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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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쓴 시간: 08 9 14 21 59 4 ~  08 10 3 23 45 xx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 이 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 9. 07. () 09:22 (금정역) ~

: 2008. 9. 13. () 23:27 (중동사거리/버스)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과거 조선시대로 돌아가 책 읽는 선비가

되어 보기도 하면서

독서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들의 삶을 느껴보기도 했다.

책과 독서가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보면서

오늘날 우리의 세계에서의 책읽기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갖고 싶은 책을 애첩 맞바꿨다는 얘기를 읽으면서

조소를 날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책 사랑이 정말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읽는 내내 행복했다.

2008. 9. 15. 17:45

김 선욱 서

 

어젠 추석 연휴 첫날이었지만 출근을 했었다. 일단 오후에 우리집에 세워둔 동생차를 끌고 우리 가족과 조카 둘을 태우고 어머님댁으로 갔다. 가는 길에 포토밭에서 포도를 2박스 샀다. 기다리는 사이 조카 시은이가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했다. 자리가 비좁다며, 덥다며 울상을 짓던 아이들은 아우성을 쳤다. 어머님 집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두시가 훨씬 지났다. 하지만 나는 사무실에 출근을 하려고 길을 재촉했다. 일주일마다 쓰는 독서일지를 쓰지 못했고, 고객분들께 명절 인사 문자도 보내지 못해서 출근을 하려는 것이다. 토요일부터 추석연휴라 금요일에 다 처리했어야 했는데 금요일에 밤에 동생네가 갑자기 우리집에 놀러오게 되면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급하게 집으로 와야 해서 그냥 넘어가기에는 찜찜했다.

 

어머님 집 앞에서 300번 버스를 탔다. 배낭에서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을 꺼내 읽었다. 버스는 역시 움직임이 커서 책 읽기가 불편했다. 밑줄을 치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다. 전부터 책 읽기가 불편해서 가급적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았는데, 이번에 역시 버스에서 책을 읽는 일은 불편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버스를 타고 다니며 책을 읽는 동생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00번 버스는 범계역이 종점이다. 범계역엔 헌책방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책 구경을 했다. 하지만 책은 사지 않았다. 꼭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면 아니 사기로 톡톡히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책에 관한 좋은 책이라면 몰라도 웬만한 책에 굴할 수가 없었다. 고봉 기대승이라는 책이 잠깐 눈길을 끌긴 끌었다. 30분내에 환승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300번 버스는 아직 환승이 허락되지 않는 버스였다.

 

서울 삼성동에 도착하니 벌써 해는 다 저물어 가고 있었다. 5시였다. 저물어 가는 도시의 풍경이 길 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 디카질을 했다. 20층 사무실에 도착하여 서쪽 창을 바라보니 태양이 하루를 마감하려는 듯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으로 독서일지를 쓰고 사진까지 넣어 게시판 여기저기에 글을 올렸다.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흘러갔다. 혹시나 처갓댁에 갈지 몰라  막내 처남을 위한 보험설계서도 프린트했다. 버스나 전철이 끊어지지는 않을까 싶어 서둘러서 마무리를 지었다. 범계역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탈까 하다가 수원역까지 가서 시내버스로 환승을 했다.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오늘은 추석날. 햇 곡식과 과일로 조상들게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집에선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나는 집안의 장손격인데 조상들은 그렇다고 쳐도 아버님을 위한 차례도 지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머님께서 아버님께서 밉다며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해서 이번 추석 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어머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할 수 없이 그 뜻을 따른 것이다. 그냥 어머님 집에서 두 형제가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는 오후에 어머님댁을 나왔다. 동생네는 처갓댁으로 갔고, 나도 내친 김에 처갓댁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미리 장모님과 연락을 하여 다음에 가기로 한 모양이다. 이렇게 된 김에 영화나 보자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다들 좋다고 해서 영화를 보았다.

 

이번 추석은 정말 가슴 아픈 명절이었다. 지난 구정 때 땅 찾는 문제로 어머님께서 진노하셨는데, 그 이후로 집안에 더 큰 분란이 생긴 것이다. 결국 조상은 물론 아버님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길고 긴 집안 얘기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는가마는, 어머님께서는 아버님의 강제와 협박에 못 이겨 오랜 전에 백부모님께 땅을 사드렸는데, 그 땅을 엉뚱한 사람들이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백부님 처남네로 넘어가고 말았다. 어머님께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그 땅을 찾아야겠다고 나선 것이고, 나와 동생은 어머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말렸던 것이다. 그로 인해 지난 구정 때 집안에 큰 소란이 일었다. 우리 두 형제는 지난 6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혼이 났는지 모른다. 어머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심한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셨다. 심지어 자식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어머님의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다. 그 바람에 나는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어머님의 억지 말씀을 거스르지 못하고 따랐던 것이다. 어떻게든 어머님의 마음을 푸시게 해드릴까 고민을 하다, 최대한 어머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로 작심을 했다. 그래서 오늘 오랫동안 어머님의 하소연을 들어드렸다. 할 이야기가 태산 같지만 어찌 한번에 다 풀어낼 수가 있겠는가. 소설로 만들어도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불행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정말 정사(正思)를 하면서 정심(正心)을 하고 살아야할 것이다.

 

동생네는 어머님과 한집에 살고 있다. 어머님 집은 다가구 주택인데, 동생이 결혼을 할 때 살림을 나지 못하고 어머님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려운 상황에서 동생네가 어머님 진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남인 나는 떨어져 사니깐 동생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에 동생네가 어머님의 미움을 많이 사고 있다. 그래서 분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게 화근이 되어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생네가 안타까워 위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엔 아내와의 통화중에 제수씨에게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가게 하라고 넌지시 운을 뗐다. 그래서 갑자기 두 가족이 뭉치게 되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하고 있던 일을 마치고 천천히 내려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독촉을 해서 급하게 수원으로 내려와 순대국집에 가사 한잔 술로 동생 내외를 위로해 주었다. 집에서도 한잔을 더 했다. 자고 가라는데도 집이 비좁아서인지 동생내외는 막내 조카만 데리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밤 조카들 둘은 우리집에서 잤는데 내겐 딸이 둘, 아들이 둘 같아 뿌듯하고 좋았다. 아이들은 사남매를 두는 게 좋을 듯 싶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원역에서 영화를 보았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영화를 보았다. 아내는 딸과 맘마미아, 나와 아들 성준이는 신기전을 보았다. 아들 성준이가 신기전을 보고 싶다고 해서 혼자보게 할 수 없어 나는 아들과 신기전을 본 것이다. 아내는 맘마미아가 무척 재미있었다며 나와 함께 하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고보면 양쪽 다 크게 만족스러운 셈이었다. 가슴 아픈 추석연휴지만, 한순간의 기쁨의 폭죽이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님의 한을 풀어드리고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게 해드릴 지가 내겐 큰 숙제다. 큰 아들인 내가 어떻게 해야 어머님께서 조금이나마 생의 기쁨을 느끼며 행복을 노래하게 되실까.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고 기쁘게 보내면 되는데, 이 간단한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시고 오로지 과거에 매여 억울해 하고, 분노하고, 저주하고, 한타스러워 하시며 고통스럽게만 살고 계신다. 어떻게 하면 이런 간단한 이치를 깨달으시고 행복의 노래를 구가하실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느끼게 할 만큼 효도를 다한다며 이 생에서의 한을 조금이나마 푸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어머님으로 인해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는데, 이제 어머님은 내게 사랑을 어떻게 전하는 것인지를 깨우쳐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책만 읽어도 행복하다. 먹는 것 시원찮고, 입는 것 허술해도 책을 읽는다면 천하가 다 내것인듯 뿌듯하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산다. 어디 그뿐이랴, 책을 읽다보면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어렵고 불편한 상황에 빠져 있지만, 행복하게 사는 많은 기술을 터득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 생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내게 한 가지 욕심이 있다. 그것은 바로 책 욕심이다. 물론 책 욕심도, 과유불급이라, 지나치면 욕이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늘 경계를 한다. 책에 미치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거움과 기쁨을 맛볼 수 있다면 책 욕심 조금 많이 내도 큰 허물이 되지는 않으리라. 지난 번에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서 책에 관한 책이 서평도서로 올라온 것을 보고 욕심을 내어 서평도서 신청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어떤 책을 읽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 조선시대의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옛 선비들은 어떤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고,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어떻게 수행을 하면서 살았는지 알아보자. 특히 조선의 역사를 뒤흔든 책들은 없었는지 알아보자.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 이 민희 지음 / 글항아리)

 

<책 읽은 시간>

: 2008. 9. 07. () 09:22 (금정역) ~

: 2008. 9. 13. () 23:27 (중동사거리/버스)

 

<책 읽은 계기>

책에 관한 책이라 리더스가이드에서 서평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다. 역시 책은 좋은 것이다.

 

만약에 옛날에 태어나 선비로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실컷 책을 읽으며 고고한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입신출세를 하기 위해 뼈빠지게 공부를 해야했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라면 책을 벗 삼으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지 않았까 싶다.

 

이번에 이 책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이란 책을 읽으면서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선비로 사는 것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책만 읽고 사는 것이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다. 손에서 책을 놓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우리는 과연 책을 읽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저 배불리 먹으면 살면 그만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책은 취미요, 사치일 뿐이다. 온통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다가 시간이 나면 어찌 그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책을 잡는 것이고, 의식주 문제에 골몰해 있는 사람들에 책 읽는 것은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인간은 몸을 위해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정신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먹어주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란 존재의 생명원리이다. 다만 우리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거나,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정신을 위해서는 책에 실린 좋은 정신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신이 나약해지거나 타락하거나 하지 않는다. 정신이 나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마음의 양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잘 살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것의 중요성을 알았던 옛 선비들은 책을 읽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독서를 인생의 중요한 일로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책은 언제 읽어야 하는가. 어려서 공부할 때만 읽으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읽어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는 흔히 학교 공부를 할 때까지만 책이라는 것을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정작 중요한 인생에 관한 공부는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학교를 졸업하고는 공부를 그만둔다. 그러면서 인생을 잘 살아가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를 배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잘 살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공부는 평생해야만 한다. 당연히 책은 죽을 때까지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 공부를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언제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빠르면 빠른 만큼 인생을 실수 없이 잘 살아나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언제나 가장 빠른 때이다. 아무리 늦었더라도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것과 읽지 않는 것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창피하지만 우리 어머니께서는 책을 읽는 것을 싫어 하신다. 당신 말씀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그랬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 형제가 책 읽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신다. 책 읽는다고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하시면서 가난한 주제에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우리를 나무라기까지 하신다. 그러면서 TV만 열심히 보시며, TV에서 나온 것들을 신봉하시며 우리에게까지 종용을 하신다. TV라고 해서 그릇된 정보만 있겠는가만은 책을 통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깨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TV의 정보는 조족지혈이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우리에게 옳은 것이라고 알려주시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에 중요한 문제일 경우에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정신이 올바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것은 본인에게 큰 화가 된다.

 

반면 동생의 장모님께서는 동생네 집에 오셨다가 책을 한권 두권 보시기 시작하셔서 이제는 일주일에 4~5권 혹은 5~6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신다. 63세가 되셔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어엿한 독서가가 되신 것이다. 그저 책을 읽는다면 무슨 이야깃거리가 되겠는가. 책을 읽으시면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으시면서 더 행복하게 살게 되셨다는 것이다. 일찍이 홀로 되셔서 어린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고생하시면서 사셨기 때문에 인격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가 있는데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고 의식이 깨어남에 따라 세상을 대하는 관점에서 많은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변화는 대게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며, 마음을 너그럽고 온유하게 만들어 주게 된다. 앞으로도 수많은 책을 읽으시면서 성장, 발전해 나가신다면 얼마나 훌륭한 인격을 갖추게 되겠는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경우를 보면 책을 읽는데 너무 늦은 나이란 없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어머니께서는 과거를 툴툴 털어버리고 남은 인생을 편하게 행복하게 사셔도 되는데 과거의 억울한 일에 매달려 현재를 낭비하는 삶을 살고 계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선악 . 시비를 판단하고 계신다. 그러다 보니 입을 열었다 하면 친척들을 욕하고 심지어 자식들까지 비난하고 나무라시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가르쳐줄 수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말씀드리면 오히려 역정을 내시고 자신을 몰라준다고 나무라신다. 이런 어머니께서도 이런 저런 책을 읽으시면서 정신적으로 인격을 함양해나가신다면 얼마든지 사리분별이 밝아질 수가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신다. 실로 인간에게는 책이라는 정신적인 자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책의 힘이란 이렇게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고 그저 얇팍한 정신을 가지고 몸만 편하게 살려고들 한다.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살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다들 돈~~ 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돈이라는 관점으로만 보고 있다.  가던 길 멈춰서서 과연 이대로 좋은가 진지하게 반성해 볼 일이다.

 

우리 옛 선조들은 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을까. 이 책에 조선시대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책에 얽힌 이야기 13편이 실려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부터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책 이야기가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중간 중간 책 이야기도 나와 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을 읽노라면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 당쟁, 사상과 철학, 정치, 경제 등 여러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서점을 내게 해달라고 임금에게 여러 차례 간청했지만 실패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오늘날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살 수 있는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옛 선비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알아보기 위해서 책에 언급된 책 제목들을 모두 말미의 여백에 빼곡하게 적어 두었다. 서양 세계의 책을 다 읽어본 후에 동양세계의 책들을 탐험할 때 모조리 읽어볼 심산이다.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도 책을 좋아했지만 나보다도 훨씬 더 책을 사랑했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빙그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번 귀기울여 보자.

 

명나라 선비 주대소는 책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평소 중국에서 가장 값이 나간다는 송판본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어느날 한 집을 찾아갔다가 뜻밖에도 송판으로 된 원굉의 후한서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그는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서 3대가의 평이 들어 있고, 비단과 옥을 곁들인 호화장정의 송판본인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콱 막힐 지경이었다. 망설임 없이 이를 넘겨줄 것을 책 주인에게 간청했보았지만, 주인은 책을 팔 의향이 전혀 없었다. 고가를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대소는 자신의 첩을 주겠노라며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말과 바꿨다는 얘기보다는 낫겠지

 

당최 주대소의 집착을 꺾을 수 없는 데다 여자를 주겠다는 말에 혹한 주인은 책을 팔고 여자를 얻었다. 이때 책 대신 다른 주인에게 팔린 애첩은 시 한 수를 벽에다 써 붙여 놓고 가버렸다.

 

본의 아니게 이 집을 떠나가지만

그 옛날 애첩을 말과 바꿨다는 얘기보다는 낫겠지

언젠가 재회하더라도 후회일랑 말기를

무심한 봄 바람만 길가의 나뭇가지에 불어대네.

 

이 시를 본 주대소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상심 끝에 얼마 안 있어 집을 팔아버렸다. 물건과 사람은 달랐다. 책을 서재에 꽂아놓은 흐뭇함은 곧 사라졌지만, 애첩의 빈자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결국 주대소는 상심이 너무 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긴가. 아무리 책이 좋기로서니 사랑하던 애첩과 바꿀손가. 그래도 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담았던 몇구절을 옮겨적어 본다.

 

- 24p: 채수는 조선이 모시고 있는 중국의 왕보다 염라왕을 훨씬 높은 지위에 둠으로써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29p: 조선전기에 김시습이나 서경덕 등 유학자 사이에서 귀신론이 활발히 개진됐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실 채수가 지은 귀신 이야기 설공찬전이 과연 분서갱유에 처해질 만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 47p: 조선의 관료 세력은 백성들이 책을 다양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 48p: 그가 서사의 설립에 집착한 이유는 그 자신이 경남 진주의 향족 출신으로 책을 구해 보기 어려운 지방 유생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81p: 곤지기는 양명학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쓴 책이다. 명나라의 왕양명이 주창한 양명학은 마음이 등불이라고 외쳤다. 왕양명 이전의 주자학은 마음은 기이고, 도덕성 등의 이치는 이라고 말했다. 기와 이를 구분한 것이다. 양명학은 이런 이분법에 반대해 만물일체의 입장에서 마음이 곧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자학에서는 사물을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양명학에서는 먼저 마음의 눈을 열어야 그 다음에 사물의 문이 열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중략) ..

- 325p: 실제로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에게 박학다식한 교양은 하나의 멋을 넘어 삶의 실천적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  335p: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고민이 이 시기 만들어진 백과사전과 총서류 저서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새로운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책 말미에 소개된 다른 책들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문장, 이향견문록, 조선이 버린 여인들.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욕심을 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동양 사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08. 10. 3.     23:45

 

 

고고한 선비처럼 살고 싶은 고서

김 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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