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일기-0804
2008-04-09 (수) 09:26~ 날씨: 흐림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출근했다.
내 한 표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자유진보주의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척 좋아한다. 진짜 그를 대변하는 존재들은 없는 것 같다. 아니 대구에 딱 한 명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나는 노무현 그는 하늘이 낸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20년 아니 50년 어쩌면 100년 후에나 정확하게 평가 받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식이 크게 성장했을 때나 말이다. 사람들이 그를 싫어한 것은 그만큼 의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당부분 포기하면서까지 국민에서 자유를 보장한 대통령이다. 강제와 구속과 속박의 삶을 살아오고 그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만 하는 자유는 무척이나 불편한 권리다. 그러므로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일찍 선거를 마쳤다.
기념으로 셀카도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다가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인 부부를 만났다. 전에 없이 투표를 마친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눠준다. 할머니가 한장 가지고 계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2장이나 갖고 계신다. “이게 뭐여, 돈이나 주지 않고?” 왜 그걸 2장이나 갖고 계신지 모르겠다. 내가, “그게요 돈과 같은 것입니다!” 각종 시설에 입장할 때 2,000원을 할인해주는 할인권이다. 써먹기만 하면 2,000원을 벌 수 있으니 이게 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자 노인은 표 2장을 꼬기작꼬기작 접더니 주머니에 집어 넣고 돌아가신다. 뒷모습 아름답다기보다 추해 보였다.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에...>
<투표 확인증 위로 작에 두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할인권을 나눠주다니... 이게 또 금권선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본 증은 아래 시설에서 면제 또는 2,000원 이내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1인 1회에 한함.)
<사용가는 시설> 박물관, 미술관, 국가 및 시.도.지정 문화재, 능원.유적, 공영주차장(일부지역 제외) 등
국.공립 유료시설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을 먹고, 출근길에 올랐다.
투표 때문에 6시에는 차가 없다고 어제 공지가 있었다고 했다. 시간 마다 7분, 27분, 47분 차가 있는데 나는 7시 47분 차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려니 백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신다. 그래서, “할머니 아침 일찍부터 어디 다녀오세요?” 물어보았다. 그러자, “선거하고 오지요?” 하신다. 마을버스 타는 곳에 갔더니 전에 가끔 보고 인사를 나누던 아가씨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인사를 하고, “오늘 휴일인데 어디를 가세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투표는 하셨어요?”하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회사 가는데 무슨 투표요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니요” 하고 만다. 닝기리 **.
지난 대선 때 투표하러 가셨던 노인분이 3분인가 4분이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기 목숨보다도 투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투표하는 것을 싫어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고 선거고 나발이겠는가. 개코나 씁쑝구리지. (무대리에 자주 나오는 말)
선거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금정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는데 벚꽃이 만발해있다. 며칠 사이에 완전히 만발을 했다.
<4월 6일 오전 7시 34분>
<4월 8일 오전 5시 53분>
<4월 9일 오전 8시 10분>
그 모습이 아름다워보여 플랫폼 끝으로 걸어가서 티카질을 했다. 휴일인데 출근길 사람들이 꽤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것같다. 그 모양을 보고 한 아주머니가 벚꽃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사진을 찍고나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웬 거지 같은 노인이 지나가면서,,, 하이쿠 한구절을 내뱉고 지나간다.
“나무는 시커먼데 꽃은 만발을 했구나!”
나는 저 노인이 바로 도인이구나 싶었다.
다시금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나무 줄기는 시커멓게 보이는데 꽃은 하이얗게 활짝 피었으니 참으로 대조가 되는 것이었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싯구였다.
그 노인의 차림새로 말할 것 같으면,,,
벚꽃을 디카에 담아보려고 왼쪽 끝까지 나아갔던 플랫폼에서 걸어오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내게 코앞에서 내뱉고 간 말이다. 그래서 그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머리는 봉두난발에 얼굴은 벚나무처럼이나 시커멓고 더럽고 지저분했다. 때가 절절히 묻어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거리의 천사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흰 벚꽃보다 맑은 눈의 모습을…
“자신의 행색이야 시커멓고 더럽지만 내 정신만은 저 꽃보다도 더 활짝 깨어있다네, 젊은이” 이리 얘기하는 듯 했다. 내 눈에 그리 보였다. 이 더러운 세상에 미치지 않고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느냐 하는 화두를 던지는 듯 했다. 그렇지 않은가. 정의가 실종됐고, 거짓이 판을 치는 썩은 세상이 아닌가. 오호통재라~!
어제 저녁 퇴근길에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금정역에서 1호선으로 차를 갈아타고 가는데, 젊은 남학생이 아가씨를 모델로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한 쌍의 연인이었을 것이리라. 사람들이 많이 지켜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학생의 사진을 찍어주느냐 여념이 없었다. 아가씨 또한 부끄러움을 모르는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앵글에 자신의 마음까지 내어주고 있었다. 한참을 그리하는데, 어깨를 툭툭 치며 내가 불쑥 말을 걸었다.
“나도 사진 한장 찍어줄 수 있어요?” 마음이 열린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흔쾌히 그렇게 해준다. 명함을 건네면서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남학생이 명함을 받아서 여학생에게 건네준다.
혹시나 보내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서 이메이을 적어달라고 책을 내미니 남학생이 명함을 건네준다. 학생회총무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인데 깔끔하니 이뻤다. 요즘은 대학생들도 명함을 만들어가지고 다니는 모양이다. 전에부터 들어보기는 했지만 처음 받아보는 명함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는 다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멀리까지 가서 찍는다. 그 모습에 나도 책 읽는 모습을 한컷 더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진을 받게 되면 한번 올려볼 것이다. 이 글을 올리고 이메일을 보내야겠다. 사진 좀 보내달라고…ㅎㅎㅎ
나는 대한민국에 절망했다.
선거는 무슨 선거며, 민주주의는 무슨 소용인가. 주인이 주인됨을 포기하니 종이 설치지 않는가 말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 개개인인 우리다. 우리가 제대로 된 정신을 갖고 살아갈 때 민주주의가 굳건히 뿌리내리는 법이다. 사사로히 정에 얽매이거나 퀘퀘묵은 지역주의 정서에 빠져있고 혈연.지연.학연에 매어있을 때 민주주의는 썩고말 것이다. 어린 자식들에게 부끄럼 없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도덕심, 양심, 선량한 마음을 가진 훌륭한 민주시민이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기본으로 추구하여야만 할 일이다.
어제 만난 아름다운 젊은 연인에 희망을 걸고 싶다.
미래에는 그들이 이 나라의 중심축이고 주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차차로 밀려나듯 바다에 닿듯이 썩은 정신을 가진 구세대들이 밀려나고 깨끗하고 착한 신세대들이 세상에 주인이 될 때에나 이 세상이 희망에 가득 찬 나라가 될 것이다. 무엇이든 제게 이로운 돈만을 생각하는 노인들이 그들의 길을 가고, 함께 사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이 걸어나올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하지만 누가 있어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할 것인가!
썩은 정치인들이, 제자식만 잘 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부모들이, 지식만 잔뜩 집어넣으려는 선생님들이 할 수 있겠는가. 오, 그것은 불가능하리라.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그대들 스스로의 힘으로 깨어나 세상을 밝은 빛을 밝혀라!
내게 희망은 그대 사려깊은 젊인이들이라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성인으로 될 수 가능태들인 그대 젊이들이라네.
젊은 그대들이여, 책을 친구로 삼아 배우길 간곡히 바라오!
젊은 그대들이여, 깨어있는 멘토를 찾아 배우길 간곡히 바라오!
젊은 그대들이여,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배우길 간곡히 바라오!
젊은이들이여,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라!
젊은 학생들에게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면 나는 절망하고 말 것이리라.
2008. 4. 9. 10:16
제 18대 총선의 투표일에 소리높여 외치는 고서
김 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