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리 안   데 쓰   드 라 이 브  :


 

 

 

 

 



죽을 맛입니다



                                                                                                한국 사회는 죽음에 대한 강박적 언어 습관을 가진 문화에 속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지배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배고파 죽겠고, 목말라 죽겠고, 외로워 죽겠고, 바빠서 죽겠다고 말한다. 뭐, 여기까지는 이해 가능한 영역이다. 배 고파 죽을 수도 있고, 목 말라 죽을 수도 있으며 바쁘면 과로사로 죽을 수도 있고, 외로우면 괴로우니 죽을 수도 있는 아이러니. 아니 그러니 ?

그런데 우스워 죽겠고, 행복해 죽겠고, 예뻐 죽겠고, 미워 죽겠고, 심심해 죽겠다 _ 라고 말하면 복잡하다. 죽을 일이 많기로서니 바빠서 죽고, 우스워 죽고, 행복해 죽고, 심심해 죽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양 빠지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미워하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은 아스트랄하다. 심심한 상황을 좋아하는 나는 심심해 죽겠다 _ 라는 경고성 멘트를 떠올릴 때마다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러다가 나 정말 죽는 거임 ?!  이처럼 한국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죽음 직전까지 간다.  주성치 영화를 보며 낄낄거리다가도 웃다가 죽는 꼴을 상상하면 정말 웃기는 상황이어서 몸서리나게 된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결국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표출되는 모양이다.

한국인은 보신을 위해서라면 개불 알까지 뜯어먹을 기세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닥칠지도 모르니 거시기를 뜯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할 때마다 " ~ 해서 죽겠어 ! "  라는 한국 특유의 죽음 충동(코리아 데쓰 드라이브 ?!)을 자주 언급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은 건강 염려증 환자의 럭키금성 삼 파장 발광 다이어드적 초정밀 극성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아따, 참말로 찌릿찌릿하다. 오호통재다. 자주 죽는 남자가 있다. 유덕화는 영화 속에서 자주 죽는다.  << 천장지구 >> 에서 코피를 흘리며 죽기 시작하더니 << 복수만가 >> , << 지존무상 >> , << 용재강호 >> , << 결전 >> , << 삼국지 : 용의 부활 >> , << 무간도 >> 에서도 죽는다.

대부분 장렬하게 죽지만 때론 비렬한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장렬하게 죽는다. 그는 멋지게 죽는 데 최적화된 배우이다. 그의 연기 철학은 목련처럼 지저분하게 죽느니 동백꽃처럼 단칼에 죽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입만 열었다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징징거리는 캐릭터라면 이룰 수 없는 폼사의 경지'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 죽을 맛 " 이라고 하는가 보다. 제작자가 이 사실을 놓칠 리 없다. 그래서 유덕화는 자주 죽는다......        폼생보다 어려운 것은 폼사'다. 그는 영화 속에서 언제나 폼생폼사한다. " 폼生 " 은 자기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 폼死 " 는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다. 사람들은 개똥밭에서 뒹굴지언정 멋지게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니 말이다. 살아서 " 폼생 " 을 성취할 기회조차 없었던 나는 유덕화가 멋지게 죽을 때 항상 감탄하게 된다. 나에게 폼생폼사는 불가능한 판타지이기는 하나 적어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는 생의 의지는 없다. 적멸(寂滅)하는 것이 내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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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 0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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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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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2019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 갈등(葛藤 ㅣ 칡 갈, 등나무 등) " 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로 상반되는 괴리'가 발생할 때 내면 갈등이 발생하고 개인 대 조직이 갈등할 때에는 내부 갈등이 발생한다. 

주인공과 갈등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고부 갈등,  노사 갈등,  계급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갈등의 종류가 무엇인가에 따라 드라마의 성격도 어느 정도 결정된다.   관객은 주인공이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니까 장르 불문하고 칡과 등(나무)이 제대로 얽혀야 좋은 희극과 비극이 탄생한다.  이것은 극작법의 ABC.  그런데 드라마에 갈등 요소가 없으면 죽도 밥도 아닌 MBC가 된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란 말이시.   영화 << 돈, 2019 >>  에는 " 갈등 " 이라는 핵심 요소가 빠져 있다.  이 영화는 갈등은 없고 해소'만 거창하다.

번호표(유지태 분)의 범죄 제안에 증권사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은 고민도 없고 갈등도 없이 두꺼비가 파리를 잡아채듯이 악마의 유혹을 덥석 문다. 그런데 조일현의 " 망설임 없는 조력 " 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가 처음부터 "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비호감 캐릭터 " 였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조일현이라는 캐릭터의 초기 설정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착한 소시민 캐릭터'라는 데 있다. 그에게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죄를 지어야 하는 " 간절한 결핍 " 이 부재하고,  또 마찬가지로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 간절한 야망 " 도 보이지 않는다.

간절한 욕망의 파이(π) 가 작다 보니 갈등이 선명하지 못하고,  갈등이 선명하지 않으니 전결(기/승/전/결'에서) 부분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지하철역에서 돈 뿌리는 장면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해소한다기보다는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그리고 조일현이 번호표에게 느닷없이 던지는 훈계의 말'은 설득력 제로'이다. 평범한 소시민이 과시적 소비와 만나게 되었을 때의 판타지에 집중했으면서 갑자기 계롱산 산신령처럼 뒷짐 지고 훈계질'이라니......         강렬한 오르가슴을 얻기 위해서는 공을 들인 전희가 필요한데 이 영화에는 애국가 타임라인 섹스를 선보이고는 황홀하지 ?

라고 되묻는 교회 오빠의 성스러운 근자감을 떠올리게 만든다. 충고 한 마디 하자면 : 섹스,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예 ?                 영화는 생각 없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재미있다.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생각을 하고 본다면 그럭저럭 우럭하다.









이 영화에서 소비되는 여성 이미지는 남성이 욕망을 성취한 후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다. 배우 원진아가 연기한 박시은 대리'는 하루종일 섹시하다. 이마에 나 섹시함 ? 어때요. 졸라 섹시함 ??!  이란 표 딱지를 붙이고 있다. 남성의 원기 회복용 캐릭터는 몸은 섹시한데 교양은 난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는 이 여자의 육감을 집요하게 부각한다. 여성 감독이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한심하다, 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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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




 


                                                                                                       한때 노래가 테이프에 담겨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저작권이 없었기에 가수 불문하고 듣기 좋은 곡만 모아서 녹음한 불법 B자 테이프가 " 길보드 차트 " 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곡 선별은 불가능했다.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테이프에 녹음된 노래 전곡을 끝까지 들어야 했다. 쿵따리 샤바라 같은 디스코 댄스곡 다음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발라드곡이었다. 선곡 순서에 따라 감정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조울증 걸리기 쉬운 조합이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우리는 그것을 << 한국인이 사랑하는 골든 그레이트 히트쏭 >> 이라고 불렀다. 단순한 히트쏭이 아니다. 무려 한국인이 사랑하는 그 ! 레 ! ! ! 히 ! 트 ! 쏭 ! 이다 보니 명반이 될 만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조합(컴필레인션 음반)은 이사 갈 때 제일 먼저 버려지는 품목 1호'이다.

영화 << 마약왕, 2018 >> 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은 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이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면면은 요즘 충무로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우정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깜짝 출연이라는 표현도, 형이 거기서 왜 나와 _ 라고 말하기에도 모호하다. 밑도 끝도 없이 " 갑툭튀 " 한 배우들은 이두삼과의 불꽃 튀는 " 케미 " 도 없이 갑자기 소멸하니 결국은 " 듣보잡 "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 마약왕 >> 은 화려한 출연자 구성만 놓고 보면 2018 울트라 메가 히트쏭 컴필레인 음반'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쓰레기다.

어느 네티즌의 20자 감상평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캐비어로 알탕을 끓인 꼴이 되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 들은 모두 다 납작하다. 마약왕 이두삼은 나약왕처럼 보여지고,  정의감에 불타는 김인구 검사는 밑도 끝도 없이 정의, 정의, 정의만 외치다 보니 정의감에 물타려는 캐릭터1)로 보인다. 배두나가 연기한 로비스트 역도 마찬가지'다. 주변인의 입을 빌려  : 그녀를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얻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며 그 희소성을 강조하더니 그녀는 알고 보니 금사빠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쉽게 이두삼과 사랑에 빠진다.

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어요. 당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특, 끄으읍 !!!! 사랑이어요 ~               그녀는 낮이나 밤이나 그가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간다. 아아. 속절없는 부나비 사랑이어라.  영화 속에서 그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는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만 가졌을 뿐 동기도 없고, 동기가 없다 보니 깊이도 없고, 깊이가 없다 보니 비극도 없다. 그들의 몰락이 비극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은 관객이 긴장감을 완벽하게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1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고함치는 영화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 2시간 20분 동안 이 깊이 없는 몰락을 지켜본다는 것은 꽤나 엿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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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나리오 초고가 만들어지면 시나리오 품평회에서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뜯는 것은 행위의 동기'이다. 동기가 분명하면 행위는 정당성을 부여받지만 동기가 불분명하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기 일쑤'다. 이 영화에서 김인구 검사(조정석 분)는 물불 안 가리고 정의감에 불타는가 _ 에 대한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시나리오 작가는 일반적으로 이런 캐릭터의 행위에 그럴싸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여동생이 마약으로 목숨을 잃었다 따위의 서사를 밑바닥에 깔아둔다).  범죄극에서 범죄자의 사연이 구구절절할수록 그를 쫓는 형사의 사연도 구구절절해야 박자가 맞는 법이다. 김인구 검사는 두께가 없고 깊이도 없어서 얇은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가 시나리오 점검 회의에서 검열 없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만약에 이 심각한 오류를 알면서도 영화를 제작했다면 제작진는 관객을 호떡으로 아는 것이다. 허허. 걱정 마세요. 한국 관객은 개떡같이 말해도 호떡같이 알아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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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  영 화 의  경 향 에  대 하 여  : 

 

 

 

 

 

 

 

 

 

 

 

 

저, 대림동에 살아요


 

 

 

 

 

 

 

 

 

                                                                                             영화나 그림의 경우, 감상 후 느낌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호와 불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호 ( / ) 가 삽입되어 판단을 명확하게 하면 좋은데,  불행히도 불호'이기는 한데 불호의 종류가 애매모호해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미(美)의 반대 개념인 추(醜) 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음매 없고 매끄러운 풀메이크업의 세계에 유혹되지 않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흉터의 세계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醜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 불쾌 > 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 불편 > 에서 오는 것인가를 분석해야 한다.  가령, 김지운 감독의 << 악마를 보았다 >> 라는 영화는 불쾌한 영화인가, 불편한 영화인가 ?   또 다른 영화로 이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 한공주 >> 는 불쾌한 영화인가, 아니면 불편한 영화인가 ?!  내 기준에 의하면, < 악마를 보았다 > 는 매우 불쾌한 영화이고 < 한공주 > 는 불편한 영화'에 속한다.

두 영화 모두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다루지만 목적은 다르다. < 악마를 보았다 > 는 여성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연쇄살인마를 응징하는 이야기이지만 관객이 이 영화에서 얻는 쾌감은 피해 여성의 신체를 농락하고 훼손하는 연쇄살인마의 가학'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정원 경호 요원 김수현(이병헌 분)은 여성 신체를 훼손하는 장경철(최민식 분)을 훼방한 후 놓아주기를 반복한다. 처형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그럴수록 피해자는 늘어만 간다. 다시 말해서 관객은 김수현과 장경철의 콤비 플레이 덕분에 더 많은 여성 신체 훼손 장면을 보며 어둠 속에서 꼴린다. 갑툭튀, 화장실 갈 때 직립보행하지 맙시다. 허허.

내가 이 영화가 매우 불쾌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장면이 단순하게 쾌락을 위한 볼거리 소재로만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포르노보다 질이 떨어진다. 반면에 < 한공주 > 에서 한공주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가해 남성들에게 질문(비판)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 현실을 외면해야지만 마음이 편한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재현의 윤리'가 불쾌와 불편을 나눈다.  전자는 나쁜 영화이고 후자는 좋은 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영화 << 청년경찰, 2017 >> 은 불쾌한 영화일까, 불편한 영화일까 ? 이 영화에서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택시를 타고 대림동에 진입했을 때 택시 운전수는 진지한 얼굴로 대림동을 조선족이 장악한 범죄 소굴'이라며 밤에는 이 거리에서 어슬렁거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택시 운전수의 말을 빌려 발화된 사운드(대사)는 연기 톤의 과장된 꾸밈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속 내레이션에 가까워서 말의 무게에 신뢰를 준다. 이것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무게감 있는 목소리(  :  택시운전수는 진지한 얼굴 표정과 신뢰감을 주는 저음으로 발성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에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극에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굳이 " 대림동 " 이라는 좌표를 꼭 집어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메시지보다는 오로지 흥행만을 노린 코미디/액션 영화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 장르가 아니기에 애써 사실과 고증에 힘쓸 필요가 없다. 대림동은 단순하게 지도의 좌표에는 없는 " 벼룩시장 도깨비 거리 " 따위로 대체해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특정한 장소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 집단이 조선족( : 조선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화된 언어에 속한다. 후술하겠다) 이라는 설정도 극의 흐름상 대체 불가능한 설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조선족과 대림동이라는 좌표에 방점을 찍는다. 악랄한 악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대림동은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악의 소굴일까, 참말로 ?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치구별 범죄 안전 등급 기준에 따르면 영등포구(대림동)는 안전 등급 4등급으로 강남구와 동급이다. 대림동이 범죄의 소굴이라면 압구정동과 청담동 가로수길도 범죄의 소굴이다. 그리고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삼성 병원은 난자를 불법 적출하는 아, 아아아아아악의 소굴이다.  만약에 장소가 청담동이었다면,  감독은 자신 있게 " 가로수길은 어뤤지족의 소굴이니 밤에는 돌아다니지 마세요. 졸라 뒈지는 수가 있어요 ! "  라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을까 ? 

이 영화는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예의도 없다, 무례하며 무지하다 그리고 지역 혐오를 조성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 내가 사는 터전 " 은 이제 정치적이며 계급과 신분을 알리는 좌표이자 지표'가 되었다. 이제는 당신이 사는 동네(잘사는 동네 vs 못사는 동네)가 당신의 신분을 말해준다.  대한민국 사람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을 재미 동포(미국 동포)라고 부르는데 반해 중국에 사는 한국인은 중국 동포보다는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높다. < 동포 同胞 > 에서 한자 胞 : 태보 포'가 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을 뜻하는 한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단어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매형제'를 강조한 말이다.

반면에 < 조선족 > 에서 한자 族 : 겨레 족'은 떼를 지어 사는 모양새를 강조한 말이다.  그렇기에 광범위하게 민족이라는 단어를 조합할 수도 있지만 얌체족,  장발족,  제비족'처럼 취향 공동체의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차이를 감안하면 < - 동포 > 와 < - 족 > 의 차이'는 거주지(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겉으로는 조선족을 같은 민족의 동포라고 말은 하지만 속내는 차별화와 타자화이다. 그래서 조선족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 : 황해, 신세계, 범죄도시, 아수라, 청년경찰에서 조선족은 대부분 떼로 몰려다닌다. 아니나 달라, 이 영화에서도 조선족은 떼거지로 몰려다닌다.

<< 청년 경찰 >> 에서 조선족이 더러운 공가 바닥에서 떼지어 잠을 자는 장면은 감독의 대표적인 혐오 감정 표출이다. 웃자고 만든 영화일수록 웃지 말고 냉정하게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차라리 박정희나 이승만을 진지하게 찬양하는 영화는 웃으면서 흘겨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혐오 발언은 진지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낄낄거리는 조롱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일베의 언어가 대표적이다. 이런 영화일수록 성난 얼굴로 돌아봐야 한다. 같은 해에 개봉한 << 브이. 아이. 피 >>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는 연쇄살인마다.  젊은 여성만 골라 강간하고,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를 국정원 요원이 쫓는다.......                         어, 잠깐 !  이 이야기는 << 악마를 보았다 >> 와 설정이 똑같지 않은가 ?   똑같을 수밖에 없다. << 브이아이피 >> 를 연출한 감독이 << 악마를 보았다 >> 의 각본을 썼으니 말이다. 하여, 하나 마나 한 논평은 생략한다. 엄지 내리고 중지 올려, 둘 다 바짝 올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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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진  하  고     녹  진  하  다   :




天下無人






                                                                                                     어느 순간에 연기 패턴이 확 바뀌는 배우가 있다. 연기력이 단계별로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성기기 순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눈을 뜨니 구순기에서 왕연기'로 폭풍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염정아'가 그런 배우이다 엄정화 아닙니다잉 !


그가 << 장화, 홍련전 >> 에서 보여줬던 연기력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에 가까웠다. 장화홍련전 이전이 발연기였다면 장화홍련전 이후는 왕연기'였다. 하지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거론하기가 민망하지만 안성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름만 보면 성기기'에 다다른 노련한 배우 같지만 그의 연기력은 구순기 고착'에 가깝다. 늘 똑같은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솟았다는 것은 기적이 가깝다. 그렇다면 설경구는 ?! 설경구는 << 살인자의 기억법 >> 에서 매우 이상한 낌새를 보이더니 << 불한당 >> 에서 불꽃을 피웠다.

<< 살인자의 기억법 >> 과 << 불한당 >> 이 모두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2016년은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라 할 만하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6 >> 은 매우 잘 만든 상업영화'이다. 평론가들은 << 1987 >> 이라는 영화를 열심히 빨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 불한당 >> 이 << 1987 >> 보다 뛰어나다. << 불한당 >> 은 범죄 조직 안으로 침투한 경찰 스파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영화로,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 제목 그대로 불한당'은 피는 흘려도 땀을 흘리지는 않는다. 땀(노동)을 흘리지 않고 돈을 번다는 점에서 불로소득자와 불한당은 동일어'이다.

불로(不勞 : 일할 로)와 불한(不汗 : 땀 한)는 같다. 두사부일체라 했던가 ? 불로와 불한과 불알은 같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지점은 장르 변주'이다. 퀴어 멜로를 하드코어 범죄 장르로 변주하는 솜씨가 훌륭하다. 발라드 곡을 헤비 메탈 풍으로 연주했다고나 할까.  평론가 황진미의 지적처럼 이 영화는 < 신세계 > 보다는 < 무뢰한 > 에 가깝다. 다만, 남녀커플이 남남커플로 바뀌었을 뿐이다. 누가 봐도, 한재호(설경구 분)가 언더커버 조현수(임시완 분)를 바라보는 눈빛은 곡진하고 녹진하다. 아따, 녹아버리구마이 ~         

감독이 퀴어 코드를 솜씨 좋게 숨겼다한들 삼복 더위에 녹아드는 엿처럼 찐득거리는 설경구의 저 눈빛은 어떻게 숨길 것인가. 영화 속에서 설경구는 임시완을 항상 " 자기야 ! " 라고 부른다. 여기서 " 자기 " 는 " 自己 : 스스로 자 + 몸 기 " 로 구성된 한자 조합이다. 자기(自己) 를 철학적 용어로 풀면 자아(自我)이므로 네 몸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숭고한 박애'인가. 롤랑 바르트를 굳이 호명하지 않아도 사랑이란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픈 열병이다. 사랑하는 타자와의 동일시가 바로 love 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  설경구가 사랑스러운 말투로 자기야 _ 라고 임시완을 호출할 때마다 철학자 묵자'가 생각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天下無人 !  하늘 아래 남(타인)은 없다는 뜻이다. < 내 > 가 곧 < 네 > 이기에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예수의 동양 버전이 바로 묵자'다. 영화 속 한재호(설경구 분)는 天下無敵 천하무적 을 욕망하지만 동시에 天下無人 천하무인 의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될 존재인 조현수 형사(임시완 분)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엇박자가 이 영화의 비극을 돋보이게 만든다.

사랑하는 人을 敵으로 상대해야 되는 엇박자야말로 비극의 원형이 아니었던가. 이 영화가 멜로인 이유는 바로 엇박자'에 있다. 서로 간절히 원하지만 길이 어긋나서 만나지 못하는, 인생행로의 어긋남이 바로 멜로'이다.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텔레토비이지 멜로가 아니지 않은가 ! 이 영화에 대한 내 20자평, 아니 사자성어는 다음과 같다. 我二朝兒 아이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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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자면 : 공자는 개새끼고 묵자는 예수다. 묵자 철학의 핵심인 겸애 : 가리지 않고 사람을 두루 사랑함 는 평등 사상 없이는 이룩할 수 없는 愛 다. 반대로 공자 철학에 등장하는 인애는 평등 없이도 도달 가능한 愛다. 공자의 仁(인) 사상은 두(二) 사람(人)이 서로 친하게 지내며 어질게 대처하라는 처세술을 가르치지만 평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논어 7 편 술이(述而)편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공자왈 : "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 공자가 말하기를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들 중에서 훌륭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가려서 따르고, 나쁜 점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도록 고칠 수 있어 배움이 된다." 즉, 우열을 가리는 것이 삼인행의 핵심이다. 평등이 제거된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가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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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2-06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이 영화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나봐요
수 회차 관람한 불한당원들도 많고.
포토에세이. 스토리보드도 나왔던데요.
저도 꼭 보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2-06 18:01   좋아요 0 | URL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영화가 잘 빠졌고
대본도 꽤 훌륭합니다.
대사도 좋고..
화면빨도 좋고..
장면 전환도 새롭습니다.. 보세요. 재미있스비다..

나와같다면 2019-02-22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한당 봤습니다. 아름답고 슬프네요. 전혜진의 연기도 좋고.
스토리보드도 방금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2-23 09:18   좋아요 1 | URL
전혜진 연기 좋죠... 제대로 된 배역을 소화한 듯.

스토리보드도 보셨군요. 어떤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