웰링턴은 아빠가 죽인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빠를 믿을 수 없어 두려워진 크리스토퍼는 런던으로 엄마를 찾아 간다. 크리스토퍼가 아빠와 함께 살고 싶지 않지만, 스윈던에서 수학 A레벨 시험을 보고 싶어하자, 엄마는 시어즈씨와 헤어져 스윈던으로 돌아온다. 시험은 합격이고 아빠는 크리스토퍼와 화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의 가장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자폐아라는 것이다 자폐아라면 우리에겐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존재이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가 있다고 크리스토퍼가 말한다. 단지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 - 지각 방식 - 과 사고 방식,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 것이다. 예를 들면 크리스토퍼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받아들인다. 비장애인이라면 ‘풀밭에서 소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고 지각할 장면을 크리스토퍼는 ‘소는 19마리인데, 그 중 15마리는 하얀 바탕에 검은 얼룩이며 4마리는 갈색 얼룩이다. - 한마리, 한 마리의 얼룩 무늬를 다 기억한다. - 풀은 세 종류의 풀이 뒤섞여 있고, 땅은 어느 방향이 지대가 더 높다. 기타 등등...’그래서 크리스토퍼는 새로운 장소를 두려워한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크리스토퍼가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가는 장면이다. 크리스토퍼를 이해하게 된 독자는 혼자서 런던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안다. 가슴 속에서 풍선이 빵빵하게 부푼 것처럼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나며, 스윈던의 기차역에서 두 시간 반동안, 런던의 지하철 역에서 다섯 시간동안 혼자 끙끙대며 앉아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겪게 되었기 때문에 크리스토퍼는 조금 성장하게 된다. 낯선 도시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비장애인에게도 자신의 평소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심장은 쿵쿵 뛰고 손에서는 식은 땀이 난다. 그때 크리스토퍼를 생각한다면 용기가 날 것 같다.

크리스토퍼의 아빠는 크리스토퍼를 진정 사랑하고 그를 진심으로 깊이 이해해서 크리스토퍼가 세상과 별 마찰없이 살아가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아빠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아빠를 믿지 못하겠다 하는 크리스토퍼가 안타까웠다. 크리스토퍼같은 이를 대할 때는 진실함, 한결같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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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 - 언젠가 저 길을 가보리라!
이지상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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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씨가 전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서술한 책이다.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여권발급이 쉽지 않아 국내 여행으로 자족해야 했던 젊은 시절,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자 현실에서 너무 크게 일탈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망설임, 첫 여행의 기쁨과 희열, 여행이 계속되던 어느 순간 느껴지던 회의감 등등.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에 열정을 쏟으면 삶이 게속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도착점이니까, 도착점이 도달하고 나면 그렇게 크게 고민하고 힘든 일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았음에도 그 일에 대한 회의와 의심이 생겼다는 작가의 고백이 충격이었다.

나 자신이 삶을 일직선의 경주라고 단순화시켜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돈이 많던 적던, 진정한 사랑을 찾았던 찾지 못했던, 삶에서의 고민과 슬픔과 힘겨움은 계속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회의가 드는데, 좋아하지 않는 일이면 오죽하겠는가. 좋아하는 일이 회의감이 들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더 쉬울 것 같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 중에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일에 대한 회의감과 싸워 해결하는 과정, 이 모두를 살아가는 과정이 ‘지혜’를 얻는 과정이고 ‘도’를 닦는 과정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평범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글 자체도 무미건조하고, 글의 조직도 엉성하고 어수선하다. 하지만 그들의 진솔한 태도 자체가, 지극히 평범하다 해도 삶이라는 것 자체가 감동인 것이다.

우종영 씨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도 그래서 참 좋았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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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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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은 크레타 섬으로 가는 항구에서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난다. - 작가의 자서전에 따르면 조르바는 실존 인물 게오르그 조르바를 모델로 그린 인물이라고 한다. 작가 역시 크레타 섬에서 갈탄광을 운영했다고 한다. - 주인공은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가서 조르바에게 갈탄광의 감독을 맡긴다. 이 책은 주인공이 조르바와 함께한 크레타 섬에서의 이야기이다.

조르바는 삶을 생생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65의 나이이지만 열정적으로 여자를 사랑하고, 일을 할 때는 온전히 그것에만 몰두하며, 흥이 나면 산투리를 연주하면서 펄쩍펄쩍 춤을 춘다.

책에서 길을 찾으려는 주인공을 조롱하면서 세상과 삶에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허비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침이, 바다가, 나무와 풀이 매일매일 새롭고 신비로운 것으로 다가오며, 모든 인간을 가슴뭉클하게 바라본다.

조르바와 대비되는 크레타 섬 사람들의 모습은 부정적이다.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지만, 실제로는 재물과 남색을 탐한다. 실제 주인공과 조르바가 수도원을 방문했던 날 수도승이 자신의 남색 대상을 총으로 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다른 수도승들은 이 일을 쉬쉬하며 묻어두려 한다.

또한 과부를 쫓아다니던 마브란도니 영감의 아들 파블 리가 자결하자, 부활절 그리스도에게 오렌지 꽃을 바치려고 교회를 찾은 과부를 마브란도니가 칼로 목을 그어버린다. 이때 과부를 위해 싸운 사람은 조르바가 유일하다.

주인공과 조르바는 갈탄광의 수입이 그다지 좋지 않자 케이블을 산 정상과 평지를 연결해서 목재를 손쉽게 운반하여 파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그러나 개통식 날 목재의 낙하 속도가 조절되지 않아 결국 설치한 케이블과 철탑이 무너지고 만다. 이 사업의 실패로 빈털터리가 되자 주인공은 해방감을 느낀다. 이후 주인공은 크레타섬을 떠나며 조르바와 헤어진다.

 

 

내 생각

난 자유롭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든 것에서 숨이 막혔다. 권위적인 엄마도, 여자이니 어떠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도,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자유란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살아있는 이상 생물학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사회적인 도덕, 규범, 규칙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즉 고등학교 시절 내가 원했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의 시선을 전혀 인식하지 않는 자유로움과-예를 들면, 불결한 외모라든지, 비상식적인 돌출행동이라든지-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는 내가 원하는 자유가 아니었다.

결국 내가 원했던 것은 말은 거창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에게서 자유롭고 싶었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고 싶었고, 여자라는 사회적 제약에서 자유롭고 싶었고, 사교적, 개방적, 인간적, 유능한 등등의 강압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무엇에 대한 자유라고 구체적으로 정하니 어떻게 살고 싶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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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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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구석’에만 갇혀 있으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고, 그러면 엄마 글을 아무도 사보지 않게 되고, 그러면 엄마는 다시 공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로 아이들을 ‘협박’했다. 내 아이들은 어미가 다시 공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 -.쪽

자식의 죽음이 야속한 어미는 모질게 말한다 배아파 낳아노니 그 공도 모르고 처죽어 버렸다고. 그러다가 슬그머니 ‘팔자지 뭐’ 결론처럼 한마디 툭 내뱉는다. 체념인가. 체념은 할매에게 거의 본능에 가깝다. -.쪽

가난해도, 남한테 해 입히지 않고, 남한테 공을 베풀고도 고맙단 소리 못 들어도 그냥 웃고 마는, 오늘은 내 집 일하고 내일은 네 집 일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내 나라, 내 땅, 내 부모, 내 형제의 땅. -.쪽

말하자면 구로동 파랑새 나눔터라는 공간은 각자의 가난을 우리들의 가난으로 나누는 공간이었다. 각자의 외로움을 우리들의 외로움이 되게 하는 곳이었다. 내 가난이 우리들의 가난이 되고 네 외로움이 우리들의 외로움이 되면, 그 가난, 그 외로움은 조금은 견딜만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임을 파랑새 아이들은 배우고 있는 셈이었다. -.쪽

도회나 시골이나 제 삶의 터전 하나 마련해 보려고, 그리고 그 터전에서의 삶 꾸려가느라 나대는 사람들의 몸놀림은 그곳이 어디가 됐는지 소중하고 눈물겹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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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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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삶에서 배운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음'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막상 다음 순간이 찾아오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지금 이 순간에 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을 놓치고 만다고.-.쪽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나였다. 그렇다, 나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유없이 잘난 체하고, 그 다음 순간에는 두려워하고. 행복한 체하지만 돌아서면 고독감으로 가슴이 뚫려있던 여행자, 그것이 다름아닌 나였다.......
내가 누구이든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여행자로서의 중요한 통과의례였다.-.쪽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세상이 허락했기 때문에 넌 현재 이러저러한 것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들이 네 곁에 있는 동안에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라. 여행자가 잠시 머무는 여인숙의 방을 소중히 여기듯이."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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