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동서양 지식인 100명에 대한 책이다. 둘씩 짝지어 한 권씩 책을 낸다. 다윈가, 플라톤가, 촘스키가, 아인슈타인가로 나눠져 있다. 다윈가는 고대 자연철학자와 근대 생물학자, 플라톤가는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각 분야의 대사상가들,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되어있다.
시리즈를 이렇게 내는 것은 신선한 시도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딱히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통일성이 있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보면 개척자인 촌장과 계승자인 일꾼, 지식인마을로의 초대, 지식인과의 만남, 지식토크 테마토크, 이슈@지식, 징검다리 등과 같은 섹션이 있어 나름대로 구조화를 하였다. 시리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통일성과 얼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의 무지 탓일수도 있다. (사실 이런 시리즈를 계획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이 책으로 돌아가자. 뉴턴, 데카르트를 읽고 난 지금은 딱히 단정적으로 뭐라 말하기 어렵다. 잘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안 것도 있었지만, 이 책이 솔직히 왜 논술 교재로 추천되는지는 딱히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징검다리에 토론 문제가 있고, 이슈@지식 같은 코너가 있지만, 탁석산 선생이 말하는 것처럼 독서와 논술은 다르다는 생각이 이제 강하게 굳어져서 일까? 좋은 책이기는 한데, 논술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도 내 무지 탓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사 책으로는 제법 재밌다. 뉴턴의 또 다른 면모를 알 수 있게 해주고, 뉴턴을 중심으로(데카르트보다는 뉴턴이 중심인물이다) 일어나는 과학자들의 정치적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과학자도 인간임을 보여준다.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흔히 우리는 이것을 잊고 있다. 어쩌면 뉴턴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적 과학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폴리페서(정치적 교수)도 훗날 자기 학문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도....
논문 같으면서도 읽기에 쉬운 이런 종류의 책은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시도이다. 적어도 80, 90년대에 나온 과학사책보다는 재미있다. 그만큼 내가 변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김영사에서 출판하였다는 점, 추천글에서 홍성욱 교수는 잡종을 말하고 최재천 교수는 통섭을 말하였다는 점 등도 기억에 남는다.
읽으면서 재밌거나 중요한 부분들을 기록해보았다.
p. 19 근대 과학혁명 이후 과학 활동은 과학자 사회, 우리가 사는 사회의 두 차원 사회 속에서 이루어짐 -> 그런데 성공한 과학자는 두 차원의 사회에서 필요한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내 결합시켜 새로운 진리를 밝히는 과정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p. 18의 삽화가 재밌음)
p. 87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갈릴레오는 운동의 원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력한 새로운 운동이론을 만들어 나갔다. (why -> how : 가끔 과학을 ‘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가 과학이다. 이것이 철학과 과학의 차이가 아닐까? 과학과 기술이 다르듯이...)
p. 107 검증 불가능한 가설을 도입하지 않는 방법은 뉴턴주의 과학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고, 쓸모 없고 소모적인 가설과 독단을 피한 채 생산적으로 해결 가능한 논의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뉴턴주의 방법론은 과학을 넘어 다른 학문과 사회가 좇아야 할 모범으로 칭송답게 된다.
p. 131 젊은 사도들의 뉴턴주의는 뉴턴 자신에 의해 철저하게 지도받거나 검증받은 뒤에야 세상에 나옴.
p. 132 뉴턴의 사도들, 그들을 보살피는 뉴턴
p. 137 거역하는 자에게 단죄를...
p. 140 젊은 뉴턴주의자들에게 뉴턴은 위대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자애롭기만 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아버지의 애정은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전제 조건으로 했던 것이다.
p. 148 과학의 사회적 신분 높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나 왕실의 일에 참여하여 과학과 정부, 과학과 왕실 사이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듦 -> 과학교육 강화 입장 표현
p. 149 고양된 과학의 이미지는 다시 뉴턴의 이미지를 고양 -> 자신과 과학을 동일시하는 이미지 -> 과학과 자신의 권위를 동시에 높임.
p. 165 뉴턴의 정치적 행동들이 없었더라면 뉴턴이 지금처럼 인정을 받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