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순례하다
헌책방으로 여행은 내면세계로의 여행
나는 어려서 역마살이 끼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국민학교 때는 동네에서도 다른 집에 자주 놀러 다녔고, 다른 동네에 있는 친구들 집에도 자주 놀러 다녔다. 놀러갔다가는 자고 오기도 여러 번 하였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 어머님께서는 ‘친구따라 강남을 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친구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아마 이런 경험 때문에 역마살이 끼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다른 곳을 동경했다. 미지의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해외 여행을 꿈꾸게 했는지도 모른다. 대학교 4학년 때 무역업을 한다는 꿈을 세우게 되었는데,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서울 남영역 근처에 있는 현대 통역학원엘 다녔는데 근처에 해외팬팔을 주선하는 곳이 있어 자주 그곳에 들려 펜팰을 구하게 되었다. 몇몇 나라에 사는 아가씨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것도 다 나중에 해외여행을 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나 모르겠다.
첫 직장에 취직을 하자마자 여름휴가 때 친구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펜팔을 하고 있던 아가씨를 만나러 갔다. 야마구찌껭이라는 혼슈의 남쪽에 있는 곳으로 참 조용하고 깨끗한 지방이었다. 첫 외국 나들이어서일까 참 인상적이었던 여행이었다. 일본어 회회 실력을 테스트 할 겸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세상은 다르면서도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에 개인적으로 또는 회사에서 업무로 해외 몇 곳을 더 돌아다녔다. 미지의 곳이 궁금하여 여행을 다녔지만 발견한 것은 인간은 어디서나 똑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가장 최근에 해외 여행을 한 것이 99년에 중국 천진을 다녀온 것이다.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만도 하지만 나는 이제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내 역마살이 가라 앉은 것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제는 밖으로의 여행이 아닌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있다. 자신의 내면 세계로의 말이다. 깨달음을 얻고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내면으로의 여행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명상을 하면서 자신 속으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이의 정신 세계를 여행하기도 한다.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방법으로 나는 헌책방을 찾는다. 그 곳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면서 즐거움을 맛보고, 책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정신 활동 속으로 여행을 한다. 책을 통해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더 가까이 만나게 된다. 주마간산 격으로 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사람과의 만남이라도 더 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해외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세계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실제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쉽지가 않다. 반면 헌책방을 돌아보는 것이나 책을 통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양쪽 측면에서 볼 때 훨씬 더 유리하다. 사실 해외여행에서 발견하는 것이 모든 인간이 겪는 보편적인 모습이라면 굳이 시간을 쓰고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헌책방을 찾는 이유는 몇 가지로 단순하다. 경제적인 측면이 첫째다. 좋은 책을 무척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좋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새 책 한권 값에 몇 권, 운 좋으면 너댓권의 책을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헌책이라고 해서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책이거나 너덜너덜해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헤진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헌책이라는 푸대접을 받는 것은 바로 주인에게서 버려졌다는 이유 하나뿐이다. 그게 어떤 이유에서라도 말이다. 중고책도 아니다. 한번도 읽히지 않은 책도 많으니깐 말이다. 어찌되었든 여러 권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새 책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적어도 한 달에 10만원 이상의 책은 꼬박꼬박 사고 있다. 그러니 책값으로 나가는 부담도 만만치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새 책으로 보고 싶은 책을 계속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못 다 채운 책 욕심을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은 돈을 들여 헌책을 사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만족을 준다. 헌책방에도 종류가 여럿이 있다. 책 값이 부담되는 사람을 위해서 조언을 해 본다.
몇 년 전 그러니까 2001년인지 그 전인지 모르겠다. 전철역 안이나 역사 안에 가판대를 두고 헌책을 파는 간이 헌책방들이 많이 생겼다. 무척이나 번성을 해서 손님의 왕래가 많은 곳마다 헌책방이 생겼던 것 같다. 1호선부터 먼저 돌아볼까. 노량진역(안), 대방역(밖), 신길역(안), 영등포역(밖), 신도림역(안)에 있다. 개찰구를 통과하여 안에 있는 곳도 있고, 전철역사내에는 있지만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인 밖에 있는 곳도 있다. 자기가 다니는 전철역을 이용하는 손님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4호선에는 범계역(밖), 인덕원역(밖), 평촌역(안)에 있다. 평촌역에는 자주 바뀌곤 한다. 최근에는 종로3가역에도, 역삼역에도 아주 작은 헌책방이 생겼다. 오래 전에 지나친 곳이라 기억나지 않아서 그렇지 그 외에도 여기 저기에 헌책 코너가 많이 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곳에도 많이 생겨났을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헌책방으로 아름다운 가게 헌책 코너를 꼽을 수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는 각종 중고품을 팔고 있는데, 헌책을 파는 코너도 있다. 이 아름다운 가게 헌책 코너는 동생이 먼저 발굴을 했다. 초창기에 그곳에선 새책 같은 헌책을 무척이나 싸게 팔았다. 가격도 전철역에 있는 헌책방에서 보다 훨씬 저렴했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강남에만도 여러 곳에 있었기 때문에 상담을 마치고 잠깐씩 들려 헌책을 사곤 했다. 그리고 고객이 있는 다른 곳에도 속속들이 가게가 생기면서 더욱 자주 다니게 되었다. 강남에는 양재역, 논현역, 교대역, 삼성역(봉은사 내), 7호선에는 신대방삼거리역, 1호선에는 명학역, 신설동역 등에 있다. 그리고 헌책만 파는 아름다운 가게가 세 곳이나 생겼다. 이대역 근처에 있는 신촌점, 종각역 근처에 있는 광화문점, 파주 출판단지 내에 있는 보물섬. 이 곳은 미니 서점이라도 해도 좋다. 신촌점은 1층 한옥에 위치해 있는데 멋진 실내 분위기로 휴식 같은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광화문점은 책이 제법 많다. 책들이 제일 많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같다. 파주 출판단지 내에 있는 보물섬은 흡사 예술품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책부터 최근 출판된 책까지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이렇듯 전철역 근처에 헌책방이 많이 생겨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책을 자주 사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좋을 듯싶다. 한 달에 만원만 있으면 된다. 2,000원짜리를 산다면 5권은 살 수 있으니 한달 볼 만큼의 책을 구입할 수도 있다. 오래된 책은 1,000원이면 살 수 있다. 용돈을 조금만 아낀다면 비록 신간은 아니지만 마음의 양식을 삼을 책을 여러 권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도 적지 않은 책을 사서 볼 수도 있으니, 가난해서 책 사볼 돈이 없기 때문에 독서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핑계는 댈 수 없으리라. 이들 헌책방은 아직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조금 부지런하다면 좋은 책들을 많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통적인 헌책방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나는 주로 전철역 근처에 있는 헌책방이나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하다보니 자주 찾지는 못한다. 어쩌다가 전철역 근처에 있는 헌책방 몇 곳을 알게 되어 원하는 책을 사기 위해서 찾기도 했다. 전통적인 헌책방에서 원하는 책을 발견하는 것은 가히 보물을 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 켜켜이 쌓인 책더미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면 무슨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한번은 훌륭하신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어떤 책을 2권이나 발견하게 되었다. 동생과 나눠 보려고 2권의 책을 모두 구입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오랫동안 구입하려고 인터넷 헌책방도 뒤지고, 가는 헌책방마다 물어보았나 구입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모든 일에서 오랫동안 갈구하던 것을 구하게 되면 기쁜 법. 그런데 다른 헌책방에서는 동생이 그 책을 20권이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몽땅 구입해서 반반씩 나눠 가졌다. 그래서 필요한 지인들에게 나눠주게 되었으니 이 또한 즐겁기 그지 없다.
한번은 독서토론 모임에서 토론할 책이 정해져 헌책방에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동안 다녔던 헌책방 어디에선가 본 듯했다. 그래서 토요일에 좀 자주 가던 헌책방을 한곳을 방문했다. 샅샅이 훑어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아쉬웠던지 좀 멀리 떨어져 있던 다른 헌책방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도 책은 없었다. 차마 포기할 수 없어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철역에 있는 헌책방에도 들렸다. 하지만 그곳에도 내가 찾는 책은 없었다. 그 다음주엔 안양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들리게 되었다. 그곳에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수원에 있는 헌책방에 그 책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반갑던지 당장 수원에 있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참으로 오랫동안 책을 찾아 헤매고 나서 겨우 얻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교통비며 책을 사는데 들어간 비용은 새 책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 그 책을 읽을 때 나는 마음 속으로 많이 울었다. 어렵게 구한 책이기도 했지만 저자의 고난과 역경을 생각하면서 참으로 가슴이 시리기도 했고 안타까웠으며 마음이 아팠다. 책과의 만남이 영혼과의 만남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책은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옥중서간/돌베게)이다.
이렇듯 헌책방과의 만남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한다. 바로 훌륭한 책과의 만남이다. 그 동안 나는 헌책방에서 좋은 책을 몇 권이나 발견했다. 일반 대형서점에서라면 그런 책을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너른 곳 어디에 그 책이 있는 줄 알고 발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전통적인 헌책방이 아닌 전철역내에 있는 헌책방이나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책을 찾기 쉽게 서가에 주욱 꼽아 놓아 책 전부를 훑어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적은 책들이 있으니까 무슨 책이 있나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특이한 책이나 찾고 있던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베스트 셀러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책이 헌책방에서 운 좋게 눈에 띄게 되면 그야말로 횡재를 하는 셈이다. 그런 책을 몇권 발견했다. 그중에서 한권을 꼽아 보라면 셀프 터킹(Self Talking)이라는 책을 꼽고 싶다. 과학적인 원리를 적용한 자기계발서적인데 우리의 정신세계를 잘 다루고 있다. 모든 자기 계발서의 요약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수들만을 모아 놓은 책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 서점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밀려나게 된 것 같다. 아무튼 그 책을 발견한 것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나중에 정말 좋은 헌책을 두 권이나 얻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만큼 큰 즐거움을 주는 책도 없다. 한권은 아름다운 가게를 들렸다가 구입한 책인데, 그 책을 발견하게 된 날은 방문한 헌책방에 볼만한 책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빈손으로 돌아나오기가 뭣해서 한번 더 찬찬히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작고 얇은, 그러나 색이 좀 독특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도 심상치 않았다. ‘체링크로스가 84번지’라니 무슨 암호책 같기도 했다. 안을 열어보니 독서를 사랑했던 사람의 책 이야기가 아닌가. 마침 그 책을 사고 난 다음에 친구를 만나러 갈 일이 있어서 헌책도 몇권을 구입했다. 그날 사람들을 만나러 오가면서 그 책을 읽었는데 어찌나 많이 웃었던지 참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그녀가 너무 그리웠다. 아니 만나고 싶었다. 가슴 졸이며 산 그녀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어찌나 그녀의 삶이 궁금하던지 인터넷을 뒤져 그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으나 많은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그녀는 영국을 방문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찌나 안타깝던지 혼났다. 그래서 영화가 있다고 해서 바로 주문을 해서 동생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참 얇은 책 한권이 사람을 이토록 가슴 아프게 만들다니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밖에 없다.
내가 꿈꾸는 가정이 있다. 그것은 온 가족이 책을 사랑하며 누가 누가 책을 더 많이 읽나 내기를 하듯 열심히 독서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그런 행복한 가정이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들은 책을 좀 읽는다.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다. 다만 아직 아내가 수동적으로 책을 읽고 있으며, 마음 내킬 때만 좀 읽는 편이다. 머지 않아 온 가족이 더욱 책을 즐겨 읽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엿보게 하는 책이 있다. 이 책도 헌책방에서 구입하였지만 좀 비싸게 구입한 책이다. 그 책은 바로 ‘Ex Libris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정 영목 옮김 / 지호)란 책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집에서 자라고, 역시 책과 함께 한 가정에서 자란 남편과행복하게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 책 마니아에 관한 책이다. 결혼해서도 따로 보관하던 책들을 중복되는 것을 골라내고 함께 섞어서 보관하기로 하여 이름하여 서재결혼시키기란 책은 책을 읽는 내내 옅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모든 이야기가 다 재미있다. 남편이 생일날 준비한 깜짝 이벤트에 너무 행복했다는 저자의 소박한 행복론에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먼 길을 간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헌책방이라서 너무 좋았다고 고백을 한다. 책을 한 10kg사가지고 돌아왔다니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주가 온통 책으로 쌓이길 바랄 것이다. 앤 패디먼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평생 그런 기회가 올까 모르겠다.
이렇듯 헌책방 순례는 내게 세계여행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죽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나눌 수도 있고, 멀리 떨어져 평생 만나지도 못할 사람과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바로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아직도 내 방랑벽은 끝나지 않았다.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치우기 전에는 끝낼 수 없는 밖으로의 여행이자 내면 세계로의 여행인 것이다.
헌책방을 다니면서 헌책방과 헌책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게 된다. 책을 사랑하는 다른 책 마니아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점 주인도 만나게 되고 책방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만나게 된다. 이러니 헌책방 여행이 어디 단순한 여행이겠는가.
벌써 2년 전의 일인가 보다. 어느 겨울날 범계역에 들리게 되어 헌책방 앞을 지나게 되었다. 가끔씩 들리던 곳이라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도 알고 지내는데 그땐 새로운 분이 일하고 계셨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있겠는가. 책 구경을 조금 하다가 얼른 책을 두어권 골랐다. 찬 바람이 쌩쌩 세차게 불어서 너무 추워 천천히 책 구경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계산을 치르면서 말을 걸었다. 두 눈망울이 크고 참으로 선하게 생기신 여성분인데 참으로 힘들어 보이셨다. 몇 마디 위로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시는 것이었다. 멀리서 그곳까지 일하러 다니시는데 너무나 힘들다고 하였다. 그래서 기운을 내라고 하면서 책을 권해드렸다. 그런데 이미 명상서적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아가고 계시던 중이었다. 그날은 너무나 힘이 들어 그만 눈물까지 흘리시게 된 것이라고 한다. 가끔씩 그쪽에 들리게 되면 책도 사면서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엘 갔더니 새로운 분이 계셨다. 그렇게 궁금하게 지내던 차에 용산역에 헌책방이 생겨서 그곳엘 들렸더니 그 가게에서 일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분께서는 수완 좋은 서점 직원으로 변모해 계셨다. 책을 구경하면서 지켜보니 손님들도 잘 상대를 하시면서 책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책 판매를 잘 하셨다. 자신이 책을 읽어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시게 되면서 독서의 힘을 직접 느끼게 되어서 진심으로 고객분들께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너무나 훌륭하신 말씀이었다.
어제도 용산 전자 상가에 들릴 일이 있어서 그 서점에 들렸다. 참으로 반겨 맞이해 주셨다. 몸이 아파서 20일 정도 쉬셨다고 했다. 건강이 안 좋다고 하셔서 건강에 관한 정보도 드리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돈이 별로 없었지만 헌책을 두어 권 샀다. 책을 쓸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써도 좋으냐고 물어보니 선뜻 응해 주셨다. 헌책방을 다니면서 사소한 인연이지만 이렇게 인연을 쌓아나갈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말이다.
앞으로도 나의 헌책방 순례는 계속될 것이고, 책 속으로의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이 다하기 전까지는. 내게 책과 함께 하는 삶은 인생 그 자체이자 여행이기도 하다.