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독서에도 순서가 있다  

 



 

 

 

집짓기식 책읽기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요. 이 글귀는 진리이지만 너무 많이 들어서 진부하게 들린다. 건강이 나빠 고생을 하거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건강한 사람에게 이 소리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명예를 잃은 사람은 그것이 최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재물을 잃은 사람도 낙심천만일 것이다. 하지만 재물은 다시 모을 수도 있고, 명예도 회복할 수 있지만 한번 잃은 건강은 회복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절절하게 깨달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갑자기 입이 돌아가는 병에 걸렸다. 소위 말하는 구안와사에 말이다. 입이 돌아가니 보기도 흉할 뿐만 아니라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한쪽 근육이 잘 움직여지지 않으니깐 양쪽으로 균형 있게 씹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혀가 씹히기도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웃어도 웃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쪽 근육이 움직여지지 않으니깐 웃어도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면서 이상한 모습이 되는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마음껏 웃지도 못하는 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것만도 엄청난 행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아마 건강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건강이 참 중요한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몸을 함부로 굴린다. 그러는 사이 몸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는 것인데, 당장 아픈 곳이 없으니까 건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다른 것에만 매달리게 된다. 마침내 병들었을 때는 회복불능의 상태가 된다. 그러면 또 지나치게 건강에 매달리면서 건강 노이로제에 걸려 건강, 건강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겪는 인생사일 것이다. 이것이 건강에 대한 우리 인식의 한계이다.

 

한번 잃은 건강은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라는 충고가 나도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할 때 건강하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한다. 또 가벼운 병을 앓아 본 사람들이 많아서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아팠던 기억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기 때문이다.  결국 큰 병에 걸리고서야 제정신을 차리게 되지만 그 때는 이미 사후약방문이 되는 것이다.

 

건강 얘기를 하는데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 같지만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로, 건강을 잃으면 인생은 그것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길고 긴 인생에 있어서 건강 말고 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랑과 경제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돈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 동안 건강하게 산다면 누구나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류에게 커다란 비극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나 대부분이 불행하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불행하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체념을 하고 산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토록 간절하게 행복을 원하건만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처럼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집을 짓는데 설계도가 없으니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항해에 나서면서 지도와 나침반이 없이 출항을 하는 것과 같다.    

 

행복한 삶을 위해 인생이라는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집을 지을 때처럼 설계도를 그리는 일일 것이다. 설계도에 따라서 집을 지을 때,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위에 원하는 집을 짓게 된다. 높게 지으려면 그만큼 기초를 튼튼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반도 제대로 잡지 않고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집을 지은들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를 완전하게 해 놓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친 다음에야 방을 꾸미고 장식물을 들여놓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먼저 방안을 장식하려고 하든가, 주춧돌도 단단히 하지 않고 기둥을 세우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아름답게 방을 꾸며본들 얼마 가지 못하고 만다.     

 

인생이란 집을 지을 때 있어 튼튼한 기초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건강, 사랑, 경제력일 것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덜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날과 같이 길고 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들인 것이다. 이러한 흔들림 없는 기초 위에 직업, 종교, 취미, 인간관계, 사회적 성공, 명예, 영적 추구 등의 2차적 요소들이 충분히 갖춰질 때 참으로 행복한 인생을 영위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계획을 제대로 세우면 세우는 만큼, 세가지 요소를 굳건하게 갖추면 갖추는 만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인생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인생의 중요 요소들에 대해서 깊이 알 수가 있을까. 그것은 공부, 바로 인생 공부를 통해서 가능하다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학교 공부는 하지만 인생 공부는 하지 않는다. 학교 공부를 하여 취직을 하고는 공부를 끝낸다.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나아가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인생공부를 해야만 하는데도 책을 덮는다. 인생공부를 하지 않으니 어떻게 인생을 꾸려나가야 할지 모른다.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그만이다. 모두 컨닝을 하여 자기 것인 양 여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쉽게 쓰러지고 만다. 예를 들면, 남들처럼 돈만 벌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만 열심히 하다 덜컥 병에 걸려 쓰러지고 만다. 그러한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명예를 얻는 사람도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현대인의 비극이다.

 



 

 

 

 

, 여기서 진지하게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독서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즐거움의 추구, 지식(정보)의 습득, 호기심 충족, 관심 분야 연구, 진리의 추구, 인생 공부 등 다양한 독서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취미로 독서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독서라는 것도 집을 지을 때처럼 독서 인생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독서의 가장 큰 힘은 객관적 지식의 습득에 있다 할 것이다. 책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각종 정보나 유익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원천인 것이다. 이렇게 독서를 인생 전체에 걸친 다양한 객관적 지식을 얻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즉 인생 전체를 떠 받쳐줄 인생공부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독서는 인생 공부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붓이어야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어떤 지식과 교양이 필요하며, 어떤 책들을 통해서 그런 지식을 습득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생에 걸쳐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독서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멘토 혹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다가 자신만의 독서 공부 계획을 세워나가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청사진을 갖고 꾸준하게 독서를 해나가면서 인생공부를 한다면 어떤 경우라도 흔들리지 않는 인생계획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 공부를 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무엇일까.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자신), 바른 정보의 습득(건강,), 인간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경험)를 위해서 먼저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가 수천 년 전부터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건만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 자기 자신을 보다 정확하게 알 때까지 공부를 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만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겨버린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건강의 원리를 알 수 있도록 스스로 공부를 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국가 그리고 지구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지를 못한다.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밖에 세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책 읽는 사람들이 독서 인생 설계의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적인 독서를 해야만 할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일생 동안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정보들을 습득해 나가면서 각자 개성에 따라서 독서의 여러 가지 다른 효용들을 추구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먼저 튼튼하게 지은 다음 집안을 여러가지 가구나 소품을 이용하여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그가 부자든, 교수든, 혹은 학자든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할 것이다. 그가 설령 글을 쓰는 작가든 시인이든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것만이 독서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권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책 읽는 삶이야말로 행복할 수 있고, 적어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인생 공부를 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시간대별로 나눠서 다양한 책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에서 대해서 깊이 공부하는 이유도, 깨달음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공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생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읽어도 책 읽는 즐거움을 흠뻑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킬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해 공감하는 즐거움도 얻게 된다.         

 

한번 우연하게 화장실에서 건강에 관한 책을 읽은 후에는 계속해서 건강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건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몸의 비밀이나 건강의 원리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보다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가장 소중하다 할 건강을 남에게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서양의학에서는 정신이나 마음의 부분을 무시한 채 인체의 치료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완전한 건강을 얻을 수가 없다. 건강은 건전한 정신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한다. 그러면 병에 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앞으로도 평생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갈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결코 소설 책만 읽지 않는다. 소설 책도 읽는다. 문학 작품만 읽지도 않는다. 때로는 문학작품도 읽는다. 그렇다고 딱딱한 실용서적만 읽지도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을 피하지도 않는다. 먼저 생명을 지키고, 내 존재를 파악하고, 행복한 삶에 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부터 읽는다. 생활에 필요한 재테크, 주식, 부동산 등에 관한 책도 읽는다. 직업에 필요한 보험, 영업, 마켓팅, 회사 경영에 관한 책도 읽는다. 시집, 소설책, 수필집도 읽는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을 때, 어떤 한 분야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소설책만 읽으면 소설 속에 파 묻혀 자신을 잃게 되지만 소설책도 읽으면 삶의 묘미를 터득하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과 동일시 하거나 대리만족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생 전체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 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자신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게 된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책을 읽어서 인생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책을 통해서 얼마나 삶이 풍요로워졌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수천 권 혹은 수 만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인생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면 독서가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자신의 독서 목적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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