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품절


엄마가 ‘집구석’에만 갇혀 있으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고, 그러면 엄마 글을 아무도 사보지 않게 되고, 그러면 엄마는 다시 공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로 아이들을 ‘협박’했다. 내 아이들은 어미가 다시 공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 -.쪽

자식의 죽음이 야속한 어미는 모질게 말한다 배아파 낳아노니 그 공도 모르고 처죽어 버렸다고. 그러다가 슬그머니 ‘팔자지 뭐’ 결론처럼 한마디 툭 내뱉는다. 체념인가. 체념은 할매에게 거의 본능에 가깝다. -.쪽

가난해도, 남한테 해 입히지 않고, 남한테 공을 베풀고도 고맙단 소리 못 들어도 그냥 웃고 마는, 오늘은 내 집 일하고 내일은 네 집 일해주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내 나라, 내 땅, 내 부모, 내 형제의 땅. -.쪽

말하자면 구로동 파랑새 나눔터라는 공간은 각자의 가난을 우리들의 가난으로 나누는 공간이었다. 각자의 외로움을 우리들의 외로움이 되게 하는 곳이었다. 내 가난이 우리들의 가난이 되고 네 외로움이 우리들의 외로움이 되면, 그 가난, 그 외로움은 조금은 견딜만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임을 파랑새 아이들은 배우고 있는 셈이었다. -.쪽

도회나 시골이나 제 삶의 터전 하나 마련해 보려고, 그리고 그 터전에서의 삶 꾸려가느라 나대는 사람들의 몸놀림은 그곳이 어디가 됐는지 소중하고 눈물겹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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